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무리 Dec 25. 2015

분노 콘텐츠의 힘 및 가능성

대한민국은 분노 중, 과연 세상은 움직일 것인가?

분노하라


<분노하라>의 저자는 분노는 참여의 의지이며 분노하는 사람만이 행복한 인간의 표본이라고 주장한다.



 2011년 발간해 프랑스에서만 200만 부가 팔리고 전 세계에 분노 신드롬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책 <분노하라>의 저자는 분노하는 사람만이 결국 참여하는 사람이며 행복한 인간의 표본이라고 말한다. 


 분노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현재 상태를 방조, 묵인한다는 최악의 태도이다. 저자가 말한 분노는 어떤 감정의 발현이라기보다는 참여의 의지로 해석된다. 만약 우리가 분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참여의 기회를 잃고 만다. 분노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를 해야 한다. 결국, 불의에 맞서는 참여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며 참여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인간의 표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저자는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라고.


 현실에서도 그렇다. 분노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최근 한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을 사법처리로 이끈 건 분노의 힘이었다. 사정 당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 서부지검 수사팀도 초기에는 조 전 부사장 구속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이 방향을 잡아준 것이라는 것이다. ‘갑질 논란’에 화가 난 국민적 분노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되었다. 사회적 분노가 없었다면 재벌은 원래 재벌이니깐, 그들의 방식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집단 분노는 이처럼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잘못된 관행을 바꾼다. 무관심의 반대, 분노는 저항이며 저항은 곧 사회를 바꾸는 창조이다. 


건전한 분노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23년 동안 매회 큰 이슈를 몰고 다니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취재했다.


 1992년 첫 방송을 시작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올해 햇수로 24년 차에  접어든 시사프로그램이다. 2015년 4월 ‘한국 갤럽’이 만 19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TV 프로그램’ 선호도 조사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사 프로그램 가운데 유일하게 16위를 차지하며 20위권 안에 들었다.


 그만큼 <그것이 알고 싶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기업을 고발하면 불매운동이 일고, 미제사건에 다가서면 재수사가 진행된다. 대표적으로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집중 취재한 뒤, 2006년 1월 대통령 직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가 발족하게 되었고, 1999년 2월 ‘의문사 처리과’가 신설되었다. 2013년 5월에 방영된 ‘사모님의 수상한 외출-여대생 청부 살해사건 그 후’는 그간 명확한 기준이 없이 시행되었던 ‘형 집행정지’의 조건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역시 그 알’, ‘경찰보다 나은 방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들이 밝히는 프로그램 원동력은 “건전한 분노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이어진다”이다. 사회의 부조리함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프로그램의 노력은 ‘분노’로 이어졌고, 분노는 곧 세상을 움직였으며 다시 프로그램을 탄탄하게 만들며 파괴력을 가지게 만들었다.  


분노와 문화 콘텐츠의 시너지


 분노의 힘은 문화 콘텐츠와 결합되면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문화 콘텐츠의 특성 상, 문화 콘텐츠가 제작된다는 것 자체부터가 사람들은  상당수 일반 사회 문제보다 집중한다. 여기에 흥행과 입소문이라는 루트까지 이어진다면 사회적 무관심은 관심으로 바뀔 수 있다. 


영화 <도가니>는 2011년 일명 ‘도가니법’을 개정할 만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수년간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성폭력 및 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도가니 사건은 영화가 만들어 지기 전 미디어를 통해 여러 차례 다루어진 적이 있었지만 그 뿐이었고 이내 잊혔다. 그러나 영화 <도가니>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하자 사회가 움직였다. 2011년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는 ‘도가니 국감’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가니 사건에 대한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에 따라 일명 ‘도가니 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하고 시행하며 법적 제재를 강화하게 된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장애인과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7년, 10년으로 각각 형량을 대폭 강화했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도 폐지됐다. 영화에서 크게 문제가 되었던 피해자가 항거불능일 경우에만 성폭행으로 인정하는 조항도 삭제되는 등 문화 콘텐츠와 결합된 분노는 사회와 현실 전반 자체를 변화시켰다.


영화 <부러진 화살> 역시 분노와 문화 콘텐츠가 결합되면 나올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다.



 성균관대 김명호 교수가 재임용 소송에서 패소한 데 불만을 품고 재판장에게 ‘석궁 테러’를 가한 내용의 <부러진 화살> 역시 당시 재판절차가 투명하지 못한 점과 ‘전관예우’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2012년 현직 부장판사에게 법률에서 정한 가장 무거운 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6개월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 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현실과 사회적 법률을 변화시키지 못했더라도 문화 콘텐츠와 분노가 결합되어 흥행을 넘어 현실의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진 사례는 수없이 많다. 영화 <변호인>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과 맞물려 비난 여론을 증폭시켰고, <베테랑>은 ‘SK 최철원 맷값 폭행 사건’ 재주목, <암살>은 독립운동가  재조명했다. 영화 <내부자들>로 인해 ‘고위층 별장 성 접대’, ‘폭력 조직 선거 개입’, ‘스폰서 검사’, ‘대기업 노조 파괴’, ‘대기업 비자금 조성’, ‘불법 대선 자금’, ‘정계, 재계, 언론계, 조직 폭력계 커넥션’ 등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문화 콘텐츠의 힘은 대단하다. 여러 미디어가 오랫동안 주목을 끌기 실패한 사건도 문화 콘텐츠와 결합되어 성공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칠 만큼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있는 자의 횡포, 우리는 싸우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드라마 <리멤버>는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 <리멤버>에서 서재혁(전광렬)은 살인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범인으로 체포된다. 재벌 남규만(남궁민)이 돈으로 살인 사건을 조작했기 때문이다. 서재혁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 이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어버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증명할 수 없고 심지어는 자신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하게 된다. 물론 기억한다고 해도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회에서 부딪혀야 할 벽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엄청나다. 최소한 사회에 분노하고  대항할 수 있는 자신의 의지는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 콘텐츠의 한계’라는 나의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분노 콘텐츠의 근본적 한계와 구조주의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분노 콘텐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분노 콘텐츠의 근본과 본질, 한계를 정확히 파악한 뒤, 제대로 사회 부조리를 끊임없이 ‘기억’하고 ‘분노’한다면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상은 언젠가는 바뀌고 진화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역사’이고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이유’였다.


상업적 논리의 아이러니


 현대 사회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분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민감하고 불편한 소재의 분노 콘텐츠는 상당수의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기획을 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작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자본이 집중되어 있는 대기업 제작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소재로 가져와 개선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넣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의 분노 콘텐츠’는 ‘상업적 논리’에 따라 오히려 제작이 가능하기도 하다. 다소 불편한 콘텐츠일지라도 성과가 나온다면 제작이 가능한 것이 문화 산업의 특이점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산업은 문화적인 것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자본의 논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재벌을 비판하는 내용일지라도 영화 <돈의 맛>을 제작한 것도,  JTBC가 인권 현장을 다룬 드라마 <송곳>을 제작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결국 ‘힐링’에서 ‘분노’로 콘텐츠가  넘어온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즉, ‘대중’이다. 분노가 세상을 바꾸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대중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대중이 현실 인식과 실천으로 텍스트를 넘어 ‘분노’를 끌고 가야 대중의 갈망과 분노는 현실로 이어져 새로운 사회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이 계속적으로 일어난다면 문화산업의 상업적 논리로 인해 우리는 사회 부조리를 ‘기억’하고 ‘분노’할 수 있게 우리를 도와주는 분노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 문학과 지성사, 2001

김창남, 「대중문화론의 기초 개념과 관점」_『대중문화의 이해』, 한울, 2010

기사_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1111000329&md=20151114004030_BL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1111000347&md=20151114004004_BL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1111000372&md=20151114004002_BL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5111513267223101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167272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167274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906242&code=11131100&cp=nv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30228.99002113000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168176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31237

잡지_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636&contents_id=98664


                                                                                                                                  by 박효진

작가의 이전글 분노 콘텐츠의 한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