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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만식 Oct 05. 2023

폭력의 위상학

추석 연휴가 쉬이 지나갔다. 코로나 이후 첫 한가위여서 더 애틋했다고 하는데…, 난 부모님을 뵙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아직 장거리 운전이 여의치 않아 무리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책, [폭력의 위상학]을 읽었다. 위상학이라는 말 그대로, 폭력이라는 주제를 시대별로 인과관계의 도식화로 풀어낸 책이다.



고대사회로부터 중세, 근대, 현시대의 사회 변천 과정에서 폭력이 어떤 모습으로 변천되었는지 그 근거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며 오늘날 후기근대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작용을 고발한다.



주권 권력에 의한 고대사회의 고문, 착취, 죽음, 피의 폭력은 근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규율사회, 감시사회로 그 모습을 바꾸었고 오늘날은 그런 부정성의 폭력이 아닌 긍정성의 폭력으로 폭력이 내부화된 자기 착취로 나타나는 성과사회임을 밝혀낸다.



그 결과 이 시대를 가리켜 저자는 과잉생산, 과잉축적, 과잉소비에 의한 자기 착취, 자기 학대로 이어져 결국 스스로에게 폭력을 행하는 결론을 낳게 하는 끔찍한 성과사회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탁월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성과사회의 자기 폭력에 의한 결과로써의 고통의 문제를, 이 사회가 긍정적 심리학으로 철저히 속여가며 고통 없는 사회라고 거짓을 말한다고 면밀히 밝혀낸다.



그의 책, [고통 없는 사회]는 그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과 성과사회가 속이는 이상자아의 거짓됨을 조명하며 이 사회가 주체적 개인에게 주어진 자유와 해방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학대하는 결과 고통이 만연된 사회임을 고발한다.



그런 차원에서 [고통 없는 사회]는 저자의 역설적인, 반어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이어지는 책은 [사물의 소멸]이다. 그 책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한 번 더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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