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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un 21. 2019

어린이집에서 문신한 엄마를 만났다

나도 모르게 저지른 편견이라는 잘못

  나에게는 정말 고치고 싶은 단점이 있다. 그것은 타인의 몇 가지 행동이나 외향, 사용하는 언어를 보고 과도하게 사람에 대해 추론하여 저 사람은 이런이런 사람이라고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곤 한다는 것이다. 꼭 고치고 싶은 점인데 잘 되지 않는다. 다행히 판단 사항을 입 밖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관찰하는 나의 레이더는 짧은 시간에도 매우 빠르게 작동하여 결과물을 인출한다.



  며칠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엄마들 사이에서 나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그것은 바로 양팔에 가득히 그려진 문신이었다.  



헉! 나는 겉으로는 동요하지 않았지만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한 생각은 왜 문신을 저렇게 많이 거지? 였고 두 번째로 한 생각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인가? 세 번째 한 생각은 아이에게 부정적이지 않을까? 였다.



  평소 문신을 하는 것은 취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문신과 엄마의 결합이 매우 이질적이고 걱정스럽게 다가왔다. 그런데 나의 생각은 거기에서 멈춘 것이 아니었다. 문신한 엄마를 본 이후,  엄마의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다른 친구들과 '구분' 짓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의 엄마의 문신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입은 옷, 헤어스타일 등 그 아이에 대한 모든 것에 인사 한 번 안 해보고, 말 한마디 나눠보지 않은 그 아이의 엄마에 대한 나의 부정적 인식이 아이에게까지 전이되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이제 세 돌도 안된 그 아이의 미래까지도 걱정스럽게 그리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생각에 흠칫 놀랐다. 그리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마의 문신만을 보고 그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이의 미래까지 섣불리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면 그 아이에게 무의식 중에 차별을 행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아니길 천만다행이다.



  나는 합리적이고 의식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종종 몇 가지 정보로 남을 판단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 지으려는 오류를 범한다.  



내가 범하는 오류가 바로 편견이었다


   

   편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특정 대상에 대한 인지적 과정(편향된 정보 수집이나 처리, 회상 등)뿐만 아니라 가치 판단이 포함된(좋다 혹은 싫다 등) 정서적 측면(주로 부정적임)을 동반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우리는 타인 그리고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해 가치판단을 한다.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 우리는 정보를 수집한다. 우리는 그 어떤 시대의 사람들보다 정보를 더 빠르게, 편리하게, 다양하게 수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정보들로 남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오히려 편향된 정보수집 경향이 높아지고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뭉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이 커지고 있으며 그 배타성은 편견을 너머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편견은 자신을 편협하게 만들고 불행하게 만든다. 타인을 불행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불행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 역시 일상생활에서 편견을 생산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내가 한 생각이 편견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하지만 자각하지 못한 편견도 많을 것이다)



    내가 문신을 한 엄마와 아이에 대해 가졌던 편견은
위험하고 폭력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단순 부정적 가치판단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그 엄마와 아이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편견이 비록 개인적이고 사소한 부분이었을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도 편견을 심어 줄 수 있었고, 편견이 계속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치며 강화되고 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등원시키며 문신한 엄마의 아이를 볼 때마다 내가 했던 생각들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서 어떤 엄마로 평가되고 그것으로 우리 아이까지 평가의 대상이 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이 번 계기로 정말 남을 섣불리 판단하는 나의 나쁜 태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나부터 잘하자.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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