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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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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Feb 07. 2019

무언과 허용

십자가까지도 참으신 이유

병사들이 예수를 관저로 데리고 들어가서

부대 전체를 불러 모았다


그들은 예수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나무로 엮은 왕관을 그분 머리에 씌웠다


그리고 예수를 주롱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의 왕 만세!"


그들은 몽둥이로

그 분의 머리를 때리고


침을 뱉고 무릎을 꿇고서

그분께 경배하는 시늉을 했다


실컷 즐기고 난 그들은 예수의 자주색

망토를 벗기고 다시 그 분의 옷을 입혔다


그런 다음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갔다


마가복음 15장_메세지 성경




잡히시고 나서 내내

빌라도의 사형이 언도되기까지도


로마군사들의 말도 안되는

폭력과 폭언과 무시와 냉소에도


예수님은 끝내 한번도

변명이나 항소를 하지 않으셨다


'이건 내 일이 아니야

나는 억울하다고!'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성경을 읽다가 보면


마가는 담담하게 상황을 저술하면서

예수님의 이야기는 싣지 않는다


아니 무언으로 무엇인가

말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이상한 지점이다

예수님은 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을까?




억울하게 누명을 쓰면

어떤 방식으로든 항변을 한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거나

신문에 투고를 하고나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만약 억울한 사람이 힘이 있으면

상대를 어떤 방식으로든 처단한다


복수의 방식은 우리에게 내제된

바른 정의의 모습이다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고

정의로운 것은 우리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말이다

예수님의 방식은 말이 안된다


십자가의 죽음

참으시고 무언의 허용은.


결국 고민하고 묵상한 끝에

다다른 결론은


그 분은 우리의, 나의 죄와 변명을

모두 몸으로 받으셨다는 것.


한 마디도 변명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모두 나의 것이라는 뜻.


그럼 그 폭력과 조롱과 멸시도

그 십자가의 고통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말이 안되는 지점

정말 나의 이성을 벗어나는 지점.


마음이 무너지고

왜 그렇게 했어야 했지 하다가


주저 앉아서 한참이나

울고 서성이는 지점을 만난다




누군가가 싫어질 때면

예수님이 조용히 찾아오신다


그리고 십자가를 가리키신다

무언으로.


나는 내가 허용된 시점의

무례하고 허점투성이에 나약한 마음을 만난다


누군가는 보살펴주고

받아주고 안아 주었더랬지


그 분의 따스함이 날마다

나를 변화시켜갔더랬지 하는 회상으로.


예수의 무언은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것이었고


대속이라는 거창한 말 대신

나와 함께, 나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의 죽음으로

생명을 얻었고


그의 고통으로

나는 편안함으로 누리고


그의 부활로

나 역시 새로운 삶을 산다




누군가를

무언으로 받아주는 사람에게서는


항상 그 분의 향기가 난다

그 분의 마음이 느껴진다


오늘도 무언으로 모든

폭력을 몸으로 받으시는 분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먹고서는

한숨을 들이킨다


포용과 포옹으로

만들어져가는 인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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