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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만식 Jul 05. 2023

‘계단’ 단상

멀리서 계단을 보고 무척 놀랬다. 실물로 보는 각도는 이보다 더하다. 이보다 높은 계단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일반 주택가로서는 처음이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 신림동 달동네를 갔던 적이 있다. 지금이야 딴 세상이 됐지만 서울에도 달동네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 당시 한 번가고는 다시 못 올 곳이라며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 부산 송도로 가던 중에 본 계단이다. 신호등 앞에 멈춘 틈을 타 찍은 사진이다. 저 계단에 참 많은 사연이 있겠다 싶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곳을 오르내렸을지, 이런저런 잊지 못할 추억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마도 그 추억은 전쟁통에 처음 이곳을 찾은 실향민들이 그 시작이지 안았을까 싶었다.



살기 위해 터를 잡고 집을 짓고 힘겨운 삶을 이어갔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애 꿇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이어온 삶의 자리를 그다음세대가 이어가는 땅의 세계, 삶의 자리, 존재의 기억 그 흔적들이 스쳐 지나갔다. 소중하고 아름답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곳,



쉽지 않은 첫 계단에서 그 끝을 올려다보며 “계단이 너무 높아 오를 수 없어”라고 저마다 처음엔 포기 선언으로 시작했겠지만 이내 첫 발을 내딛고 한 발 두발 딛다 보면 어느새 그 끝을 밟게 되는 경험을 모두가 했으리라, 이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 또 어디 있을까,



인생이 ‘계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계 한 단계 오르내리는 계단 같다는 생각, 지금까지 나도 잘 올라왔다는 생각, 오르다 보면 그 끝에 도달하겠지만 미리 그 위를 보진 않으려 한다. 그저 밟는 한 단계, 한 단계에 최선을 다할 뿐, 즐기고 누리고 오르는 기쁨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끝에 서 있지 안 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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