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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r 07. 2016

사랑과 이웃

평안이 임하길, 사랑이 임하길

형이 안 들어와서 할머니가 나가지 말래요

...

풀이 죽은 작은 동생은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끊는다

그래 알겠어 그럼 다음에 보자 알겠지?


막 전화를 끊고 함께 동행하던 친구와

베트남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 쯤


또 친척 동생들이 생각나서 안되겠다 하는 마음에

헤어지고 나서 빠리 바게트로 갔다


형 저희는 아무 빵이나 다 먹어요

잘 먹어요, 할머니도 잘 드시고요.


2달 전에 같이 영화보고 돌아가는 길에

한 웅쿰 빵을 사줬더니 하는 말이다....


그 때 그들의 날이는 5살 2살이었으리라

어머니가 나가시고 그래도 아버지와 할머니와 살던

동생들의 삶 속에 또 커다른 문제가 찾아 왔다

동생들의 아버지가 작업하시다가 떨어져서


뇌를 크게

다치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정상으깨어나지 못하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시다가 이제야 조금. 의식은

생기셨지만 벌써 병상에만 10년 째이다.


그 동안 친척 동생들은 여러 고아원을 전전했고

결국은 나이드신 작은집 할머니가 키우고 계신다

...

애들이 잔다 경인아 "

파리바게트에서 빵을 사서 어렵게 연희동에

도착했는데, 집에 불이 다 꺼져 있다


형은 들어 오지 않았고 동생은 자고 있고,

할머니도 주무신다

여러번 전화를 해서 깨웠다.


할머니께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현관으로 나오신다

추운데 멀하러 오니

..

할머니하고 애들이 빵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왔어서 크리스마스기도하고 그래서요..

그래서 얼른 들어오너라...

들어가서 앉았다


작은 동생은 자고 첫째는 아직도 안 들어왔다..

옷이 시커매가지고 집에 들어오라고 했더니

3주만에 들어왔어, 아주 말썽꾸러기야

이젠 죽어야지 이런 꼴 안보지

...


할머니는 노쇠한 나이에도 아이들을 돌보시는게

너무나 힘드신 모양이신지,

신물이 난 느낌이셨다

...

뭐랄까 아무런 답이 없는

먹먹함이 심장을 가득 메우고

무엇인가 눈물도 아닌 것이

안개처럼 눈가에 고인 느낌이랄까

...


친척동생들을 찾아간지가 벌써 2년이나 되었다

아이들에게 처음에는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다가

아예 시작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재미있게 놀다가...

이것도 아닌 것 같아서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스피노자, 소크라테스, 엠마누엘레비나스

칼포퍼, 니체, 바그너에 고갱까지

우리는 인권영화제도 가고, 전쟁기념관에도 가고

오리고기도 먹고, 맥도날드에서도 자주 모였다

그리고 함께 있음 즐겁고, 재미있다


아이들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가족은 그래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 시작인 것이다

...


그러나 그러한 가족 구성 자체가 되지 않는

수 많은 사람들의 내일과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회문제는

바로 이러한 가족에서 오는게 아닌가

...

그랬더니 울더라만은

나 더이상 네 자식들 못 키우겠다 했더니

계속 울더라


이제야 조금 의식이 찾아온 친척동생들의 아버지에게

할머니가 하소연하면서 우셨더니


작은아빠가 움직이지는 못하시고 연신 울기만 하셨다...

먹먹함은 더 해 갔다

...

나는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으면

맘만 먹으면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간다

...

나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니깐 사람들에게 쪽팔리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복수를 하거나 반드시 대들거나

남들보다 잘난것을 보여줘야해...

이기적인 이성이 자리잡고 있는 토대는 항상

자신이 가진것과 자신이 한 일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런사람들이 갑짜기 사고가 나고

가정이 꺠어지고, 심지어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떄도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라는생각을 한다


할머니

저 이만 가볼께요 저도 내일 출근해야 해서요

밤이 깊어가고 둘쨰 친척은 잠에 깊이 빠졌고

할머니의 글썽거리시는 눈빛을 마주한체

일어섰다


나오는길에

할머니 좋아하시는 꽈베기랑 좀 샀어요

맛있게 드세요


그래 고맙다..


할머니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말씀 드리자


할머니가 활짝 웃으신다

손자가 멋적게 인사하니깐 웃으시는가 보다만은


나에게는

이게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인사가 아닌가 한다


그리스도가 오셔서

우리에게 평안하뇨

라고 하시면서


그 분의 살을 나누고 피를 나누고

삶을 나누시는 크리스마스

돌아오는 버스에서

많은 고민과 많은 느낌들이

마음 벽에 부딪쳤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메타담론보다

먼저는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함꼐 하자

무어인가를 구상하고 꿈꾸는 것도 좋지만

진짜 만나자


찾아가고 들어주고 이야기하자

라는 가장 쉬운 방법부터 생각해 본다


다시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좀 더 이야기하고 나누고 웃는

그런 크리스마스가 되었음 좋겠다


이제 발걸음을 돌리고 있을

첫째 친척동생에게도

하나님의 은혜가

그 평강이

함께 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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