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A씨의 하루

by 김민관

소설가 A씨의 하루


소설가 A씨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까.

여러분들이 그에 대해 궁금해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거든.

A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특별해.

남들이 모두 B라고 보는 것을 혼자서만 A라고 보는 사람이지.

그래서 나는 그를 소설가 A씨라고 불러.

소설가라는 게 뭐라고 생각해?

소설과 수필이 다른점은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에 달려있어.

소설은 허구를 다루는 장르거든.

그래서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소설은 모두 뻥이야.

거짓말 이야기라는 거지.

하지만 거짓말이란 것에 대해

사람들이 대개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은 어쨌든간에 작가라고 불리고 있지.

왜일까.

대저 불륜이든 사기든 요즘 유행하는 보이스 피싱이든간에

그 모든게 거짓말이라는 진실되지 못한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소설가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직업임에도

엄연히 작가 취급을 해주고 있지.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단 하나야.

이 세상에서 소설가만큼 창작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 없거든.

사람들은 대개가 지어낸 이야기든 없는 이야기든 신기한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고

또 그것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어.

해서 그렇게들 소설에 열광을 하는거야.

한편 소설가는 거짓말을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이 목적한 바를 전달하기 위해

비유가 섞인 이야기를 지어내기 때문에

독자들은 다소의 거짓말들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주는 셈이지.

말하자면 선의의 거짓말인 셈이야.

말이 길어졌지.

아무튼 난 소설가 A씨 이야기를 하려고해.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A씨에 대한 이야기를 한 가지만 더 할게.

A씨는 소설가답게 평소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들을 다 집어넣고 다녀,

한데 남들이 모두 그를 특이한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반해

그는 되려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을 거꾸로 이상하다고 말하지.

아이러니 하지 않아?

더 골때리는 건

A는 자신을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

A가 스스로 자신을 특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다른 말로 그의 정체성은 뭐지.

많은 사람들은 그를 A의 시선을 가진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이 B의 시선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해.

내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해.

아이러니하면서도 아이러니 하지 않은

소설가 A씨에 대한 이야기지.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게.

어느날이였어,

그는 간만에 작가로서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났어.

한적한 해변가 호텔에 숙소를 잡고

산책을 하기 위해 바닷가로 나와 모래를 어슬렁거렸지.

A는 꼭 여행길이 아니여도 자주 이렇게 산책을 나서는데

그 이유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야.

하루 종일 엉뚱한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가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해 과부하가 걸린 머리를 식혀주어야 했거든.

요컨대 산책의 목적은 이거야.

쓰잘데기없는 요상한 생각들을 알기좋게 잘 정리하는것,

또한 그것을 인류의 사랑 우정 정의와 같은

어떤 위대한 가치들과 비유 대조를 함으로써

이 재료들을 소설로 승화시킬수 있는지 없는지 가늠해보는것.

이것이 그가 산책을 하는 진정한 목적이야.

해서 그날도 A씨는 이런 이유로 해변을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었지.

그런데 우연히 그의 눈에 해변가에 앉아있는 한 여인이 목격됐어.

그녀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는데

A씨는 그 모습을 발견한 순간

갑자기 뒷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

왜?

그건 A씨가 가지고 있는 어떤 생활습관 때문이야.

어째서지?

그는 해변가에 발을 담그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아.

뭐 살려면 어쩔수없이 샤워도 해야하고 목욕탕도 가긴 하지만

그건 단지 씻기위한 수단일뿐

아무 연고도 없는 바닷가에 발 담그는 일은 절대 네버 하지 않거든.

이유는 찝찝하잖아.

양말을 신고 있는데 애써서 그걸 벗고 바닷가에 들어간다고?

그럼 젖은 발은 어떡해.

언제 그걸 말리고 있느냔 말이야.

그렇다고 젖은 발 그대로 양말을 신어봐!

아이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아무튼 A씨처럼 정신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바다에 발을 담그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였어.

그런데 그녀는 손에 양말을 든 채로 얕은 물에 서 있었지.

A씨는 생각했어.

저 여인은 어떤 사람일까.

대체 무슨 이유를 가지고 저러고 있는 거지.

도대체 왜 이런 풍경좋은 해변가에서

저런 해괴망칙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걸까!

자 이제 내가 서론을 길게 이야기한 이유를 알 것 같지 않아?

A가 이런 사람이란걸 알라는거야.

그는 남들이 그저 흔하게 지나갈 일을 가지고도

이런 시각을 가지고 모든 것을 생각하지.

그러니 하루도 편하게 살 날이 없는거야.

하지만 반면에 소설가 A씨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

살아오며 느끼지 못한 독특함을 대면할때마다 매번 뛰는 심장의 고동이지.

그러나 사람은 가슴이 뛰면

바로 앞에 있는 상대에게 자신이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는 실험이 있지.

결국 A씨는 새로운 것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자신이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으로 간단히 치환해버렸어.

그리고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시간이 되면

차나 한잔 마시지 않겠냐는 대책없는 행동을 일으키지.

허나 그녀도 마침 아무 일이 없었어.

A씨처럼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숙소 옆에 나와 해변을 거닐고 있던 중이였기 때문에

뭐 그러자고 했지.

좋아요.

그는 주머니를 뒤적여 돈을 확인 후

커피집에 그녀를 안내했어.

그리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네.

직업은?

나이는?

글쎄 보통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했겠지만,

소설가 A씨는 이런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

그는 그저 그녀가 왜 발을 물에 담그고 있었을까 하는.

오직 이게 궁금했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지.

마침내 답답했던 여자가 먼저 그의 직업과 나이를 물어봤고

A는 건성건성 자신의 소개를 했어.

뚝. 뚝.

끊어지는 대화.

잠시후 그녀의 얼굴을 살펴본 그는

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눈치챘지.

그는 생각했어.

아니 오해했어.

앗 내가 너무 솔직하지 못했나.

남녀관계에 있어 너무 뜸을 들이고 있었군.

물어볼게 있으면 즉각즉각 물어봐야 하는 것인데,

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A는 그렇게 또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물어보았지.

저기요 왜 아까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나요?

남자의 황당한 질문에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한 후 대답했어.

그냥요.

네?

그냥.

뭐라고요?

여자가 대답이 없어.

왜 자꾸 똑같은 질문을 하냐는 눈치야.

그는 고민했어.

그냥?

대체 이게 무슨 대답이야.

그런게 어딨어.

그냥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설마 그냥 발을 물에 담그고 있었다고 이야기한 건가?

잠깐!

난 여기까지 나름 잘 설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혹시 이런 A가 잘 이해가 안 갈 사람들을 위해

한 일화를 들려줄게.

하루는 A가 어린시절 이런 일이 있었어.

친구들이 한데 모여 나무 올라가기 시합을 했지.

그런데 한 친구가 A에게 이런 말을 했어.

바나나를 먹으면 나무에 훨씬 잘 올라갈수 있다.

어린 A는 놀랐지.

뭐?

반신반의 했지만 한 번도 경험을 해 본적이 없기에

A는 서둘러 그 친구가 건네준 바나나를 먹었지.

맞아 상표 있는걸로.

그리고 나무에 올랐어.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자신이 마치 원숭이마냥 나무를 순식간에 올라타는거야.

이럴수가.

친구의 말이 사실이란 말이야?

A씨는 그날 그 일을 겪고 나서는

함부로 누군가를 의심하지 않게 됐어.

그리고 생각했지.

세상의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

말하자면 바나나를 먹으면 나무를 잘 탈수 있다는 것처럼

어떤 결과 뒤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원인이 존재한다는 거야.

인과관계.

그러니 이런 개념을 확고히 가지고 있는

A에게는 그녀의 말이 도저히 납득을 하기 어렵다는 말이야.

그녀가 그냥. 이라는 말을 한 순간.

그의 머리가 마구 뒤엉키기 시작한 거지.

다시 말했어.

저기 뭔가 원인이 있지 않나요?

바다에 발을 담근 이유가.

하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아뇨 이유 없는데요. 라고 대답했고

소설가 A는 그녀 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게 있었지.

이번엔 그녀가 묻기 시작했어.

소설가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소설을 쓰시나요.

공상과학 소설을 쓰고 있습죠.

어디서 사시나요.

일정치가 않습니다.

어떻게 소설가가 되셨나요.

우연히 쓴 소설이 공모전에 당선이 됐거든요.

A는 연달아 대답을 했어.

하지만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아까전 그 생각때문에

결국 답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시작했어.

제가 말이죠 일전에 이런 적이 있습니다.

어릴적 저희집 컴퓨터가 고장이 난 일이 있죠.

전 고장난 컴퓨터를 어떻게든 고쳐보려 했지만

더욱 상태가 나빠지기만 할뿐 전혀 나아질 기색이 없었어요.

수리기사를 불렀지만

당장에라도 컴퓨터가 고쳐지기를 바랬던 저는

컴퓨터에 손을 얹고 빨리 나아라 제발 고쳐지렴 하고

일종의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손을 떼자마자 컴퓨터가 잘 작동하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훗날에 이것이 할머니의 약손 효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우리가 배탈이 나면 애정 가득한 할머니의 손이 치료약이 되지 않습니까.

그날은 제 손이 컴퓨터를 낫게 한거에요.

믿거나 말거나.

요는 그겁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습니다.

어떤 현상에는 반드시 이유가 존재하지요.

해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당신에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할것이다 바로 이 말입니다.

A씨가 긴 대사를 마쳤어.

그러자 그녀는 가만히 눈을 깜빡거리다 이렇게 말했지.

저는 종교 없는데요.

네?

종교가 없다고요?

그런.

맙소사 이건 또 무슨 말이야.

A는 더욱 혼란에 빠졌어.

이 여성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

난 지금 종교 이야기를 한게 아닌데.

말이 잘 전달이 안 됐나?

A는 내친김에 어릴적 경험했던 바나나 일화를 꺼냈지.

나무를 타기전 상표붙은 바나나를 먹으면 더 잘 탈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

그러자 그녀가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녀는 이렇게 말했어.

나무 잘 타시나봐요 대단한데요?

팔 좀 만져봐도 되요?

작가라면서 힘도 좋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박수소리.

정말 놀라운 행동이였지.

A씨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떡하니 입을 벌렸어.

동시에 그녀는 그런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고 말이야.

자 이제 이야기가 끝나가네.

만약에 예전 A씨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 처해

너무 당황을 해서 그 일을 두고 몇날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을거야.

하지만 그도 이제 성인이고.

책도 여러권 낸 엄연한 전업 작가인데 뭐 이런 일을 한두번 겪겠어?

그도 아주 조금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똑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고.

어느새 적응을 해가고 있었던 거야.

해서 얼마전에 야심차게 준비한 그것을 꺼냈지.

바로 노트.

뭔가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럴때는 억지로 이해를 하려고 애쓰지 말고

우선 그를 자기 소설의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해보잔 결심을 한거지.

객관화시키기.

이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수많은 정신의학 박사들이 누누이 이야기하고 있지.

하여 노트를 펴고 그가 말했어.

실례될수 있지만

제 소설에 당신을 등장시켜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네.

얼마든지요.

대답을 들은 그는 볼펜을 들고 그녀의 모습을 간단하게 스케치했어.

얼마든지라.

그가 그녀의 모습 아래에 별표를 하고 ‘얼마든지’ 란 글자를 적었지.

그리고 이렇게 물었어.

정말 쿨하시네요.

제 말은 말입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글에 그대로 나타난다면,

조금 부끄럽지 않나요.

그러자 그녀가 말했지.

뭐 어때요?

오히려 즐거운 일인걸요.

멋지게 등장시켜줘요.

A씨는 그런 그녀의 말을 계속 받아적으며 점점 마음이 편안해졌어.

참 성격이 좋은 사람이구나.

아무런 일면식도 없었던 나의 제안에 이렇게 거리낌이 없다니.

그리고 펜을 내리며 그는 마침내 이해했어.

아! 이제야 알겠다.

그녀가 왜 해변에 발을 담그고 있었을까.

그건 바로 이 여인은 굉장히 쿨한 사람인데

바로 그런 쿨한 성격 때문에

자기와 닮은 차가운 바다에 발 담그기를 좋아하는 거였다.

오케이. 이해했어.

아니야 그건 오해야 A!

그러나 우리의 A는 그 순간 쾌재를 불렀네.

그는 도저히 납득할수 없었던 것이 마침내 이해가 되었을때.

속으로 만세를 부르곤 하거든.

그리고 A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어.

답을 마침내 찾았습니다.

당신은 바로 그 시원시원한 성격 때문에

자신과 닮은 차가운 해변에 발을 담그고 있었던것 같군요.

그러자 그녀가 활짝 웃었지.

A의 가슴은 또 다시 쿵쾅거렸고 말이야.

왜일까.

그건 그녀가 마치 별과 같았기 때문이야.

A가 살아오며 발견해왔던 어떤 별과도 또 다른 모습의 새로운 별.

같은 지구에 살지만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라는 별을 말이야.

그가 노트를 다시 폈어.

그리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소설을 신나게 구상하기 시작해.

나는 이런 그를 소설가 A씨라고 불러.

여러분에게도 이런 친구가 주위에 하나씩은 있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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