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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만식 Oct 05. 2023

길 위의 철학자

“길 위의 철학자”로 유명한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 (Eric Hoffer, 1902년 7월 25일– 1983년 5월 21일)가 어릴 때부터 즐겨 들었다는 베토벤 교향곡 9번 제3악장이다. 이 곡은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후, 작곡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에릭 호퍼가 이 곡을 즐겨 들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처한 삶의 굴곡 때문이라는 것, 가장 힘들 때마다 이 곡을 들으며 용기를 냈다고 하는데…, 에릭 호퍼의 삶을 통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그가 일평생 길 위에서 쓴 글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면밀한 해석이 담겨 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아무런 배움 없이 평생을 노동자로 길 위에서 살며 독학으로만 미국을 움직이고 세계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지, 그 당시 유럽에 비해 인문학 수준이 낮았던 미국 사회에 엄청난 인문학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중요한 건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40대 때 책 한 권, 50대 때 책 한 권, 60대 때 책 네 권, 70세대 때 책 한 권을 썼다는 것, 그가 남긴 글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고 사유가 깊이 있게 녹아 있다는 데 있다.



그의 글과 남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그 어떤 희망보다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 물론 이 말은 파우스트를 썼던 괴테의 말이기도 하지만 용기 하나로 굴곡진 자신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주체적으로 살아냈다는 것, 이것이 그를 통해 받은 감동이 지 아닐까 싶다.


그에겐 그 어떤 학위도, 자격증도 필요 없었고 심지어 학교도, 교실도 필요하지 않았다. 부딪히는 모든 것이, 모든 상황이, 모든 사람이 책이었고 교실이었고 선생님이었다는 것, 그 속에서 그는 그 어떤 학자보다 탁월한 학자가 되었고 사회를 움직이는 철학자가 되었다는 것.



그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배움터이고 모든 이들이 바로 선생님이다. 이 아침, 그의 글과 삶을 생각하며 그가 좋아했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제3악장에 나 역시 흠뻑 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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