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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Jul 13. 2020

출판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내 생에 첫 출판 계약을 해지하게 된 이야기


출판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불과 1년 전의 나는 직금의 내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될지도, 심지어 책을 낼 준비를 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개월 전 출판사의 출간제의와 이어진 생애 첫 출판 계약은 나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원고를 준비하던 도중 출판사에 문제가 생겼다. 계약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상을 덮쳤고, 그 영향은 우리가 아는 곳과 모르는 곳까지 미치게 된 듯하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나의 글을 알아봐 주시고 계약까지 이끌어주셨던 편집자분은 더 이상 그 출판사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해 왔기에 프로젝트 와중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것도, 누군가의 퇴사나 이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출판사가 새로운 편집자분을 통해 새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상황이었으며, 나의 원고 역시 이전 출판사의 성향보다는 편집자분의 성향과 역할에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를 담당했던 편집자분의 해고는 나에게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 출판사와 합을 맞춰 일을 한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 모두 나에겐 낯설고 어려운 일이었기에 고민도 많았다. 약간의 인연이 닿았던 분들 중 출판과 관련 있는 분들을 양해를 구하고 만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도 물었다. 책을 내는 도중 사람과 환경이 바뀌는 일은 잦으니 그대로 진행해도 무리 없을 거라는 조언도 있었고, 이렇게 된 거 새로운 출판사를 찾아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 필요한 건 '대화'였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출판사도, 편집자 분도, 나도 책의 진행을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다. 출판사는 이전의 편집자 분과 프리랜서 계약으로라도 내 책을 만들고자 노력해 주셨으며, 나 역시 편집자 분과 출판사와 대화를 이어가며 방법을 찾았고, 편집자분은 그 사이에서 소통과 책의 기획에 힘써주셨다.



하지만 초반에 한번 흔들린 관계와, 계약 당시와는 이미 바뀐 여러 환경들은 돌이키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오랜 고민과 대화 끝에 나는 결국 출판사에 계약 해지를 부탁드렸다. 출판사는 나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다. 작가님께 신뢰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출판사의 메시지와 함께 계약 해지가 결정되었다.



내 삶에 첫 출판 계약, 그 설렜던 순간을 만들어주셨던 분들이었기에 무엇보다 아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위해 또다시 불확실한 항해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 역시 성장했고, 좋은 글과 책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하나하나 모아 왔다. 이제는 이다음 기회를 찾는 일에, 또 만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빛 이야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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