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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Dec 31. 2021

다름을 이해해야 우린 진화합니다.

ep89. 아이유 - Celebrity

올해 역시 코로나로 점철된 한 해였고, 밖에 나가기보단 방 안에서 유튜브를 통해 과학과 우주에 많이 심취한 한 해 같다. 우연히 2021년 수플레 마지막 글을 장식하게 돼 몆 주를 고민했고, 심취해 있는 과학 이야기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중학생 이후 손 뗀 과학이 재밌어지는 날이 오다니, 역시 오래 살고 봐야해(?) 오늘 가져온 주제는 '돌연변이'와 '진화'에 관한 이야기다.


기린의 목이 긴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했다. 생물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를 하는가? 그리고 첫 주장은 '용불용설'이었다. 용불용설이란 자주 사용한 기관은 발달,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후퇴한다는 논리다. 즉 기린은 높은 나무의 잎을 먹기 위해 목을 끊임없이 늘리다 보니 긴 목을 가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후천적으로 얻어진 변화가 자손에게 전달돼, 다음 자손들은 조금 더 긴 목을 갖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꽤나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 '후천적으로 얻은 유전형질'은 다음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오며 잘못된 주장으로 판정됐다. 유전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듬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다윈은 환경 적응에 유리한 일부 개체들의 자손이 더 많이 살아남게 되기 때문이라는 진화론을 주장했다. 즉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계속해서 목을 길게 늘이려는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같은 개체 중에서 목이 긴 기린들이 살아 남기 유리했고 (나뭇잎을 더 많이 먹을 수 있기 때문) 그런 기린들의 자손들이 늘어나면서 기린은 긴 목의 특성을 갖게 된 것이다.

목이 긴 기린이 결국 다수가 되었다.


비슷한 예시로 영국의 토종 나방인 후추나방은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진화한 사례로 유명하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 전체의 그을음이 가득하자, 천적 눈에 덜 띄는 검은색으로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진화 과정 역시 흰색 -> 회색 -> 검은색으로 점점 어두워지도록 변한 것이 아니라, 태초에 검은 나방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흰색 나방이 주류였던 시대의 돌연변이로 볼 수 있던 검은 나방이 더 많이 살아남게 되고, 개체군 전체의 색이 변하게 된 것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 즉, 돌연변이에 의해 해당 개체의 생존을 보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자연과학계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이 가장 적합한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 맞다.

[출처 : 유튜버 ‘북툰’]


집단에서 '소수'는 핍박받기 쉽다. 다수와 다른 모습, 성향은 배제시키기 쉽고 그로 인해 다수가 뭉쳐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인간 세계에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를 배척하는 경우가 너무도 잦았다. 요 근래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이 나아지지만 다름에 대한 힐난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다름과 마주할 때 이해보단 비난이 더 익숙한 모습. 나 역시도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름을 포용하는 마음이 작아짐을 느낀다. 하지만 하얀 나방이 다수일 때, 검정 나방을 짓밟아 멸종시켰다면 후추나방은 현재까지도 존속할 수 있었을까.


https://youtu.be/0-q1KafFCLU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outsider
걸음걸이, 옷차림, 이어폰 너머 playlist 음악까지
다 minor

넌 모르지 떨군 고개 위, 환한 조명이 어딜 비추는지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매년 연말이 되면 대학 교수들은 투표를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소개한다. 지난해 선정된 사자성어는 '아사타비(我是他非)' 였다.

나는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뜻으로 같은 상황에 대해 자신은 문제 삼지 않고 다른 사람은 비방하는 경우를 말하는 사자성어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이나 반성도 없다가, 상대방이 같은 사안으로 문제시될 때에는 비난만 앞세우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라 한다. 2021년 한 해도 참 많은 비방과 다툼을 마주했다. 우린 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여유가 없어서 혹은 소수가 될 용기가 없어서일지.


정제되고 명확한 자연과학 이론을 통해서도 우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목이 긴 기린이 없었다면, 검은 나방이 없었다면 지구의 생명체 하나는 사라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없다면 지구에 존재하는 생각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이성적인 사고를 위한 조각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변이와 다양성은 오류가 아니라, 생존을 보존하는 자산이 된다. 나와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괴짜 같던 이들이 천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을 존중하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줬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로켓 재활용, 전기차가 이토록 인류를 이끄는 산업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 그 사실을 마음 한쪽에 담아두고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우린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한 해의 마지막 날을 통해 다시금 다짐해본다. 내년엔 좀 더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여유롭게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기를.


모쪼록 다사다난한  해였다. 수플레의 일원으로  해간 여러 생각을 다듬고 활자로 표현했다. 멤버로 초대해준 민채에게 수플레를 했던 일이    잘한   손가락 안에 들고 싶다고 했었는데, 지킨  같다. 내년에 새로운 3기를 통해  다양한 글과 생각, 노래들을 추천받길 바라며, 2 활동은 종료한다. 2 작가 다섯 분과 독자 모두에게 건강한 새해가 찾아오길.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 여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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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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