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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Jan 23. 2020

가장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요소는 무엇일까

빛과 삶에 대한 이야기(6)


<가득 채운 방>



아들 셋을 둔 사업가 아버지가 있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주려고 생각하다가

궁리 끝에 세 아들을 불러 각각 30센트 씩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각각 30센트를 받았다. 시장이든 어디든 가서 이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사 오너라. 가장 부피가 크고 훌륭한 것을 사 오는 사람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


첫째 아들은 장에 가서 건초 파는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건초 한 짐을 지고 돌아왔다. 그러나 방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둘째 아들은 몇 뭉치의 솜을 갖고 들어왔다.

역시 방의 3분의 2를 채우지 못했다.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셋째 아들을 기다렸다.

어둠이 깔리고 늦게서야 셋째 아들이 돌아왔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의 손에는 가느다란 양초 한 자루가 고작이었다.


아버지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셋째야, 그래 너는 무엇을 가져왔느냐?"

셋째 아들이 조용히 말했다.

"예, 우선 방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저는 아버지께서 주신 30센트를 가지고 시장에 갔는데 불쌍한 거지를 만나 10센트를 주었습니다. 곧이어 배고파 우는 어린아이를 만나 빵을 사 주었으며, 나머지 돈으로 이 초 한 자루를 샀습니다."

이렇게 말한 셋째 아들은 성냥을 그어 방안에 촛불을 밝혔다.

방안은 어둠이 걷히고 환한 불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렇구나! 이렇게 촛불을 켜니 방안에 빛이 가득 찼구나.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다."

하며 아버지는 매우 기뻐했다.

사업은 말할 것도 없이 셋째 아들에게 인계되었다







‘인테리어’는 이제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에서만 쓰이지 않는 단어가 된 지 오래다. 구조를 바꾸고 바닥과 천장을 들어내어 공사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원하는 색으로 벽을 칠하는 것, 어울리는 가구를 구매하고 배치하는 것, 식물을 들이고 예쁜 소품들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까지 인테리어의 영역은 확장되었다. 서점에는 인테리어에 관련된 책들이 수 없이 쏟아져 나오며, TV에서도 집과 인테리어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너도나도 다 인테리어를 하는 것만 같다.



가구 업체는 예전보다 다양해 졌지만 막상 가구를 하나 고르려 하면 적지 않은 가격에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테리어는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이케아 같이 저가 고품질을 표방하는 브랜드가 생기고, 가구 업체는 예전보다 다양해 졌지만 막상 가구를 하나 고르려 하면 적지 않은 가격에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이슈가 되며 새롭게 오픈한 해외 명품 리빙 쇼룸들을 방문하면 예상보다 ‘0’이 하나씩 더 붙어 있는 가구의 가격에 놀라곤 한다. 마음먹고 내 생활공간을 바꿔보고자 했던 사람들에게는 기운 빠지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막상 큰 마음을 먹고 주문한 가구를 막상 집에 들여놓으면 매장에서 보았던 그 느낌이 나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가구뿐 아니라 공사가 필요한 인테리어의 경우에는 더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사할 시기의 공사가 아닌 이상 사는 공간을 일정기간 비우거나 불편을 감수해야 하며, 공사의 영역은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가격이 적정한지, 덤터기 쓰는 것은 아닌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막상 들어가는 돈에 비해 크게 극적인 효과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인테리어는 가까운 듯 하지만 막상 손보기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거환경의 특성상 자가 거주가 아닐 경우 언제 이사 가게 될지 모르는 공간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하고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좋은 집안 환경을 포기해야 할까? 이야기 속 셋째 아들처럼 적은 비용으로도 지혜롭게 방 안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고 우리는 좋은 집안 환경을 포기해야 할까?



조명은 비용 대비 가장 효율이 높은 인테리어 요소이다. 물론 ‘조명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수십만 원짜리 해외의 비싼 조명기구가 생각난다면 효율이 크지 않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멋지게 생긴 조명기구가 조명의 전부라면 가구와 마찬가지로 좋을수록 비용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좋은 ‘빛’을 내는 조명기구로 접근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명은 가구나 다른 공사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도 훨씬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가장 효율적인 인테리어 요소다. 30센트만 있어도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이 빛인 것처럼, 몇만 원 정도만 투자해 기본적인 조명기구와 좋은 램프를 산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자리에 배치한다면 적은 돈으로 당신의 공간은 훨씬 아름다워질 수 있다.



이제는 꽤 오래 전인 2013년, 필립스에서 특별한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다. 짧은 영상은 아니지만, 조명에 대해 관심이 있고, 아직 이 영상을 본 적이 없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한다.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집의 분위기와 그로 인한 심리적 변화를 알려준 프로젝트 (출처:필립스 유튜브)



이 광고는 조명의 차이가 얼마나 공간의 분위기와 공간의 가구들, 나아가 공간에 사는 사람의 이미지까지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 획기적인 광고였다. 실제로 주광색의 방등과, 다양한 높낮이와 형태로 계획된 조명을 번갈아가며 켜주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이 공간이 같은 공간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같은 가구, 같은 공간을 주광색 방등을 사용할 때와 따뜻한 색의 다양한 직간접 등을 사용할 때를 비교한 사진 (출처:필립스 유튜브)


앞의 공간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집에 일반적으로 사용해오던 주광색의 천장 등을 사용했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공간을 밝힐 때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것이 천장 가운에 데 조명을 두어 공간을 밝히는 것이다. 이는 바닥의 조도면 가장 효율적인 조명일 수는 있겠지만,  [우리집 조명은 왜 별로일까] 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방등'이라는 존재는 실 사용자의 공간배치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설계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 주거 설계환 경이 만든 극도의 하향 평준화된 조명방식이다. 공간의 명암도 지루하여 재미가 없으며, 한낮의 하늘색 빛과 닮은 푸른색 조명은 저녁시간 집의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



이후 공간의 천장 등이 꺼지고 다른 조명이 켜진다. 천장의 한쪽에서 벽을 밝히는 조명, 벽의 조형물 뒤를 밝히는 간접조명, 스탠드와 펜던트 조명, 주방 수납장 아래의 작업등, 각 가구와 선반에 설치된 간접등이 공간을 밝힌다. 가구 하나 바뀐 것이 없고, 도배나 바닥공사 하나 한 적이 없지만 공간은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마치 30센트로 온 방을 가득히 채운 셋째 아들의 지혜처럼,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빛이 새롭게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치 30센트로 온 방을 가득히 채운 셋째 아들의 지혜처럼,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빛이 새롭게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 필립스의 프로젝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광고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 앞서 말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방등이 좋지 않은 조명이며, 조명만 달라져도 완전히 달라져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렇게 달라진 이유와 제품을 연결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는 조명이 필립스의 제품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조명을 어떻게 썼는지, 다시 말해 조명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영상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립스 정도의 기업이라면, 조명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멋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이지 않을까.


 

새로운 세대는 멋진 인테리어와 좋은 분위기의 카페를 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검색하고 이동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조금 멀고 비싸더라도 ‘좋은 공간’이 주는 기분 좋은 감각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멋진 카페를 가기 위한 수고로움은 감내하나, 정작 내 공간에 대해 투자하는 것은 어렵게 생각한다. 그것은 개인 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의 부족일 수도 있지만, 돈 들여도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방등이 아닌 ‘좋은 빛’을 가진 조명을 들이기를 추천한다. 비싼 돈을 들인 거창한 공사가 아니더라도, 플로어 스탠드 하나, 선반 아래 조명 하나씩 달아 새로운 빛을 시도해 보자. 처음에는 어색하고 혹은 어둡다 느낄지 몰라도, 며칠만 그 빛에 익숙해진다면 어두운 밤 파란 형광등이라는 존재가 반대로 얼마나 어색한 빛이였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구색이 부담스럽다면 4000K 또는 주백색 조명을 구해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 이런 작은 노력이 30센트로 남은 돕고도 방을 가득 채운 지혜로운 셋째 아들의 이야기처럼,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내 공간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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