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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May 27. 2020

동화책을 만드는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의 안개속의 서커스


브루노 무나리는 20세기 회화, 조각, 디자인, 저술,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디자이너다.  우리에겐 알레시, 멘디니, 카스틸리오니 등 다른 이탈리아의 디자이너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디자인, 예술, 시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여러 책을 낸 디자이너였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피카소는 ‘제 2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칭했다.





그런 그의 다양한 활동 중 특별히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동화책 작가로써의 브루노 무나리다. 그는 어린이 작가에게 주는 최고 권위의 상인 안데르센상을 수상할 정도로 동화책 영역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었다. 열정적인 검색을 통해 그의 동화책 중 세권을 도서관에서 찾아 빌려보았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안개 속의 동물원".


< 안개속의 서커스 >-브루노 무나리




무채색으로 가득찬 겹겹의 안개를 해쳐 길을 걸어가, 그와는 대비대는 원색의 화려한 서커스를 감상하고, 다시 안개를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한권의 동화책에 종이라는 소재를 통해 펼쳐진다. 비치는 종이에 양면 인쇄, 한겹씩 안개를 걷어낼 때마다 가까워지는 서커스 공연장. 한장한장 화려한 색의 종이위에 그려진 기상천외한 서커스 스케치. 그리고 모든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짙게 드리운 안개까지 동화책을 넘기는 것 만으로 한 편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안개가 걷히는 모습



대단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요즘의 화려한 요즘의 동화책과 비교했을때 이 것이 그다지 특별한 효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동화책보다 세배 가까운 가격에 고개를 갸웃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세상에 나온지 50년이 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책'이라는 것의 형식과 '동화'라는 것의 고정관념을 넘어 종이와 인쇄 자체를 컨텐츠의 도구로 사용한 디자이너로써 그의 능력이, 그것도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점은 왜 사람들이 이 책이 가치있다고 여기는지를 알게 해 준다.



시장은 브루노 무나리보다,

고급 주거 펜트하우스에서나 볼 법한 명품 가구들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들을
더 많이 조명하고, 그 업적을 기리면서 제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브루노 무나리가 없었다면 디자인에 대한 정의도, 교육도 늦어졌을 것이며, 아이들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책들을 접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에 브루노 무나리는 최근 꾸준히 나에게 메세지를 던져주는 중요한 스승이 되고 있다.



나는 디자이너로써 내 능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

또 그 능력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팬심으로라도 꼭 하나 구매하고자 마음먹었다. 가능하면 그의 의도를 조금 더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아어나 영어 원서로. 이 동화를 아이에게 보여줄 때마다. 이 책을 통해 생각했던 위의 질문들을 다시 떠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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