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 이 순간

by 민만식

‘다시 선 이 순간’



우리는 여기에 서 있다.

세상은 여전히 침묵한다.

우리의 이름, 우리의 과거,

그 어떤 것도 빛나지 않는다.


우리는 던져졌다.

알지 못하는 여기에,

택하지 않은 자리에.


우리는 이제 안다.

본질은 앞서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를 만들고,

내가 나를 다시 쓴다.


스쳐간 모든 것이 우리를 형성한다.

부조리한 세상에 ‘예’라고 대답하는 것,

그것이 카뮈가 말한 반항이며,

우리 존재의 증명이다.


세상은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든 의미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우리는 오늘도 묻는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서 있는가?”


대답 없는 세상이지만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마주한다.

그리고 걸음을 뗀다.

우리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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