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헷갈리는 램프색이름을 대체할 대안 찾기
램프를 사러 조명가게에 갔을 때 무엇을 사야 할지 망설였던 경험이 있는가? 규격은 어떠하며 몇 와트의 램프를 사야 할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색온도의 제품을 사야 할지 고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색온도를 고를 때 만약 한 번이라고 헷갈린 적이 있다면 걱정 마시라. 그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색온도를 고를 때 만약 한 번이라고 헷갈린 적이 있다면 걱정 마시라.
그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 램프 컬러 표기법을 알아보고, 재미 삼아 만약 램프 컬러의 표기법을 바꿔본다면 무엇이 좋을지 몇 가지 후보를 내세워보고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한 번이라도 램프 컬러 구분에 어려움을 겪었던 분이라면 가볍게 글을 읽어보시고 어떤 표기법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댓글로 가볍게 피드백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안을 주셔도 좋다. 또 아는가, 언제 필자에게 그러한 권력이 생겨 그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될지.
우선 우리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램프 컬러 이름이다. 주광색 주백색 전구색... 아마도 처음 접한 사람이 들어서는 표기된 빛이 어떤 색인지 인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주광색이라는 색은 어렸을 적 크레파스나 물감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색이름이다. 그나마 주황색과 가장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넘어가면, 주백색은 백색은 알겠는데 '주'자가 들어가 있는 것이 무언가 수상하다. 그냥 '백색'으로만 표기하는 곳도 있다. 그래도 백색이니까 형광등 색이라고 보면 되겠지...? 그나마 마지막 전구색이 가장 확실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컬러를 가진 전구를 보아온 요즘 세대들에게는 스마트폰 속의 수화기 로고처럼 구시대적 표기법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주광색은 낮 주(晝) 자에 빛 광(光) 자를 쓴 낮의 빛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늘색이 푸른 것처럼 주광색엔 살짝 푸른기가 돈다. 영어로는 DAY-LIGHT이라고 표현한다. 전구색은 백열전구의 빛을 따 왔다. 그러면 주백색은? 어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색이름이라는 것이다.
헷갈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색이름 앞에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엔 여러 색이름 표기를 혼용해서 쓰고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름을 지은 방식도, 빗댄 대상도 제각각이어서 혼용해서 쓰더라도 헷갈리는 건 여전하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떨까? 그래도 전기와 조명의 역사가 우리보다 조금이라도 긴 서양에서는 조금 더 나은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웜화이트, 네츄럴화이트, 쿨화이트로 표기했다. 우리나라의 색온도 표기법보다 훨씬 통일감 있고 이해하기 쉽다. 물론 네츄럴이라는 세 가지를 동일하게 놓고 봤을 때는 이해가 쉬워도 어느 하나를 떼어 놓고 보면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피하기 어렵다. 모든 매장에서 세 가지 색온도의 램프를 다 갖추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츄럴'과 같은 다소 모호한 단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도 완벽하게 통일된 색명칭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례를 통해 보았다시피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러했기에 여태까지의 이름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물의 색이 아닌 빛의 색은 비교대상이 많지 않아 모두가 공감할 법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관적 명칭을 정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빛 컬러계의 팬톤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팬톤처럼 숫자와 기호로 색을 표기한다고 생각하면 이미 답은 나와있다. 색온도 값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가장 절대적이고 정확한 표기방식이다. 그래서 램프를 포함해 거의 모든 색온도 표기에 이 캘빈(K) 값이 함께 표기된다. 또한 디테일한 중간값의 새로운 빛 컬러(예를 들면 5,000K나 2700K)도 별도의 표기법을 위해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 수치만으로는 색을 유추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가장 정확한 표기법이지만 일반인들도 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대체 표기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만약 내가 명칭을 다시 만든다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은 예전부터 해 보았었다. 기존의 표기법에 불만이 있었지만 막상 새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사식을 알게 된다. 특히 그나마 사람들에게 익숙한 형광램프 색과 전구색은 나은데, 중간색인 4,000K의 빛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이 컬러의 램프가 주거를 포함한 우리 환경에 매우 좋은 역할을 해 줄 것이라 생각하기에 더욱더 이 램프 컬러의 이름이 필요했다. 예전 잡지 스크랩 자료를 뒤져보던 어느 날, 어느 조명 디자이너가 4,000K 램프 컬러를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샴페인 컬러
램프 컬러의 이름을 짓기 어려운 이유는 대상이 '빛'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대부분의 색 체계는 반사된 표면의 색이지 '빛'자체의 색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투명한 음료를 통해 비치는 '샴페인 컬러'는 4,000K의 빛을 설명할 아주 좋은 예시다. 샴페인 색을 아이보리색이라고 하면 어색함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4,000K의 빛을 표현하는 데는 샴페인 컬러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주광색과 전구색에 마땅히 대응할만한 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는 거다. 투명함이 샴페인 컬러 이름의 매력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주광색과 전구색과 유사하면서 투명한,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누구나 들어도 알법한 대상이 없다. 애써 머리를 쥐어짜서 다음의 후보를 만들었다.
전구색과 같이 램프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주광색보다 형광등색/전구색으로 구분하는 것을 더 쉽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하지만 여기에는 4,000K 컬러의 부재,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네이밍 선택이라는 문제가 있다. 과거 4,000K를 내는 램프는 메탈할라이드 등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대중은 잘 알지 못할뿐더러 그마저도 모두 LED로 바뀌고 있다. 형광등색/메탈등색/전구색 조합은 생각만 했다가 휴지통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하늘빛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다. 주광색이 바로 하늘빛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영어로는 DAY-LIGHT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하늘도 한 가지 컬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에 따라서도 다양하지만 시간에 따라서도 색온도는 달라진다. 그래서 다음의 후보를 생각해 보았다.
하늘의 빛은 낮은 색온도에서 높은 색온도로, 다시 낮은 색온도로 저무는 주기를 가진다. 이처럼 하늘의 빛을 기준으로 한다면 정오하늘빛/오후하늘빛/노을하늘빛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빛의 컬러를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연 속 빛의 경험을 활용한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고려해 그대로 램프를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빛 명칭이다.
하지만 하늘의 빛이 어떤 이에게는 너무 추상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과연 사람들이 정오의 하늘, 오후의 하늘빛을 빛의 색으로 구분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운 색이름도 오래 사용하면서 익숙함으로 사용하는데, 이러한 이름을 오래 사용한다면 사람들의 인식까지도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램프 색이름 대체 아이디어에 대해 살펴보았다. 어쩌면 불편하다고 잠깐 생각하고 넘어갔을지 모르지만 이런 기본적인 기준과 환경부터 조금씩 바꿔나갈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빛환경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