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화가 담고 있는 팬덤 문화 들여다보기 1
‘팬덤’이라는 단어는 ‘fanatic’이라는 열광자, 광신자라는 뜻에 세력 범위라는 뜻의 dom이 합쳐진 합성어이다. 즉, 특정 스타나 장르를 선호하는 팬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이후 TV의 보급과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사회적, 문화적 파급력을 획득하게 된 팬덤은 팬덤 문화라는 문화의 장을 이끌게 된다. 과거 아이돌 팬덤의 시초는 1980년대 조용필의 ‘오빠부대’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팬클럽이 형성된 가수는 1970년대에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남진이지만 본격적으로 대규모 오빠부대가 꾸려진 가수는 1980년대의 조용필이다. 이후 90년대 초반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팬클럽이 음악 소비자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팬덤 문화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파급력이 어마어마해지기 시작한다. 90년대 후반 HOT(1996), 젝스키스(1997), 신화(1998), god(방송 데뷔 1999)가 차례대로 데뷔를 하면서 팬클럽활동이 정점을 찍고 팬덤 문화의 다양한 파생 활동이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동방신기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21세기 팬덤 문화를 선도해나갔다. 그리고 2015년 현재 다양한 아이돌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팬덤 문화와 아이돌 가수는 불가분의 상생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아이돌과 현재 아이돌의 활동범위와 환경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팬덤 문화도 과거와 현재가 현저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70년대의 오빠부대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에서 가수를 응원하고 관람하거나, 사모하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보냈던 것에 그쳤던 반면 80년대의 오빠부대는 방송국을 찾아가 무작정 기다리다가 가수에게 사인을 받는 등의 비교적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인다. 팬클럽 활동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90년대부터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팬클럽 멤버들끼리의 유대감을 중요시하며 친목활동을 하는 등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시작하고 이후 가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생팬’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현재 다양한 아이돌들의 10대 팬덤들은어떠한 활동으로 각자의 가수를 서포트하고 있을까. 10대에게 가수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방법은 TV 방송이다. TV에서 타이틀곡에 맞춰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보며 10대들은 특정한 가수에게 서서히 ‘입덕’하기 시작한다. 특정한 가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음악방송 외에 그 가수가 활동하는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본격적으로 인터넷 팬카페를 가입하고 활동하기 시작한다. 활동의 본거지는 소위 ‘공카’라고 불리는 ‘공식 팬카페’. 공식 팬카페의 회원 수는 가수의 인기를 상징하기도 하며 ‘공식’ 타이틀이 붙은 만큼 소속사에서 전문적으로 카페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수의 스케줄을 공지하고 팬들끼리의 친목을 다지는 등 팬덤 활동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헤드쿼터의 역할을 ‘공식 팬카페’가 수행하고 있다. 또한 각종 포털을 중심으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팬카페와, 팬 블로그, 팬페이지, SNS 등에서 팬들은 가수에 대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활발한 팬덤 문화의 장을 구축해나간다.
팬카페를 들락날락거리고 가수가 등장하는 TV를 시청하거나 가수의 곡 순위를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스트리밍 하는 비교적 소극적인 온라인상의 팬층이 있다면,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팬덤은 전자에 비해 적극적인 활동 양상을 보인다. 앨범 구매와 밤낮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수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 녹화 현장을 따라 다니거나 생방송 형태인 라디오 방송(보이는 라디오)을 보러 가는 등의 공방을 뛰기도 하고, 가수의 콘서트에 가거나 가요 프로그램에 가서 응원봉이나 응원풍선을 들고 직접 응원을 하며 팬덤의 대외적인 규모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팬들 개개인의 활동이 모여 결국 큰 집단의 활동이 되므로 이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다.
팬덤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초반에는 가수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팬덤 간의 과열된 경쟁 등 미성숙한 팬덤 문화로 음지 문화라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지만,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팬덤 문화도 한 층 더 성숙해졌고 점차 긍정적인 색을 띠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팬덤 활동은 ‘선행 문화’이다. 과거 가수들의 생일 또는 팬과 가수 간의 의미 있는 기념일에 팬덤이 힘을 합쳐 모은 적지 않은 액수의 돈으로 가수에게 큰 선물을 보내는 것이 관례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공 문화’를 악용하는 몇몇 가수들이었다. 팬들이 기념일을 맞아 모금하는 액수가 꽤 큰 것을 잘 아는 가수들은 본인이 갖고 싶은 고액의 선물을 팬들에게 은근슬쩍 어필하거나 내비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자신들의 아이돌이 의도하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팬들은 기어이 그 가수가 원하는 고액의 선물을 가수의 품에 안겨주곤 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 사이에선 논란이 불거졌고, 한때 큰 이슈화가 된 적이 있다. 이후 10대들의 코 묻은 돈임을 잘 아는 가수들은 고액의 선물을 돌려보내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선물 관례가 이슈가 된 후 소속사에서 공개적으로 고액의 선물을 일체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올리거나, 의미 있는 일에 쓰는 것이 어떻겠냐는 팬들의 목소리가 점차 늘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기념일을 맞아 다양한 후원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의 선행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비스트 멤버 양요섭의 팬덤은 그의 이름으로 생일과 솔로 앨범 발매를 기념하여 시각장애인들에게 기부를 기획하고, 소셜펀딩을 통해 성공시키기도 했으며, 같은 멤버 용준형의 팬들이 콘서트를 기념하여 연탄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공시킨 사례는 성숙한 팬덤 문화를 주도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스타들의 공식행사에 쌀 화환을 보내는 것은 더 이상 희귀한 풍경이 아니고,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의미로 스타 이름을 딴 숲을 선물하는 사례도 제법 늘어나고 있다. JYJ의 박유천 팬클럽 ‘블레싱 유천’은 최근 전국에서 자체적으로 모은 중고도서 7000 여권과 후원금 1000만 원을 기부하여 전남 신안군 팔금도에 박유천 도서관 3호를 개관하였다. 특히 박유천 도서관 후원은 섬마을인 장산면에 1호점, 흑산도에 2호점을 개관한 바가 있다. 이 밖에도 많은 팬덤들이 참신하고 바람직한 팬덤 문화를 선도하는 미담이 늘어나고 있어 성숙한 팬덤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팬덤 문화의 활동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그 형태가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팬덤의 성숙하고 바람직한 모습은 곧 그 가수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팬덤이 가수와 함께 성장해나가려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내 가수가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것을 방어하고 차단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팬덤이 대중문화 속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앞장서 팬덤 문화의 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 문화가 사회 속에서 여전히 당당하지 못한 이유는 팬덤의 맹목적인 숭배가 미성숙하고 왜곡된 행동을 가수에게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사생팬. 어긋난 팬심이 보여주는 사생팬의 만행을, 다음 글 '사생팬과 팬 사이'에서 다뤄보려 한다.
by 손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