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애 Jul 19. 2024

선생님께서 우리아이가 공부를잘한대요.(feat.책읽기)

먼저 이 글은 어줍잖은 잘난척을 하려고 쓴 글이 아님을 밝혀둔다. 초등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성적이란 중학교 때 한번 뒤집어지고 고등학교 가서 또 한 번 뒤집어 지는 것을.


다만 미취학 시절 독서습관이 어떻게 아이의 공부습관, 학교 생활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말하고 싶다. 아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엄마가 읽어주는 책 속에 몰입해온 <매일의 습관>은 의외로 많은걸 가져다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한달 학기초 상담이 실시됐다. 참고로 우리아이는 코로나 시국에 입학한 아이라 입학식도 부모님 없이 했고, 교실도 입학 첫 날 알아서 찾아가야 했다. 그러니 당장 공부말고도 부수적인 것들이 얼마나 신경이 쓰였겠는가. 

또한 미취학 때는 유치원생을 데리고 공부를 시킨다는건 가혹한 것 같아서 한글 뗀 후에는 책읽기 밖에 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담임 선생님과의 첫 상담도 별 생각이 없었다. 더하기 빼기나 잘 따라갔으면 하는 수준이라서.


어머님은 아이 학교 들어오기전에
책 많이 읽어주셨죠?


선생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첫 문장이었다.


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기분. 


그동안 목아프게 읽어주고, 책장을 뒤집었다가 엎었다가 했던 수고들이 그 한 문장으로 보상받는 듯한. 잠든 둘째 아이를 안고서 물 한 잔 떠다놓고 첫째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말 시켜보면 티가 나요. 수업시간에 뭘 질문하는지 요점을 잘 파악한다 랄까. 아이가 참 똘똘하더라구요. 그런데요 어머님, 아이에게는 교과서가 너무 쉬워서 시시할것 같아요. 새롭게 배우는 내용이 없으면 앞으로도 학교 공부가 재미없을 거예요. 그러니 아직 선행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

.

.


의아했다.

나는 선행을 한 일이 없었다. 따로 교과서를 구해서 뭘 가르쳐준 적도 없었고, 그럴 기운도 없었다. 둘째 아이가 겨우 두 돌쯤이었으니 내 수면시간도 식사시간도  뒤죽박죽이었다. 그런데 선행을 할 여유라니.


게다가 아이가 알면 또 얼마나 안단 말인가. 모두가 알다시피 초등학교 일 학년 교과서에는 어려운 내용이 없으니 아이는 지루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었겠지. 그보다 첫 학교생활에 잔뜩 긴장하고 있어서 보여진 표정은 아니었을까.


그 후로도 선생님 말씀처럼 선행은 하지 않았다. 교실에서 새롭게 배우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아직은 그래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추후 특목고나 의대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커리큘럼이 또 다를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초등 공부는 책읽기가 8할 쯤은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 대한 선생님들의 평가는 해마다 비슷했다.


더할 나위 없는.
우리반 아이들 모두가 인정하는 아이.


감사하게도 아이는 이중생활을 완벽하게 잘하고 있었다. 집에서 응석받이에 예민보스인걸 생각하면 아이의 사회생활은 훌륭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걱정하는 것보다 바깥생활을 훨씬 잘해낸다더니. 우리 아이 역시 그런가 보다.


나는 초등 입학을 준비하며 아이에게 책읽기밖에 해준 게 없었다. (전편에서 적었듯이) 책육아와 학원비의 상관관계에 대한 솔깃함이 있었고, 거창한 사교육을 시킬 만큼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유치부 때는 태권도 학원만 겨우겨우 보냈다.


학교에  입학하면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가 학년을 올라갈 때마다 새로 튀어나온다. 대부분은 사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책읽기에 공들이는 집은 의외로 많지가 않다. 그리고 영유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던 잠시 방황해도 책읽는 환경을 놓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그저 전집 서너 질을 아이 책장에 꽂아주는 걸로 만족한다.


때문에 내영유아시절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일은,


공부에 대한 이해력,

엉덩이를 붙이고 선생님께 집중할 수 있는 인내심,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


등등 많은 것을 가져왔다.

그래서 지금도 주위의 일곱 살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말한다.


늦지 않았으니 학교가기전 책 많이 읽어주라고.

나중에 공부하는 데에 자양분이 될 거라고.


물론 우리 아이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처럼 독서시간이 많지는 못하다. 나는 의지의 문제라고 보는데 아이는 수행평가나 단원평가 준비, 독서록 숙제같은 요인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언제부턴가 예체능 학원을 돌고 와서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으며 학습 만화를 보고 낄낄대기 바쁘다.(학습만화가 나쁜것은 아니지만 줄글책과의 병행은 꼭 필요하다.) 아이의 머리가 클수록 강제 독서를 시키기도 만만치가 않다.


너는 예전에 읽은 책심으로 공부를 하고있잖아? 아직까지야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겠지. 하지만 줄글책에 빠져읽은지가 오래 됐지? 너 그러다 곧 바닥을 드러낼걸.


요새 나는 아이에게 악담 아닌 악담을 하고 있다. 

꾸준히 즐거운 독서를 했으면 싶은데. 지금의 독서가 중등, 고등 가서 자양분이 되어주길 바란다. 그것이 문해력이든 배경지식이든 아니면 교양이나 인문 소양이든.


언제나 책읽기는 가장 중요하다.




이전 02화 나의 책육아 이야기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