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계단을 보고 무척 놀랬다. 실물로 보는 각도는 이보다 더하다. 이보다 높은 계단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일반 주택가로서는 처음이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 신림동 달동네를 갔던 적이 있다. 지금이야 딴 세상이 됐지만 서울에도 달동네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 당시 한 번가고는 다시 못 올 곳이라며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 부산 송도로 가던 중에 본 계단이다. 신호등 앞에 멈춘 틈을 타 찍은 사진이다. 저 계단에 참 많은 사연이 있겠다 싶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곳을 오르내렸을지, 이런저런 잊지 못할 추억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마도 그 추억은 전쟁통에 처음 이곳을 찾은 실향민들이 그 시작이지 안았을까 싶었다.
살기 위해 터를 잡고 집을 짓고 힘겨운 삶을 이어갔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애 꿇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이어온 삶의 자리를 그다음세대가 이어가는 땅의 세계, 삶의 자리, 존재의 기억 그 흔적들이 스쳐 지나갔다. 소중하고 아름답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곳,
쉽지 않은 첫 계단에서 그 끝을 올려다보며 “계단이 너무 높아 오를 수 없어”라고 저마다 처음엔 포기 선언으로 시작했겠지만 이내 첫 발을 내딛고 한 발 두발 딛다 보면 어느새 그 끝을 밟게 되는 경험을 모두가 했으리라, 이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 또 어디 있을까,
인생이 ‘계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계 한 단계 오르내리는 계단 같다는 생각, 지금까지 나도 잘 올라왔다는 생각, 오르다 보면 그 끝에 도달하겠지만 미리 그 위를 보진 않으려 한다. 그저 밟는 한 단계, 한 단계에 최선을 다할 뿐, 즐기고 누리고 오르는 기쁨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끝에 서 있지 안 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