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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ul 09. 2019

어린이집 등원 거부 극복기

쏘쿨했던 아이의 등원 거부 그리고 극복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대부분 4주에 걸쳐 단계별로 적응시간을 가진다.


1단계: (1주 차)

엄마와 함께 교실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낸다. 보통 1단계에서는 엄마가 함께 있고 새로운 장난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실 곳곳을 탐색하며 잘 논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신나게 어린이집에 간다.



2단계: (2주 차)

10~20분 정도 아이와 함께 있다가 엄마는 병원 혹은 화장실 등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하며 30분~1시간 정도 나가게 된다. 우리 아이는 그러라고 하고서는 계속 잘 놀았다. 하지만 이 단계부터 엄마 간다고 울고불고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는 아이를 두고 엄마들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는 엄마들도 많다. 엄마가 올 때까지 계속 울고 침울해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진정하고 다시 잘 노는 아이들도 있다.



3단계: (3주 차)

이제 점심까지 먹는 것에 도전한다. 과연 혼자서 잘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친구들 따라 잘 먹었다고 했다. 2단계에서 우는 아이들은 보통 3단계에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다. 2~3단계에 적응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리는 아이들도 많다.



4단계: (4주 차)

이제는 밥을 먹고 양치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낮잠을 자게 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한 번 자고 오더니 등원 거부가 시작됐다. 2~3단계 적응이 힘들었던 내 지인의 아들은 친구들과 자고 싶다고 해서 낮잠을 재우기 시작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지인의 딸은 4단계까지 무난히 적응하며 오히려 하원 거부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마다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적응시간이 걸릴지는 모른다. 우리 아이는 4주 차부터 등원 거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날 밤부터 등원 전까지 어린이집 안 간다고 계속 말하는 아이를 겨우 꼬드겨서 데려갔고 내가 간다고 하면 울었다. 하지만 내가 가고 나면 금세 울음을 그쳤다(나도 마음이 안 좋아서 금방 가지 못하고 몰래 창문 너머로 지켜봤다). 하원 시에는 매우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선생님께서 오늘도 잘 놀았다고 말해주어 안도하고는 했었다. 집에 와서는 오늘 재밌었던 것도 말해주고 선생님도 좋다고 할 때면 등원 거부한 아이가 맞나 싶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엄마랑 헤어지는 거 싫어요. 엄마랑 밥 먹고 같이 잘래요 등등 엄마 마음 약해지는 말을 했다.


  등원 거부를 하면 엄마의 마음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나의 경우, 집에서 다양한 놀이를 해주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생활이 규칙적이지 못했고, 낮잠이 너무 늦어졌으며, 체력 저하로 운동이 필요했다.


  하지만 등원 거부가 며칠 계속되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등원 거부에 대해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등원 거부를 계속하면 살펴봐야 할 것들이 있었다. 아이가 섭식, 수면, 배변의 변화가 있는지, 짜증이 많아지거나 우울해하는지 등의 정서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어린이집에서의 아이의 활동이나 표정 등을 선생님께 자세히 물어봐야 한다.


  다행히 우리 아이에게는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반응을 살펴본 결과 어린이집은 재밌고 좋은데 엄마와 긴 시간 떨어져 있는 것에 아직 적응이 안된 것이라 판단되었다. 그래서 아이의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등원 거부 극복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1주일  후 아이는 교실 앞에서 엄마 다녀오세요~하고 배꼽 인사를 하고 손뽀뽀를 날리며 교실로  신나게 들어갔다. 이렇게 급변할 수가?! 선생님도 나도 놀랐다.


  언제 다시 등원 거부가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1주일 만에 성공적으로 등원 거부를 극복한 방법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어린이집 관련 책 보여주기

   

      어린이집 등원 전부터 어린이집(유치원) 관련 책을 꾸준히 보여주었다. 우리 아이는 추피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책을 좋아하는데 추피가 유치원을 처음 가거나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내용이 나오는 책을 보며 유치원은 모두 가는 곳이며 엄마 없이 재미있게 놀다 오는 곳이라고 계속 말해주었다. 그 외에도 유치원과 관련된 책을 보며 유치원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2. 어린이집 생활 사진 보여주기


     보통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활동 사진을 찍어서 사이트에 올려준다. 나는 그 사진을 아이와 함께 보며 이야기를 했다. 엄마 없이 잘 지내는 아이를 폭풍 칭찬하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고온 활동들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리고 재밌게 놀고 있으면 엄마가 항상 돌아와서 집으로 함께 온다는 사실도 강조했다(까꿍놀이나 숨바꼭질을 어릴 때부터  해주면 좋다).



3. 집에서 어린이집 놀이하기


    집에서도 어린이집에 가는 상황, 도착해서 헤어지는 상황, 그리고 엄마가 짠~하고 나타나는 상황까지 아이와 함께 놀이처럼 하면서 즐거운 감정을 심어준다. 이렇게 연습을 하면 실전에 도움을 준다.



4. 어린이집에 가는 이유 설명해주기


  잠이 들 때 아이와 차분히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왜 싫은지, 좋은 것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아직 자기감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엄마가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엄마가 천천히 상황을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조금은 이해한다.



5. 등원 후에도 엄마가 옆에 있다는 느낌 주기


  등원 거부에 대한 검색을 하던 중 어떤 엄마의 방법이 눈에 띄었다. 아이가 등원 후 안정감을 가지도록 손바닥에 하트를 그려주고 엄마가 보고 싶으면 누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아이 손바닥과 손바닥에 하트를 그렸고 우리는 이어져있으며 아이에게 엄마가 보고 싶으면 누르라고 했다(이때 마음이 어찌나 짠하던지...). 그 외에도 어린이집에 애착 인형을 함께 보내거나 가족사진을 가지고 가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6. 어린이집 가는 길을 재미있게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은 엄마와의 즐거운 산책길이고 길가 있는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는 재밌는 구경거리다. 꽃도 나무도 새와 개미들에게 인사도 하며 관찰할 수 있다. 길바닥의 타일마저 금 밟지 않고 가기 등 재밌는 놀이가 될 수 있다. 놀이터가 있다면 미끄럼틀도 한 번 타고 그네도 탈 수 있다. 엄마 마음은 급하지만 아이들은 하나도 급하지 않다. 매일 그 길을 가면서 하는 것들이 아이에게는 즐거운 일이 된다.



   이런 방법들로 우리 아이는 등원 거부를 극복했다. 그래도 기관생활 첫 단추는 잘 채운 느낌이었다. 정말 아이 키우는 것은 쉬운 게 하나 없다. 이렇게 엄마도 아이도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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