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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Oct 04. 2018

하늘 아래 똑같은 아이는 없다

조바심 내지 말고 걱정하지도 말자, 아이는 스스로 해낸다

   평소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게 되면 사용설명서를 잘 읽지 않고 이것저것 먼저 해보는 스타일이다. 해보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용설명서를 들춰본다. 경험상 사용설명서는 어느 정도 그 기계를 알고 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빨랐다. 출산 전 몇 권의 육아 서적을 읽는데 마치 사용설명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무슨 말인지 도통 와 닿지가 않았다. 그리고 읽고 나면 그 내용이 금방 잊혀졌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읽지 않고 있다가 육아에 돌입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펼쳐서 읽었다. 신기하게도 그 전에는 그냥 흰 것은 배경이요, 검은 것은 글자로만 보이던 것들이 무슨 말인지 100% 이해가 갔다.

역시 이론보다 실전이다


그런데 육아 서적을 읽다 보니 자꾸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는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기본적인 위생보건 사항은 반드시 지켜야겠지만 그 외 아기의 생활패턴에 대한 조언들을 읽을 때는 혼란스러웠다. 사실 책처럼 나도 규칙적인 패턴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만 되면 엄마 입장에서 얼마나 편할까.


  <베이비 위스퍼 골드>라는 유명한 책이 있다. 아기 재우기, 먹이기, 문제행동 해결 비법 등 육아를 하면서 겪게 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조언과 방법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열심히 이 책을 보았다. 이 책에는 아기 개월 수에 맞춰 실천해야 할 것들이 사례와 함께 자세하게 쓰여 있다. 저자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E.A.S.Y.(Eat 먹고, Activity 활동하고, Sleep 자고, time for You 엄마를 위한 시간)라는 규칙적인 일과를 만들라고 제안한다(보통 엄마들 사이에서는 먹기-놀기-자기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우리 아기는 먹-놀-잠이 아닌 놀-먹-잠 패턴이 지속되고 있었다. 저자는 E.A.S.Y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 이 패턴을 만들기 위한 일지를 제공하고, 생후별, 체중별 E.A.S.Y를 설명해 놓았다. 또 상식적으로 곧이곧대로 아기를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신호를 잘 읽어야 된다고도 하고, 아기의 특수 조건(미숙아, 저체중아, 만삭아, 황달 등)에 맞춰서 조정해야 한다는 언급도 해놓았다.


아니 이렇게 복잡한 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그냥 포기했다. 내가 인내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먹-놀-잠 패턴을 만들자고 아기를 고단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저자처럼 전문가가 아니니까 아기의 신호를 민감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 도 있고, 융통성 있게 이 패턴을 조절하기도 힘들고, 내 아기를 어떠한 조건에 적용시켜야 될지도 책을 보며 일일이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먹-놀-잠이 아닌 놀-먹-잠 패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 아기는 먹고 자야 푹 잘 자고, 일어나서 더 잘 놀았다. 내가 계속 먹-놀-잠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어야 되는 것이었을까?

  내가 육아서 내용과 부딪힌 사항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1. 밤에 아기에게 수유를 하는 것

밤수(밤에 아기에게 수유를 하는 것)를 빨리 끊어야 아기가 숙면을 취한다고 한다.그것이 엄마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하였다. 나도 밤수를 끊고 통잠(밤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자는 것)을 재우고 싶었다. 6개월도 안된 친구 아기가 통잠을 잔다고 했을 때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난 돌이 지나서까지도 밤수를 해야만 했다. 그 횟수는 2번에서 1번으로 줄어들면서 13개월 정도가 될 무렵에서야 밤수가 사라졌다. 때가 되면 스스로 밤에 먹지 않게 될 것을....  몇 달 정도 더 먹는다고 문제가 되는 것이었을까? 우리 아기는 조금 작게 태어나서 위가 작아 보통 아기들보다는 자주 먹어야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기마다 상황이 다르고 우리 아기가 어떤지는 엄마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수면 교육

  이번에는 그 어렵다는 수면교육이다. 몇해 전부터 수면교육 육아서도 크게 유행했었고, 육아관련 유튜브에도 수면교육 방법과 성공 사례가 넘처난다. 어느 유명한 수면교육 책에서는 아기가 누워서 스스로 자도록 교육을 시켜야 똑똑하고 게으르게 육아를 하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 기준에서 보자면 나는 무능력하고 힘들게 육아를 한 케이스다. 난 100일 동안 아기를 안고 잤다(지금 생각해보면 노리개 젖꼭지를 물렸으면 고생을 덜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후 조금씩 아기는 침대에 누워서 자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후 5개월 정도의 무렵에 2~3시간씩 누워서 자기 시작하였다. 돌 때까지는 잠들 때까지 안고 재웠고, 14개월이 지나고서는 처음부터 누워서 자기 시작했다. 나도 수면교육을 했어야 했던 것일까? 물론 시도는 해봤다. 아기는 울고불고 난리였다. 책에서는 그런 시간도 견디고 계속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아기가 울 때 <신생아의 속사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이 생각나 수면교육은 한두 번 시도 후 하지 않기로 선택했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엄마! 저보고 품에서 내려놓기만 하면 깨냐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 엄마 냄새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익숙한 냄새예요. 엄마 냄새는 잠이 솔솔 와요. 그리고 어떤 잠자리보다 가장 포근해요. 딱딱한 바닥과 침대에만 누워있으면 온 몸이 더 쑤셔요.
   엄마! 저보고 왜 이렇게 밤에 잠을 자지 않느냐고 하지 말아요. 밤에는 성장 호르몬이 나와서 제 뼈가 늘어나 무지하게 아프고 신경질이 난단 말이에요. 그래서 힘들고 투정 부리는 건데 엄마는 저보고 자꾸 안 잔다고 자라고만하네요. 잠이 들게 하려면 절 눕혀놓지만 말고 안아주세요. 한 자세로만 누워있으니까 힘이 들어요. 몸을 살살 만져주세요. 그럼 한결 살 것 같아요.


  육아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수면교육의 성공 및 실패 사례들이 많다. 수면교육이 몇 달이 걸렸다는 엄마들도 있고, 아기가 4개월인데도 수면교육에 성공했다는 엄마들도 있다. 또 수면교육을 시키느라 한 시간이 넘게 아이를 울렸다는 엄마들, 몇 주가 되어도 계속 실패를 한다는 엄마들도 있다. 수면교육은 꼭 해야 되는 것일까? 만약 한다면 언제부터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우리 엄마들도 수면교육을 했었을까? 아마 수면교육이라는 말조차 생소하실 것 같다.


3. 노리개 젖꼭지

  나는 노리개 젖꼭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기에게 물리지 않았다. 초반에는 노리개 젖꼭지가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단점을 따져봤을 때 오히려 장점이 많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져서 생후 6개월 정도부터는 아기에게 노리개 젖꼭지를 물리게 되었다. 내가 겪어 본 노리개 젖꼭지의 장점을 말하자면, 아기가 쉽게 잠이 들고, 쉽게 안정되고, 더럽거나 위험한 물건을 입에 가져가는 것을 막으며, 외출 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하는 민망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다. 단점은 노리개 젖꼭지를 떼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사실 아기보다 엄마가 떼기 힘들다). 나에게도 노리개 젖꼭지를 떼야 되는 결전의 시기가 찾아왔었다. 아기가 밤에 깨서 노리개 젖꼭지를 찾는 것이 부쩍 심해져서 아무래도 빨리 떼어야 될 것 같았다. 아기도 아기지만 아기가 노리개 젖꼭지를 쩝쩝 빠는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막상 결심을 하니 너무 떨렸다. 젖병을 떼는 것보다 10배 정도 더 걱정이 되었다. 과연 노리개 젖꼭지 없이 잠을 잘 수 있을까? 일주일은 잠도 못 자고 고생해야 된다던데... 노리개 젖꼭지를 하나를 더 사놓고 시도할까? 몇 달만 더 노리개 젖꼭지를 사용할까? 정말 노리개 젖꼭지는 엄마가 끊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며칠 뒤 난 온갖 걱정을 떨쳐버리고 단호하게 노리개 젖꼭지를 잘라버렸다.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이제 되돌릴 수 없었다.

 그런데 어라? 우리 아기가 망가진 젖꼭지를 보더니 우는 것이 아니라 씩 웃는 것이 아닌가? 한번 입에 넣어보더니 빨리지 않으니 그냥 뱉어버리고 제 할 일을 한다. 나는 노리개 젖꼭지를 찢기 한 달 전부터 아기에게 노리개 젖꼭지가 곧 아파서 병원을 가야 된다고 했었다. 알아들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제 우리랑 같이 살 수 없다고 계속 말해 줬었다. 그래서 쉽게 노리개 젖꼭지를 떠나보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날 밤부터 노리개 젖꼭지를 하지 않고 바로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니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 너무 허탈했다. 오히려 떠 빨리 실행하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4. 젖병 떼기

   엄마가 때에 맞추어해야 될 일은 계속된다. 분유나 모유를 돌이 지나면 떼야한다고 한다. 젖이나 젖병을 계속 빨게 되면 고형식을 잘 안 먹게 되어 씹는 연습이 늦어지고, 고집이 세진다고 했다. 우리 아기는 돌이 지나서도 젖병에다가 분유를 하루 2번 먹었고, 우유는 빨대 컵에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 보통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10kg을 넘기는 것이 더디다고 해서 10kg이 넘을 때까지는 분유를 줄 생각이었다. 우리 아기는 15개월이 되어서야 10kg이 넘었고, 그 후 젖병을 모두 버렸다. 젖병으로 분유를 먹을 동안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 잘 넘어왔고, 이제 밥에 더 관심을 가지는 시기가 되어 자연스레 젖병과는 이별을 할 수 있었다. 내 경우를 봤을 때 반드시 돌이 되면 단호하게 젖이나 젖병을 끊어야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처음 육아를 하다보니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육아를 해야 되는 것인가?
모든 데드라인을 넘기는 나는 불량엄마인가?

     

  육아를 하다 보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너무 많다. 물론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육아에 도움이 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하늘 아래 똑같은 아이는 없다.
내 아기가 어떤 면에서는 조금 빠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조금 느릴 수도 있다. 남보다 좀 빠르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느리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스스로 한다.
그게 내가 2년이라는 짧은 육아 기간 동안 느낀 것이다.
 

  

   내가 얼마나 조바심을 냈었고, 걱정을 했었는지, 아기가 척척 해내고 나면 내가 얼마나 부질없는 걱정을 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물론 내가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교육을 했으면 더 쉽고 편하게 육아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기가 자라는 시기마다 제시되는 미션들을 내 아기에게 적용하려 할 때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불편함(우리 아기에게 시기상조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존재하면 적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그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내가 너무 걱정이 많았던게 아닌가 싶기도하지만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육아라는 것이 무엇보다 내 아이를 믿고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이며,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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