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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r 08. 2021

내 감수성을 돌려줘

가요를 듣지 못하는 슬픔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매일 듣는 노래가 동요다.  아이를 낳고 동요에 입문한  4년째인데, 생후 7개월 된 둘째까지 키우고 있으니 앞으로  동요의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듯하다. 그런데 동요를 듣기 시작한 후로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가요를 들을 수가 없어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요를 듣는 것이 불편해졌다. 어쩌다 가요가 우리 집에 흘러나오면 재빨리 동요나 클래식으로 바뀌어 버린다.  나는 가요를 듣는 것이 불편해졌을까. 가요의 어떤 점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찾아낸 이유는 바로 가사였다. 대부분의 가요는 사랑에 관한 노래이다. 성인 남녀가 사랑에 빠진 이야기, 사랑 때문에 힘든 이야기, 이별한 이야기  절절하고 애달픈 이야기들이다.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내용으로 가사 내용에 전혀 공감을 못하게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매일 가요를 들었고, 플레이 리스트는 만들어 틈나는 대로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떤 가요는 가사가 나의 이야기라며    반복해서 었고, 가사를 듣다 눈물을 흘리는 노래도 다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었다. 감수성 제일가는 가사는 누가 뭐래도 이소라 노래인데 나는 그녀의 가사를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혼자서 아소라 콘서트에 갈 정도로 이소라의 노래를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가사들이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었다. 나의 현실은 그런 절절함과 애달픈 감정에 빠져있을 수가 없다. 나의 생활에 로맨스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나의 고충 아닌 고충을 이야기했더니 궁극의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란다. 내가 이런 유머 때문에 이 남자와 결혼을 했지. 어이없어 웃긴 했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궁극’인지는 몰라도 평생 배우자를 만났고 아이까지 둘이나 태어났으니, 더 이상 사랑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이별 때문에 아파할 일도 없다. 매일 아이들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고 있으니 어느새 나는 감성에 젖을 이유 조차 없어지고 그런 감성에 어색한 사람이 된 것이다. 좋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런데 며칠 전 이소라의 온라인 콘서트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제목이 ‘위로와 치유’였다. 코로나 시기에 맞는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소라의 음악 자체가 위로와 치유이기도 하다. 나의 불안하고 방황하던 학창 시절부터 가정을 이룰 때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위로하고 치유해준 노래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다시 이소라의 노래가 듣고 싶어 졌다. 다시 나의 감수성을 찾고 싶어 졌다. 마음이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육아가 익숙해지고 노련해지면서 계절도 느끼고, 날짜도 기억하고, 무슨 요일인지도 생각하면서 사는 것 보니까  마음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나 보다. 다가오는 화이트 데이에 이소라 콘서트를 라이브로는 못 보겠지만 VOD를 구매해서 아이들은 재우고 잠들어 있는 나의 감수성은 다시 깨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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