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가 가고 한세대가 온다
내가 가고 다음의 내가 온다
시간이 덫없이 흘러가는 듯한
오후 4시의 햇살은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것 같은
우울증의 변증법을 보여준다
삶을 거꾸로 넘어 뜨리고서는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뒷모습을 본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목적하는 것들의 끝에는
항상 무지개가 없었다
목적하는 것의 끝에는
항상 다른 목적이 또 다른 것들로 인도했다
열심을 내는 순간들 자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었지
어떤 것을 이루는 것 자체가
삶의 이유가 되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이 일치하지 않는
일과 예배와 이야기 속에서
나는 많이 지쳤나보다
나의 뇌가 부조화를 겪은지도 몇십년이 되었다
뉘엿뉘엿 지어가는 햇빛을 따라서
오후의 퇴락이 주는 이미지를 뒤밟는다
나무, 사람, 강, 건물
자동차, 다리, 아파트
회색빛깔의 도시에 가끔씩
푸르름이 오고갈 때에야만
나는 내가 자연 속에서
숨쉬는 인간이구나 한다
아무 목적없이 글을 쓰는 내내
내 마음은 점점 살아나는 것 같다
너무 목적이 있는 글쓰기는
이성을 도구로 만들어 버린다
지금 내 가슴 속에서 두근거리는 것들
지금 내 머릿속에서 풀리지 않은 것들
이 모든 느낌과 상상들이
나의 한 조각이면서 흐름이리라
나는 하염없이 넘어가는 뒷산의
태양을 응시하면서 시간을 그리어 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그림들이
하나하나 옷을 갈아 입고서는
내가 들어가야할 문을 열어 놓는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문으로 들어간다
그 문을 들어서는 나는 조금은 두려웠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폭포와 가을 하늘의 바람은
시원함을 넘어서 영혼의 안식과
조그마한 기쁨을 준다
누구나 이 차원이 있으리
자신이 꿈꾸고 갈망하는 유토피아와 같은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우리 삶 속에
우리의 내면에서 숨쉬고서는
가끔씩 말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향기를 품어주는 이상들이.
상처와 아픔들도 피어나지만
희망과 기쁨들도 피어난다
존재하려는 욕구와
욕망하는 욕구를 인정하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아무런 방향없이 흩어지는
상념과 조각난 마음들을
들추어 본다
아기들의 웃음처럼
순백한 미소의 속살이
선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듯하다
어느 일요일 오후
마음이 여러갈래로 나눠지는 사이
나는 혼자서 조용한
마음의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