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을내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고, 틈틈이 어떤 일을 하는 것.
모두가 그렇겠지만, 워킹맘의 24시간은 누군가 짬을 내어 무언가 하지 않으면 그저 흘러가 버리는 시간이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해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지는 전적으로 내 몫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두고 차마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독한 결심 없이는 도저히 힘든 일이었다. 이건 내 경험일 뿐, 자신만의 시간을 내는 다른 엄마들을 탓하려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회사에서 보내주는 2박 3일간의 연수를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 아빠한테 보라고 해”, “이럴 때 가면 좋다”, “애 볼 사람이 너밖에 없어”라는 말들이 오갔지만, 아빠가 봐도 되고 하루나 이틀 정도 엄마와 떨어져도 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럴 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렇게 짬 내기 힘들었던 시간들을 지나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젠 짬을 내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취향 찾기가 시작되었다. 짬을 내어 평소 관심 있던 것들을 찾아보고 실천해 보면서 단조로운 일상에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사실 처음부터 필사를 한 건 아니었다. 당시 짬을 내어 하는 활동 중 하나로, 뒤늦게 한 가수의 팬이 되어 덕질을 시작했다. 가수를 위한 SNS 응원 활동에 대부분의 짬이 쏟아졌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응원이 나에게 더 맞다고 느꼈다.
알고리즘 덕분에 가수뿐 아니라, 내가 관심
있었던 캘리그래피 관련 정보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노래나 드라마 명대사를 캘리그래피로 써서 인증해 놓은 피드를 보며, 나도 예쁜 손글씨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내 손글씨 여정이 시작되었다.
물론, 처음의 손글씨는 형편없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캘리애>님의 피드를 보며 혼자 연습했지만, 꾸준히 쓰는 활동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더 느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짬을 내어 꾸준히 하다 보니, 취향의 사치는 반드시 짬을 내서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즐거운 마음 한 스푼과,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나만의 멋짐 한 포인트를 구사할 줄 아는 자신감이 결국 내 길을 열어 주었다. 지금도 나는 나의 멋짐을 찾아 취향의 사치를 부리고 있다.
짬을 내어 하는 즐거운 일들에 망설임은 필요 없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혹은 아이들 때문에 시간이 쪼개져 있더라도, 결국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오늘도 나는 짬을 내어 내 취향을 찾고, 그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은 이벤트들이 모여 언젠가는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멋지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주저하지 않고 내 길을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