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효과

by 김민관

도미노


‘안녕하세요 여러분 굿모닝 좋은아침 입니다.

오늘은 2부 오프닝 멘트로 어떤 단어에 대해 소개해보려 하는데

혹시 도미노 효과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도미노 효과란 어느 한 부분을 건드렸을때 그것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결국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일으켜지는 것을 뜻한답니다.

일반적으로 안좋은 일이 연달아 벌어졌을때

도미노 효과가 일어났다는 말을 하는데

하지만 여러분

오늘은 한번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어느 한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톡 건드렸을 때

좋은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황도 있을수 있다는 거지요.

그것 역시 도미노 효과랍니다‘

라디오 전원을 누른다.

짜증난다.

아침부터 저런 헛소리를 듣고 있을 필요는 없지.

오늘은 회사 면접날이다.

몇 달전부터 수도 없이 제출했던 면접서류를 보고

드디어 어제 전화가 걸려왔다.

때문에 양복까지 사입고 긴장을 하며 하룻밤을 꼬박샜는데

차를 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이 방향으로 차를 몰아본적이 없던 나의 판단 미스다.

허나 빨리는 가야겠고

차는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니

가슴이 점점 달아오른다.

커다란 손이 있다면 앞 차를 옆으로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럴수야 있나.

난 그저 속력을 높여 앞차를 들이받는 상상을 해보고 있다.

‘여러분 도미노 효과 들어보셨나요’

어여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하긴 그건 그렇다.

도미노 효과는 내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가령 내가 앞 차를 박으면 그 차가 앞차를 박고 또 그 앞차가 앞차를 들이박는다.

그렇게 10중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물론 라디오 여자 아나운서가 그런뜻으로 이야기한건 아니겠지만

굳이 도미노 효과를 현상적으로 표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실 실제로 그런일이 일어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눈앞을 보니 내 차와 앞 차 사이의 간격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만큼 좁아터졌다.

그러니 어쩌면 가능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0중 연쇄 추돌사고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떻게 될까.

만약...만약에 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펑하고 벌어지고 나면

앞에 있던 나머지 차들의 주인이 쏜살같이 달려와

내게 피해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난 하루아침에 쪽박신세가 될테고

가족들은 빚에 허덕이겠지.

그럼 얼마 후에 아내가 본색을 드러내고 이혼을 요구할 것이다.

난 얼마안되는 돈을 위자료로 몽땅 지급할텐데

때문에 가난한 자식들이 비행을 시작할거다.

결국 그 모습을 견디다못한 나는

도둑질을 감행하고 감방에 갇힌다.

그 후는 더 뻔한 일들이 일어난다.

감방에 있던 질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 나는

한 방에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어느 범죄자의 유횩에 넘어가

출소후 그를 따라 나쁜짓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지명수배가 되어 담벼락에 사진이 나붙는다.

더욱이 경찰들을 피해 전국을 떠돌게 된 나는

다시한번 감옥에 갇혀 몇 년을 더 썩다가

감옥을 돌며 강연을 하던 한 신부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모범수로 석방이 될 것이다.

이후 사회로 나와 지난일을 잊고 새출발을 하려 하지만

마침 면접을 보는날 아침 고속도로에서 차가 콱 막힌다.

그래 바로 이 상황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숨이 턱 막힌다.

난 단지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 보았던 이야기를

머릿속에 과장되게 펼쳐본 것이였는데

그것이 참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그런 일들이 일어날 리는 절대로 없고

나 또한 앞 차를 박을 생각이 없다.

그 순간 누가 내 차를 박는다.

‘크으’

뒷 사람이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그는 창문을 두드리고 명함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그것을 받을 기분이 아니였다.

열 받는데 목 부러진 시늉이라도 해볼까.

하지만 문득 방금 떠올렸던 상상이 머리속에 빠르게 스쳐간다.

‘죄송합니다 출근하던 길인데 마음이 급해서 그만’

그가 정중히 사과를 했다.

그러니 사과를 하는 그의 모습이

출소후 두부를 먹는 불쌍한 사내의 모습으로 클로즈업된다.

내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는 그가 내민 명함을 받았고

곧 창문을 닫은후 다시 차를 몰았다.

도미노 효과.

만약 내가 저 사람의 사과를 받지 않고

심한 욕을 하거나 돈을 요구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뭐 그럭저럭 잘 해결은 되겠지만

어쩐지 도미노 효과라는 것이 일어나서

저 사람의 인생이 단단히 꼬여버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스운 상상이지만 우리네 세상일은 한치앞도 모르는것이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 회사에 도착하고

서둘러 사무실을 찾아가니

이미 면접장은 정리가 되고 있었다.

관계자를 찾아가 사정을 말해보았지만

그는 내가 시간이 늦어 탈락됐다는 결과만을 전해줄 뿐이다.

쓸쓸한 심정으로 집에 돌아가는데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바로 아침나절 내 차를 박은 사람이다.

그는 아까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사과를 못했으니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며 나를 가까운 식당으로 초대했다.

마침 면접도 떨어져 시간이 널널했던 나는 그가 부른곳으로 차를 몰았다.

다시 만나니 그는 꽤 말끔한 인상의 사람이였다.

이후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도중

그가 내가 면접을 본 회사의 과장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그는 이런 우연이 있냐며 놀라워했고

내 사정을 듣고난후

곧 자신이 회사의 인사부장님과 매우 막역한 사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부장님은 인간 됨됨이를 중요시하는 편이라

시간을 칼같이 지킨다며

자신이 나를 도울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마음놓고 들고가라고 한다.

다음날이 되자

내 핸드폰에 새로운 문자메시지가 도착해 있다.

그것은 회사에 추가로 합격되었다는 통지서였다.

난 어제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고

급하게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며칠이 지나 나는 다시 고속도로위에 올라탔다.

이번에도 역시나 차가 막혔지만

난 다시는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출근을 해 시간은 넉넉했다.

라디오에서는 얼마전 들었던 그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굿모닝 좋은아침입니다 시작할게요.

그런데 시작에 앞서 한 청취자 사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전에 제가 2부 오프닝 멘트로 도미노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들은 한 청취자분께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도미노 효과가 생겼다며

고맙다는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우와 재미있네요 그럼 오늘은 1부 오프닝 멘트를 생략하고

이분의 사연을 읽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내 사연이다.

방송까지 탈 것이라 생각하고 보낸것은 아니였는데

이렇게 앉아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정말 놀랍다.

그리고 한편으론 신기했다.

긍정적인 도미노 효과라는게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좋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도미노 효과.

난 라디오의 볼륨을 한껏 높이다가 다시 생각했다.

바로 수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 세상이

도미노판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니 이왕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라면 주변을 망가뜨리는 도미노보단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도미노가 되고 싶다.

나라는 한 명분의 힘이 실린 작은 도미노.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위해 약하게나마 힘을 실어주고 나면

그 힘은 판을 한바퀴 돌아 나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어 다가온다.

바로 진정한 도미노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과의 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