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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미 Jun 14. 2017

괜찮을 리 없다. 당신,

괜찮지 않은 걸 괜찮다고 급히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청춘에게 해줄 위로나 희망 뭐 그런 뻔한 것들 있잖아요? 잘 아시죠?
그런 글들 쓰시면 돼요. 최대한 쉽고 짧게. 어차피 길면 읽지도 않아요."
이름만 들어도 아는 큰 출판사 미팅에서 베테랑 경력을 자랑하는 편집자의 말이었다.
그의 뒤로 병풍처럼 쌓인 책들이 폐지로 보이던 순간. 그의 눈에 나는 솜사탕 기계 정도로 보였으려나.


다 괜찮다고, 쭉 행복할 거라는 달콤한 말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글들이 사랑을 받고 있으니,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인 것도 틀림없다.

물론 나도 희망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도 하지만

무조건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그리 쉽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달콤한 위로를 건넬 만큼 스스로 단단하지도 못할뿐더러 

누군가의 슬픔과 상처에 함부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없다



괜찮을 리 없다 당신.
많이 아플 거고 아직 다 흘리지 못한 눈물이 가득할 텐데.


어서 웃으며 핑크빛 세상의 빛을 쬐자고, 손 끌고 나오는 일이 정말 위로가 될까.
솜사탕 같은 말이 순간을 달콤하게 해준다 해도 다시 혼자 들어앉아 있어야 하는 곳은 어둠인데.

환한 밖으로 이끌고 나오는 게 아니라, 어두운 방에 함께 쪼그려 앉아 슬픔을 마주하고
희망을 조심스레 그려보는 그런 위로가 되고 싶다.


'나도 어둠 속에 있었을 때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하니까 그래도 좀 견딜만하더라.
슬픔에도 집중할 시간이 필요해, 충분히 더 울고 나가자.'


내 약한 마음을 먼저 꺼내 얘기하며 작은 공감 정도 주고 싶다.

당장 달콤하지 않더라도 곱씹다 보면 천천히 단물이 나오는 이야기.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당신이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괜찮지 않은 걸 괜찮다고 급히 넘기지 말자.

인스턴트 같이 쉬운 위로에 마음이 소비되지 않기를.








#.12 열두 번째 번짐.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 _ 민미레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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