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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좀 하면 어때요?

by 별민이

실수 (失手)

조심하지 아니하여 잘못함. 또는 그런 행위.





"따르릉—"
전화 한 통이 울렸다.

"감사합니다. ○○과 별민입니다."

"저 올해 일한 ○○인데요, 지금 서류 신청을 하러 왔는데 제가 대상자가 아니래요.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

분명히 확인했던 건데…
어딘가 잘못된 걸까?
급히 전화를 끊고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봤다.

연말이면 한 해 동안 일한 기간제 근로자들의 마지막 신고가 몰린다.
그 과정에서, 한 명의 신고를 잘못 입력했던 것이다.

하늘이 노래졌다.


그저 실수 하나였지만, 마음은 크게 내려앉았다.

‘이번엔 정말 꼼꼼히 확인했는데…’

책상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꼼꼼하기로 소문난 직장 동료가 떠올랐다.
조심스레 물었다.

“이런 실수,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한 번 더 보시면 됩니다.”

그 말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었다.
이미 몇 번이고 봤고, 확인했고, 체크했었다.
그런데도 실수는, 스며들 듯 찾아왔다.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
실수 하나에 온종일 마음이 무너졌던 나를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그런 나를 너무 몰아세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속으로 말해주었다.


"실수 좀 하면 어때."



실수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실수를 어떻게 마주하느냐겠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그렇게 나를 다독였다.


실수도 결국은 나의 일부다.
20년 차 워킹맘인 나는,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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