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냉장고에 들어가다

by 김민관

코끼리 냉장고에 들어가다


가네시는 인도 사람이다.

한국에 온지는 삼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

아무래도 자기나라 언어에 대해 자부심이 강해서인지

한국말을 배우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은 쓰리디 업종이다.

대개의 외국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인들과는 차별 대우를 받는다.

세월이 바뀌고 처우가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결국은 예전과 거기서 거기다.

가네시가 배웠던

어느 한국 속담에 그런 말이 있었다.

새발의 피...

아니 도토리 키재기였던가.

아무튼 뜻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과거나 현재나 달라진게 없다는 뜻이였다.

차라리 한국의 장애인들이 그들보다 대우를 잘 받는 편이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말 한마디를 해도 곱게하고

부당한 일이 생기면 먼저 챙겨준다.

여기에 대한 속담은 확실히 알고 있다.

가제는 게편.

속담대로 한국인들은 타지 사람들에게 불친절하다.

단지 먼 지역에서 온 같은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일 뿐인데도

외국 노동자를 만나면 꼭 못볼걸 본 마냥 행동한다.

차라리 벌레를 보는 얼굴이 더 정겹지 않을까 싶다.

그 시선은 때론 차갑다 못해 무서울때도 있는 것이다.

가네시는 바로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그건 가네시가 이 회사에 막 들어올때쯤의 일이다.

그가 일하는 공장은 하청받는 일이 너무 적어서

거의 망해가기 일보직전이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가네시가 입사하고 나서부터

갑작스럽게 공장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현상이

가네시란 그의 이름이 지니고 있는

일종의 행운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유독 그에게는 차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가네시는 인도의 코끼리 신 가네시

즉 행운의 신과 이름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에게 끔찍한 일이 생겼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쇠를 절단하는 기계에 가네시의 손가락이 끼여버린 것이다.

결국 새끼손가락 하나가 절단이 되고나서야 기계에서 손을 뺄수 있었다.

뉴스를 통해 종종 들었다.

쓰리디 업종에 종사하다보면 이런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쇼크를 일으켰다.

그리고 기절을 했다가 하루가 지나 병원에서 깨어난다.

손가락에는 낯선 느낌의 붕대가 감겨 있다.

손 한 귀퉁이가 허전하다.

잠시후 한국인 의사가 찾아와 말했다.

당신의 새끼손가락이 기계 안으로 빨려들어가

봉합수술을 미처 할 새가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손가락이 절단될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가네시가 손을 움찔 거렸다.

며칠후 사장님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는 회사가 너무 바빠 찾아오지 못했다고 사과하더니

잠시후 가네시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외국인 노동자법 이야기를 자세하게 꺼내놓았다.

그러나 너무 복잡해 알아들을수 없는 이야기뿐이였고

다만 이해한것은 한가지.

가네시는 외국인 노동자라 한국인 보험이 적용 안되며

다만 십시일반 직원들에게 모았다며

가네시에게 건네준 삼만원에 대한 변 뿐이다.

그가 사장을 쳐다본다.

너무 기가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사장은 그의 손을 한참 만져보더니

곧 병실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가네시는 텅빈 병실에 쓸쓸히 남았다.

한달후 그는 퇴원수속을 밟고 병원을 나왔다.

공장을 찾아가다

마침 떠오르는게 있어 서점에 들렸다.

이 억울한 상황을 어딘가 호소할 곳이 없을까하여

법과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려 온 것이다.

한참을 돌아보니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법률 책이 한권 보인다.

그가 먼지를 털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책을 피려는 순간

의자 아래에 알록달록한 책이 떨어져 있다.

작고 조그만 미니북이였는데

그 앞에는 ‘100가지 유머 센스집’ 이라는 한국말이 적혀있다.

가네시가 가만히 책을 들췄다.

첫장에는 코끼리 한 마리가 우스꽝스럽게 그려져있다.

-유머 1-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하나, 냉장고 문을 연다

둘, 코끼리를 넣는다

셋, 냉장고 문을 닫는다

가네시는 선뜻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서

다시금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그려져있던 두 번째 코끼리 그림을 확인한다.

냉장고 문에 코끼리 코가 끼어 잘려있다.

옆에는 코끼리를 억지로 냉장고에 넣은 사냥꾼이 보인다.

그는 코끼리를 억지로 냉장고에 넣은게 재밌있는지 낄낄대고 웃고 있다.

그가 다시 책 제목을 본다.

백 가지 센스 유머집.

가네시는 그제야 이해가 갔다.

그리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인도와 한국의 유머 코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너무나 거대한 코끼리.

이 동물은 실제로 냉장고에 넣을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한 논리로 가능케 만듦으로서

역설적인 유머를 발생시킨다.

실로 단순한 개그다.

가네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법 이야기를 보려고 서점에 들렸지만

스트레스도 풀겸 유머책을 읽기로 한다.

과연 한국인들의 유머는 어떤 것일까.

그때 마침 가네시는 자신의 다친 손가락을 바라봤다.

어느새 아침나절 병원에서 맞은

응고제 효과가 다했는지 붕대끝이 빨갛게 부어올랐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찌릿찌릿하다.

그래 잘렸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근 삼십년동안 그와 함께했던 손가락이

십초도 안되는 순간에 잘려버리고 말았다.

이를테면 이 유머책에 있는 코끼리마냥 코가 잘려버린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의 잘린 코와는 다르게

자신의 손가락이 잘린 일은 전혀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다.

설사 외국인노동자를 우습게 보는

한국인들이라 할지라도

가네시의 잘린 손가락을 보면 끔찍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잠시나마 안타까워 해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머책은 어디까지나 유머로만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만약 유머라는 것이 현실의 문턱을 넘어 이 세계로 넘어온다면

세상은 정말 끔찍한 곳이 되고 말거다.

가네시가 재차 유머책을 펼쳤다.

그리고 나머지 유머들을 읽는다.

어느새 가네시가 그림속 사냥꾼마냥 껄껄대며 웃고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찬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