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가을을 음미하며

그렇게도 바랐던 계절

by 김민혜

해가 갈수록 유달리 더워지는 여름이 지나고 있다. 여름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 내 삶도 변하고, 점차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점점 길어지는 여름을 어떻게 하면 잘 견딜 수 있을지 고민하는 요즘이었다. 내 나이가 무색하게 여름에는 나이도 상관없구나, 느껴지는 하루들이다. 꼭 여름이 젊음을 잡아먹는 거 같으면서도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 청춘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 참, 어여쁘다.


나도 저랬던 시절이 있었다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저 화창한 젊음이라고 어쩜 그리도 달려는 여름을 예쁘게 잘 맞이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안 예뻤던 시절도 없던 거 같다. 먼 미래에 내가 오늘의 나를 돌아보면 지금 시절의 나도 참 찬란했다고 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더웠던 여름을 잘 버텼고, 버티는 중이다.


그런데 더운 날에 힘들게 돈벌이를 하고 나면 가족들에게 꼭 무얼 사다 주었다. 자글자글 찌는 계절에 무얼 그리 사들고 갔느냐만은. 동네에 있는 장터에 들러서 가족이 좋아하는 과일을 사다 주었다. 그리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 더웠던 체온이 싹 내려가는 듯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치킨을 사들고 오거나 맛난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들고 오실 때면 그저 좋아라 웃었는데. 이제는 그 무겁고도 쓰라린 마음을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아, 그 미소 보려고 힘든 날을 견뎠구나. 내 세상이 여기에 있었네. 내 소중한 세상을 지키려고 오늘날까지 버텼구나. 그럴 때면 여름에 욱해서 불쑥 올라오는 짜증을 혼자 내다가도, 그래 맞아. 오늘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에 잠기곤 한다.


여름은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도 다가오는 시원함의 감사를 알기 위해 이토록 덥게 만드나, 싶다. 너무 더워서 아스팔트가 펄펄 끓을 때, 집에 와서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나와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면 그 순간을 위해 여름을 누리고 있는 듯하다.


아, 여름만 되면 드러나는 살들이 싫어서 다이어트를 다짐한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 열심히 매일매일을 그냥 다짐만 하고 지나갔다. 한국인은 밥심이지.


여름도 한국인 밥심은 못 이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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