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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미 Mar 13. 2020

무기력에 대처하는 마음가짐

Q. 무기력이 덮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무기력.


단어 자체도 무겁게 엉겨 붙는다. 기력 앞의 ’무‘가 ’무‘거운 코끼리처럼 앞을 막고 있는 것 같다. 

무기력을 느꼈을 땐 이미 정신과 몸이 완전히 점령당한 후라 일상이 가위에 눌린 기분이다. 

무기력이 찾아오면 벗어나기 위해 나름 애썼다. 괜히 이것저것 해보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보려고 하지만 어느 하나 마음에 끌리는 게 없다. 무기력한 상태를 자주 겪으며, 무기력을 가만 들여다보니 그것을 꼭 피해야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무기력은 강제적으로라도 쉬어야 하는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지금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고, 지금 네 마음이 힘들다고, 신호를 줘도 못 알아채는 어리석은 나를 위해 과부하가 되면 자동으로 꺼지는 난로처럼 자동 멈춤 되는 시스템. 

무기력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이것저것 시도해도 그 시기에 하는 것은 그냥 허우적대는 것일 뿐이다. 몸은 서 있더라도 마음은 그림자처럼 누우니, 몸과 마음이 멀리 떨어져 포개지지 않는 상태다. 하는 둥 마는 둥 일이 잘 될 리 없고, 누워서도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니 온전하게 쉬는 시간마저 되지 못한다. 



우리 그냥, 기울어지는 대로 눕자





무기력을 어떻게든 밀어내려고 했던 예전과 달리, 이젠 무기력과 함께 누워버린다. 마음이든 몸이든 기울어질 땐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이 시기야말로 내가 원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 자신의 마음 방향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그러고 보면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잘 가고 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아무리 바쁘고 잘해나가는 것 같아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원하는 건지, 남이 바라는 내 모습이었는지 헷갈린다. 그래서 바쁘게 움직이는 날들 속에서도 어딘가 모를 공허함을 느끼고 그게 무기력으로 커지며 급정거가 된 것이 아닐까. 의미 없이 가속도 붙어 굴러가는 삶의 바퀴 하나가 빠져버리면서 덜컹.

당장의 일상을 무너뜨릴지 몰라도 전체의 흐름 안에선 꼭 멈췄어야 하는 시기를 만들어준 거라고, 그렇게 무기력을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아, 내가 지금 원하는 게 이게 아닌가? '
의심해보고 가야 할 길을 조정하도록. 

   




꼭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가만히 숨만 쉬는 것도 인간의 할 일일 것이다. 늘 너무 많은 시간을 무언가 추구하며 움직이고 있으니, 마냥 길어 보이는 무기력의 시간도 그것에 비하면 찰나일 뿐이다. 무기력의 장점 중 하나는 마음이 솔직해진다는 것이 있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하는 약속들을 긍정적으로 보던 평소와 달리 ‘하기 싫어!’ ‘만나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먼저 손을 든다. 하기 싫은 것을 자연히 구분하며 나를 무겁게 했던 것을 하나씩 떼어나갈 수 있다.

무기력이 짓누르는 와중에도 하고 싶고, 만나고 싶고, 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간추려진 것부터 해나가며 나를 알아갈 때 무기력은 당분간 멀찌감치 떨어져 삶의 바퀴를 다시 굴리게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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