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혜 Jul 04. 2024

인생 살 때 여기 어때

별점 4.5

지구에서 태어나 행복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해지는 시절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숨만 쉬며 살아가기 바빴다. 그래도 실습은 열심히 다녔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하고 12시가 되어서야 지하철을 타기도 했다. 2학년은 별 탈 없이 지냈다. 그리고 여전히 뚜레쥬르 주말 알바를 하며 지냈다.


2018년의 일기장의 절반 이상은 알바 이야기와 학교 다닌 이야기다. 매장 전체를 혼자 보기로 결정되었을 때, 걱정했었다. 걱정을 앞당겨서 하는 것도 버릇이니, 안 하는 게 좋지만. 그게 사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차차 적응해 나갔다. 벚꽃은 지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던 날, 그때 나는 다이어트를 외치면서 무얼 먹고 있는지 일일이 적었었다. 그러면서 꾸준한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을 존경했다.


그리고 나의 우울증은 같이 살아갔다. 이때의 나는 2년 전 아버지가 나에게 한 말을 생생하게도 기억했다. ' 정신 차려서 살아야 된다. ' 그 당시의 나는 꽤나 충격적이고, 절망적이었다. 나는 그저, ' 그래, 많이 힘들었지. 아빠가 미안해. '라는 위로와 공감의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신 차리라는 아버지의 말만 생각하면 짜증 나고 너무 싫고, 화도 났지만 하나님의 용서하라는 성경 말씀 구절 때문에 힘들어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사람들하고 부딪혀 사는 게 힘들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 지구인데, 내가 힘들자면 어쩌잔 건가. 그런데 힘들어도 뭐, 별 수 있나, 싶다.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니 존중하며 살아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학교 동기들과 엽기 떡볶이를 시켜 먹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즐겼다. 나는 이때의 기억을 정말 행복한 추억으로 남겨두고 있다. 학교에서 떡볶이를 배달시켜 먹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한 참이나 걸은 뒤, 근처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었다.


그때만큼은 우울증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안 했다. 그 순간을 즐겼다. 그래서 다른 감정이 나에게 찾아오는 순간들이 참 좋았다. 내게 다른 감정이 찾아올 때는, 음식을 먹는 순간이었다. 치킨을 먹고 국수나무에서 돈가스를 시켜 먹는 순간들이 행복했다. 음식이 주는 행복이 너무 커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지도 모른다.


여담으로, 나는 크리스천이다. 어렸을 때 언니의 손에 붙들려 작은 동네 교회에 간 기억이 있다. 그때는 억지로 간 게 싫어서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신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2018년 5월 13일에 쓴 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하나님이 함께 하는 날은 축복받은 삶이다. 어제 하나님께 알바 기도를 드렸는데 진상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계산 실수를 해도 손님분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넘어가 주셨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달라해서 드렸더니 아이스로 안 줬다고, 뭐라 하시길래 그건 좀 억울했지만... 아니, 그래서 한 번 더 물어봤잖아요. 아무튼 화낼 수 있는 상황인데 하나님이 함께 해주셔서 어제의 모든 상황이 너그럽고 좋았다. 너무 신기하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은 이런 건가? 정말 나와 함께 해주시고 계시구나. 아, 그리고 앞으로 토요일마다 혼자 하기로 했다. 하나님께 돈 더 벌고 싶다고 부족하다고 말씀드렸는데, 혼자 하기로 했다. 하나님과 함께 라면 할 수 있다.  


제일 힘든 순간에는 사람에게 기대지 않았다. 신의 힘을 빌려 살아갔다. 돈이 부족하거나, 인간관계가 지치거나, 학교를 가기 싫은 순간에 투정을 부렸다. 그런데 신의 힘을 빌리면서 교회는 안 나갔다. 웃긴 상황이었다. 그저 마음으로 기도만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길 바랐다.


그래야 살 것 같았다. 그러다가도 시간이 지나서 알바를 관두고 싶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돈은 부족했기에 꾸준히 나갔다. 그래서 2018년의 내 인생은 학교와 집 그리고 알바가 전부였다. 그러다 생각이 깊어지면 일기에 내 감정을 적어 내려갔다. 나는 날씨에 대해 적는 것도 좋아했다. 비 오고 난 뒤의 선선함과 시원함이 바람결에 실려 들어와 너무 좋았다. 여름이 오기 전의 소나기는 습하고 찝찝하지만, 그 전의 날씨는 좋았다.


그리고 살에 관해 이야기했다. 인생의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며 한탄했다. 맛있는 걸 그토록 많이 먹었으니, 안 찌는 게 이상했다. 흔히들 말하는 레전드 시절로 돌아가자며, 다이어트를 하자고 다시 다짐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무너졌다. 여름휴가를 가게 되면서 맛있는 것을 먹었기 때문이다. 8월 말에 제일 더울 시기에 인천 바다로 여행을 갔다. 초등학교 동창과 갔는데 정말 더울 때라 맥을 못 추렸었다. 거의 40도에 달하는 날씨였다. 역사상 최고의 폭염을 찍은 날. 우리는 역에서 만나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해서 바다까지 갔다. 걸어가기 너무 더웠지만, 예쁜 밀짚모자를 쓰고 갔기에 땀을 뻘뻘 흘려도 숙소까지 걸어갔다.


우리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TV를 시청하며, 치킨을 시켜 먹었다. 저녁에는 소주를 한 잔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에는 친구가 먼저 잠들었지만, 나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밤바다가 꼭, 내 마음 같았다. 심해 같은 마음처럼, 바다도 그랬다. 한참 동안이나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고 밤을 지새웠다. 소리만 듣고 있자니, 편안한 마음이 들어서 침대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봤다.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숨을 쉬고, 놀고, 자연을 보고, 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살게 했다.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그 순간들이 모여 생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생각 없이 사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사소한 순간들이 나를 만들었기에. 여담으로, 소제목을 별점 4.5를 채운 건 나머지 5 퍼센트는 잘 꾸려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꼭 만점인 삶이 아니더라도, 내가 행복하면 별점 5점을 주고 싶다. 이제 막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이전 05화 괜찮아, 우울증이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