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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Oct 06. 2020

글쓰기로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브런치 1주년을 자축하며


 작년 여름, 8년 간 창업 멤버부터 시작한 회사를 퇴사하고 백수가 되었다. 계획했던 모든 것이 원점이 되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던 그때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다. 그렇게 1년전인 2019년 9월 27일, 브런치 작가가 되어 조군의 빛 이야기의 첫 번째 글을 올렸다. 그리고 결국 그 글쓰기가 내 삶을 바꾸고 있다. 



그전까지 나는 개인 SNS에 이따금씩 끄적거리는 것 정도를 좋아했을 뿐, 블로그를 포함해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써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일'이라는 존재로 나를 표현할 수 없게 된 지금, 나를 표현할 무언가가 있어야만 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늘 머릿속에 맴돌다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메모장에 생각이나 그날 일과를 남기는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았다. 잘 정리된 문장과 구성으로 완성된 글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많은 생각 중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무엇인가 쓰고 싶다. 그런데 무엇을 써야 할까?



브런치 작가 지원에는 두 번 떨어졌다. 그 두 번은 지금의 아내와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쓴 글을 제출했었다. 그전까지 내가 가장 즐겁게 썼던 가장 긴 글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겐 참 인기가 많았는데, 브런치에서는 아무리 다듬고 고쳐도 이 글을 받아주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를 아는 사람에게나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 원고로 브런치 작가가 받아들여졌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퇴사한 시점에는 내 안의 모든 것이 소진된 상황이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는지 허무한 감정도 들었다. 정신적으로 소진되어 '취향도 호불호도 없는 나'를 발견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뭔가 자신의 소신이나 취향이 독특하던데 나는 무엇으로 글을 써야 하나 막막했다. 



좋아하는 것만 찾다가 문득 싫어하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그렇게 뚜렷하지 않은 나에게도 정말 싫어하는 것이 한 가지 있음을 발견했다. 바로 주광색 형광등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조명설계회사를 다니며 빛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빛들에 늘 신경 쓰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때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빛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오래전 조명회사를 다니던 시절의 메모들과 스크랩북을 다시 꺼내어 들었다. 짧은 메모들을 바탕으로 개의 글을 만들어 브런치에 다시 한번 지원하였고, 드디어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빛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시작할 때부터 수십 가지의 이야기를 모두 품고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쓰기 시작하고, 작가로 선정이 되고, 사람들이 읽고 피드백을 얻으니 그때부터는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빛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모든 책을 도서관에서 훑어보고, 좋은 책은 사모았다. 빛과 관련된 기사와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어렴풋이 알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글로 그 내용을 써 내려갔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과학, 건강, 미래산업 등 주변 카테고리와의 연결고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씩 깊이가 생기고 범위가 확장되어갔다.



어느덧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년 동안 47개의 글을 썼으니 일주일에 한 개 정도의 글을 쓴 셈이다. 매일 쓰는 분들도 계시기에 꾸준히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양이다. 그럼에도 이 기간을 통하 얻게 된 것은 47가지로 정리된 나의 이야기, 10만을 바라보는 총 조회수와 500명의 소중한 구독자만이 아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가능성과, 무엇보다도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글이 조금씩 쌓이니 이런저런 제안들이 오갔다문화예술을 다루는 플랫폼에 글을 쓰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작은 돈이지만 처음 글로 '원고료'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글로벌 조명 기업에도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게 되었다. 새로운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해지했지만)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출간 계약도 진행했다. 빛을 함께 다루고 싶어 하는 주변 분야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강의 제안도 받기 시작했다.


그때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따금씩 생각해 본다. 그때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연애와 결혼 이야기로 브런치 작가에 선정이 되었었더라면? 다른 영역의 글을 썼더라면? 쓰다가 귀찮아서 중도에 포기해 버렸다면? 1년 만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음을 느끼는 요즘, 지금의 모든 것은 글을 쓰기 시작함으로 인해 만들어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글쓰기로 나의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브런치 조군의 빛 이야기 1주년과 500 구독자를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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