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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23. 2019

엄마는 분리불안, 아이는 쏘쿨

드디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2월 중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는 이제 막 생후 25개월 시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맞벌이 상태도 아니고 다둥이 집도 아니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운 좋겠도 내가 신청해 놓은 어린이집에서 만 2세 반(한국 나이로 4세 반)을 한 반 더 만들면서 자리가 생긴 것이었다. 올해까지는 집에서 데리고 있다가 내년에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갑작스러운 연락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네 엄마들이며 친구들이며 가족들은 다들 나에게 어린이집에 보내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내 눈에서 아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와 떨어지는 것을 몹시 불안해했다. 거의 1년 동안은 내내 붙어있었고, 돌이 지나서도 엄마나 남편에게 아이를 맡겼음에도 2시간이 지나면 집에 들어가고 싶을 만큼 불안했었다. 두 돌이 지나서야 저녁 외출도 했지만 아이가 밤 잠을 자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받기 전까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이는 집에서도 잘 놀고 특별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힘들게 하지 않는 편이었다. 일주일에 2번 문화센터에 가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굳이 보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어찌 됐든 기관 생활을 해야 하기에 어린이집 설명회에 가보기로 했다. 마음은 이미 70%는 보내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설명회에 가보니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은 매우 친절하셨고 선생님들도 모두 좋아 보였다. 아이들이 있는 공간들은 넓진 않았지만 아늑해 보였고 탁 트인 외부 놀이 공간은 없었지만 좁지 않은 실내 강당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시설이었고 동네에서도 좋은 평판을 듣고 있어서 설명회 동안 나는 보내볼까?라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만 2세 반은 선생님 한 분이서 7명을 돌봐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 분이서 7명을 돌볼 수 있으실까? 밥이나 제대로 먹으려나? 소외되어 있는 건 아닐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어떡하지? 기저귀를 막 떼기 시작한 시점이라 더 불안했다. 결국 그다음 날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내 눈에는 너무 작고(실제로도 12월생이라 같은 나이의 또래보다 다) 아직은 엄마 옆에 두어야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나는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있었다.


 

  그런데 생후 28개월이 지나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계속 안아달라고 매달리고 징징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점점 문화센터 수업도 즐거워하지 않았고 혼자서 노는 놀이터도 재밌어하지 않았다. 부쩍 또래 아이들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낮잠 자기 전까지의 긴 오전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했지만 나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 같았다. 겨울에는 마냥 아기 같았는데 봄이 지나고 여름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아이는 부쩍 자것이었다. 



내 마음도 이제 자라야 하는 시기라고 느껴졌다.



   나는 어린이집에 다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자리가 남아있었다. 며칠 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했다.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즐거워했다. 나는 언젠가 하게 될 기관 생활을 위해 평소 유치원에 대한 책을 자주 읽어 주었다. 책 속에는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서 아이는 자신도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다. 아마 책 속에서 본 그곳에 간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 들어서자마자 계속 다니던 아이처럼 신발을 벗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인사하더니 장난감 탐색에 들어갔다. 첫날은 나도 같이 있어서 그런 건지 40분이 언제 지나갔냐 할 만큼 재밌게 놀다 왔다. 그다음 날도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선생님 손을 잡고 노래까지 부르면서 손을 씻으러 가고 어제 처음 만난 친구한테도 크게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까지 했다.


   셋째 날에는 아이에게 엄마는 잠깐 나갔다 올게.라고 했더니 아주 쿨하게 그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어느새 부쩍 커버렸는데 내 마음은 제자리였던 거다.
부모는 자라는 아이의 뒷모습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던가.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린이집을 나서는데 아이와의 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단계로 도약한 것 같았다. 나름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내 마음은 불안했다. 하지만 나도 용기를 내야 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믿고 선생님을 믿고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우리 아이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아니 아이보다는 내가 잘 해내야 되는 상황이었다.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가 아이에게 엄마 왔어~라고 하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앞으로는 나도 아이도 서로가 없는 시간에 익숙해질 것이다. 그런 사실이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선생님이 새 가방을 주자 아이는 신나 하며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걸어갔다. 어린이집 가방을 멘 아이의 뒷모습에서 앞으로 아이가 가방을 메고 가야 할 긴 여정이 보였다.


너의 가방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차길 엄마가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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