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학군지에서 마이웨이입니다.
학군지 옆 조용한 우리 동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도시의 비학군지다.
그러니까 유명 학군지와 사거리를 두고 억울하게(?) 비학군지가 된 동네다. (물론 그 사거리 때문에 번지수가 갈려 집값에 몇 억이 왔다갔다 하긴 하지만.)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고등학교 학군은 지역범위가 넓다.) 그 친구가 그 친구고 그 엄마가 그 엄마다. 놀이터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작아진 아이 옷을 물려줄만큼 인심은 시골동네 못지 않게 좋은 곳이다. 실제로 나는 임신 중에 부른 배를 내밀고 걸어가다가 모르는 또래의 여자에게 유모차를 얻은 일이 있었다. 만삭인 것 같은데 혹시 필요하다면 아기용품을 물려주고 싶다고.
그렇게 한번 관계를 맺어두면 수퍼에서 약국에서 수시로 마주칠 만큼 동네가 작다. 가는 곳도 다들 뻔하다. 그래서 혹시라도 얼굴 붉힐 일이 생기면 이사를 가야 꼬리표가 끊어지는 곳이다. 어쩌면 부자동네 못지 않게 늘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곳.
학교도 마찬가지다. 유치원부터 쭉 같이 올라온 친구들이라 내 집 네 집 아이들 성향과 성적을 다 안다. 약간 과장해서 '어디 아파트 몇 동 몇 호' 하면 그 집 아이가 어떻고 학교, 학원은 어디며 걔가 몇 학년 때 뭐가 어쨌다는 둥 소문이 빠르고 꼬리표가 길다. 거기서 나아가 그 집 엄마가 학교를 쫓아갔는데 그 집 아빠는 화가 나서 뭐가 어쨌다는 둥 뒷이야기가 끝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대부분이 그렇듯 동네의 소문은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고 모인 카페에서 주로 완성된다. 카페일 때도 있고 놀이터일 때도 있다. 우리동네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카페는 오전 아홉시 전후가 가장 장사가 잘 된다.
때문에 서로가 말과 몸가짐을 조심히 해야 한다. 누군가의 불편한 뒷말을 했다가는 대번에 그의 귀에 들어간다. 시간은 딱 반나절이면 족하다. 덕분에 우리 동네 학교에는 예의 있는 아이들과 순한 학부모들 뿐이다.
하지만 물속에서 분주하게 헤엄치는 백조처럼 속내는 약간 다를 수 있다. 보여지는 이미지만큼 그저 순진하게 , 욕심없이 아이를 키우는 집은 한 집도 없을 것이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러하듯 요즘 젊은 부모들답게 교육열이 지대하다.
나는 처음 이 동네를 발견했을 때 작고 조용한 분위기에 한눈에 반했었다. 그렇게 이사를 와서 첫째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된 지금까지 이곳에 살고 있다. 그리고 조용한 동네의 모습은 내가 마이웨이로 귀닫고 사는 내 성격 때문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리 보여지는 것만큼 조용한 동네가 아니었다는 불편한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