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
문제 1. 다음을 읽고 이어질 문장을 문맥에 맞게 서술하시오.
바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였다.
바퀴가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와 발명 이후의 시대는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퀴의 발명이후
운송력이 현격히 증가되고 나라들간의 무역도 활성화 되었으며
더 이상 사람들이 물건을 힘겹게 들고 이동하지 않아도 됐다.
이런 점으로 보아 분명 바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그러나 (굵은 글씨)
현수가 여기까지 읽고 생각에 잠겼다.
논술 문제다.
분명 문제가 말하는 바는 이해가 되는데
머릿속이 굴러가지는 않는다.
그러나가 나왔다.
이 접속사가 문맥중에 사용됐을때는 필시 앞선 문장과 반대되는 서술이
이어지는 것이다.
라고 국어시간에 귀가 닳도록 배웠다.
하지만 뭐라고 써야하나
고민된다.
평소 현수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였다.
해서 객관식 문제라면 암기를 해 어렵지 않게 풀어냈지만
이런 논술문제는 정말 맹탕이다.
주관을 서술해야 하는 문제.
도대체 뭐라고 써야할까.
자신의 생각엔 이 문제에서 예로 든 것과
또 다른 의견이 떠오르지 않는다.
현수도 적극 공감한다.
바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맞다고.
그 순간,
앞으로 차 한 대가 쌩 지나간다.
빨간신호가 켜진다.
현수는 도로 옆 벤치에 앉아 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후로 차 여러대가 쌩쌩 지나간다.
차 뒤꽁무니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왠지 차들의 바퀴속에 이 답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을것만 같다.
차는 빠르다.
하지만 확실히 튼튼하고 동그란 바퀴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기가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오늘날 인간들의 이 발달된 문명은
실로 어마어마한 바퀴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빵빵!
현수가 놀라 앞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적소리에 그의 고막이 아프게 울렸다.
차 한 대가 멈춰섰다.
썬팅된 차라 안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요란한 모양의 차 한 대가 도로 한복판에 떡하니 멈춰서서
뒤 차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바로 뒤차가 경적을 울린다.
연이은 빵빵 소리.
하지만 앞 차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뒷차가 참다못해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어 보지만
앞 차는 아스팔트 위에 바퀴가 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
마침내 뒤 쪽 운전수가 화가 나
문을 벌컥 열고 내렸는데
그 순간 앞 차가 냉큼 출발을 한다.
잠시 황당한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던 그는
차가 떠나간 방향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얼굴은 상기됐고 사물이 분간되지 않는 듯.
사방을 향해 삿대질을 한다.
하지만 그가 서 있는 곳은 여전히 도로 한복판이다.
끼이이이익!
두 대의 차가 그 운전사를 알아채고 길 위에 멈춰섰다.
그리고 그 차를 따르던 또 다른 세 대의 차가 뒤이어 멈춰선다.
현수는 어안이 벙벙해 이 광경을 빤히 쳐다봤다.
다들 이 일이 왜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갑자기 교통정체가 발생했고
운전자들은 모두 문을 열고 도로에 나와
어느곳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지른다.
현수가 귀를 막았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본다.
바퀴가 보인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바퀴.
속도에 관해서라면 이 세상 어느 물건에도 뒤지지 않는 그 위대한 바퀴가
바로 지금 멈추어있다.
그러자 뒷통수를 얻어맞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문제의 답을 써낼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뭔가 떠오른다.
이게 바로 깨달음이란 건가.
하지만 생각하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기는 참 어렵다.
이래서 국어가 어려운 것이다.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라 연기처럼 뭉실대긴 하지만
그것을 글로써 정리를 하자니
다시 그 연기가 넘실대며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현수는 다시 낙담한 기분이 되어
벤치에서 일어나 집으로 걷는다.
손에 문제집을 모아쥐고 오르막을 오른다.
그때 그의 앞에 리어카를 밀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짐은 산더미인데
어떻게 저런 거대한 수레를 밀고 있는건지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다시 보니 수레 아래로 사람 다리가 있었다.
잰걸음으로 앞서가니 수레 앞에는 왠 할아버지가 있었다.
알고보니 노인부부 내외가
수레를 함께 끌고가고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수레를 끌고 있었고 할머니는 수레를 밀고 있었다.
현수는 왠지 마음이 찡해졌다.
그런데 리어카 바퀴는 터져서 이미 바람이 푸슉푸슉 새어나온다.
그가 다가가 할머니 옆에서 수레를 함께 밀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웃으며 고맙다고 말한다.
수레를 겨우 꼭대기에 올린후 한숨을 돌리자
노인 내외가 현수에게 인사하고 곧 사라진다.
다시 길을 걸어 내려오던 현수는
문득 아까전 바퀴 문제가 떠올랐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이라는 바퀴에 장점에 대한 반론 문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는
어떤 문제점이 존재하는가.
비교를 해본다.
아스팔트를 달리는 승용차의 바퀴와 오르막을 오르는 리어카 바퀴.
겉보기에는 자동차 바퀴가 훨씬 빠를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아까전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가 않다.
어떤 대립이 벌어진 상황에선 아무리 성능좋은 자동차라도
단 1cm 를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에 반해 수레바퀴는 끝없이 움직일수 있다.
도와주는 사람만 있다면 함께 협력하여 꾸준하게 움직일수 있다.
무엇이 더 나은 것일까.
자동차 바퀴일까, 리어카 바퀴일까.
현수는 다시 문제집을 펼쳐보았다.
‘그러나’ 뒤에 나오는 답이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아리송하다.
생각이 좀체 정리되지가 않는다.
수도없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왔다갔다 한다.
국어시간에 배우던 선생님 말을 떠오른다.
‘화자가 누구냐’
화자가 누구냐고?
맞다 먼저 이 문제의 화자를 찾아야 한다.
이 문제의 화자.
즉 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이 문제의 주인공은 바퀴다.
하지만 바퀴는 화자는 아니다.
화자란 어디까지나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그렇다면 이 문제의 화자는 사람이 아닌게 아닐까.
말도 안되지만 바퀴를 화자로 바꾸어 생각해볼까.
엉뚱하기는 하지만 이렇게하면 답을 찾을수 있을것 같다.
현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문제집에 있던 본문위에 크게 엑스를 쳤다.
그리고 그 옆에 새로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문제 1. 다음을 읽고 이어질 문장을 문맥에 맞게 서술하시오.
인류라 불리는 현재의 사람들, 즉 크로마뇽인들은
바퀴들에게 있어 최고의 발견이였다.
원숭이로부터 서서히 진화해온 그들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진 않지만
이 땅에 존재하는 바퀴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바퀴가 인류를 발견하고 나서와 발견하기 이전의 모습이
오로지 바퀴들만 살아가던 시대와는 커다란 차이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멈춰있기만 하던 바퀴들을 굴러가게 만들었다.
또한 광물이였던 바퀴들을 꺼내 모양을 이리저리 변형시켜
둥글에 만든후 이것이 바퀴라고 처음 명명한 것도 인간들이다.
덕분에 바퀴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양하게 변모할 수 있었고
바다 건너 먼곳에 살던 바퀴들이 서로 만나 반가움을 나눌수 있게 됐다.
정말이지 인류는 바퀴들에게 있어 크나큰 축복이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인류에게도 한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배려라는 것이다.
인류에게는 배려라는 감정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사용할때는 바퀴들을 문제없이 굴러가게 하지만
그 배려심을 사용하지 않을때는 아무리 친해진 바퀴라도 서로 으르렁 거리에 만든다.
배려는 인류 최고의 악점이자 강점이다.
현수가 펜을 놓았다.
확실히 여기까지 쓰니 문제의 요지가 보인다.
‘그러나‘ 란 접속사 이후 나와야할
주관이 확실히 떠오른 것이다.
문제를 살펴본다.
그리고 문제의 가장 윗 줄에 있던 문장을 수정했다.
‘배려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이제야 문제가 확실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