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사를 필사하는 것이 필사인생의 시작이었다.
듣는 음악은 쓰고 남기는 음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혼자서 손글씨 연습을 사부작사부작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뭘 써야 할지 몰라 워크북을 사서 연습을 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찾아낸 나만의 방법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떠도는 문장들을 필사하고 좋아하는 노래가사를 필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응원하던 가수가 있었던 터라 그의 노래부터 필사를 시작했다.
또박또박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하얀 종이 위에 내 글씨를 써내려 갔다.
"쓰고 나면 진짜가 된다"
진짜가 되어 내 마음에 저장되는 마법 같은 시간을 내가 경험한 이후로 나는 필사가 좋아졌다.
요즘 텍스트힙이라고 해서 여기저기 필사에 관심을 보이는 이웃님들을 많이 보곤 한다.
마음은 있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나는 노래의 가사를 써보라고 권한다.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오래 하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서 감동을 받는지 나와 자주 대화를 해보면 좋다.
처음엔 낯간지러워 힘들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제법 뻔뻔해지고 익숙해진다.
나 스스로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주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런 소소한 시간들이 쌓이고 나의 취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취향은 변한다.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초창기에 노래가사를 주로 필사했다면 독서에 취미를 붙이고부터는 문장 필사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간간히 취향의 노래들을 필사하고 블로그에 인증도 했었다.
소소화게 쌓여가는 필사기록들이 내 취향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고 SNS 공간이었지만 이웃들의 응원과 공감을 받으면서 나도 위로받고 인정받는 시간들이었다.
취향이 쌓이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쌓이면 인생이 된다.
어쩌다 발견한 취미로 내 인생이 다채로워지고 있음을 나는 기억하고 확신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내 인생을 다채롭게 해주는 취향의 시간들은
결코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다정한 시간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