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덤에 쌓이는 탑
전해지지 않는 말들은
모두 영혼의 무덤에 쌓여갔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서 나오는
말들이 다른 사람의 영혼까지 전달되도록
더 큰 소리로, 더 설득력 있을려는 논리로
혹은 경험으로 주장하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영혼의 무덤에 말들을 쌓는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심지어 나도 돌아보지 않았던 언어의 무덤 속
나의 진실한 말들이 모여 있다
사랑합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알고 싶어요, 그건 아닌것 같은데요.
같은 말들이 점점 불어나서 아래쪽으로
탑을 쌓고는 영혼의 무게를 늘린다
우울증은 사실 영혼이 눌려서
아파하는 소리의 다름 아니다
잃어버린 것은 시간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언어를 잃어버린 지금
다른이의 욕망이 가득 담겨진 언어로
자신의 영혼의 온도를 유지한다
어느 온도가 되면 그 때 당시 기억한
다른이의 언어들이 독사의 혀처럼 낼름 거린다
한번 물면 절대 놔주지 않는 것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영혼을 기절시킨다
나는 고민에 빠진다
똑같이 해주어야 할까
몇 단어를 꺼내어 본다
옹알이들에 벌써 독이 묻어 있다
이건 아닌것 같아서 나의 온도를
찾아가는 시간의 언덕에서
여전히 마중나와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난다
우유부단함
미약함과 소심함
영혼의 무덤을 다녀오면
그 시간의 굴곡들이 남아 있다
나는 더 이상 이 것들을 무시하지 않고
영혼의 아픔도 어루어 만진다
어떤 목적이, 어떤 이유가 생기면
낼름거림이 아니라
영혼의 진실함에서 나오는 언어로
세상에 다가가야지하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영혼의 무덤에 탑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