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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철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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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an 02. 2020

해석의 갈등 1

폴 리쾨르_양명수교수 머릿말

0. 들어가기


2020년이 밝았다. 시간의 개념은 사실 무의미하지만, 무의미하다는 것을 해체해서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석'이 필요하다. 2020이란 불연속적인 시간을 어떻게 의미적으로 봉합하여 연속적인 해석으로 만들 것인가에 따라서 2020년 12월에 1년간의 세월을 보람차다고 느낄테다. 그러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학'을 시작한다. 이전까지는 강의를 듣고, 누군가했던 이야기의 이야기를 듣던 시대를 조금은 멀리하고, 내가 직접 원전을 읽고 내면에서 여러 자아들을 불러세워서 토론하고, 나름의 결론을 지어보려고 한다. 철학을 정보차원에서 받아들이던 때를 지나서 이제는 내가 스스로 읽으면서 '패턴'을 찾아야 한다. 정보에서 지식으로, 그리고 그것을 살아내는 순간부터는 지식에서 지혜로 발전할 것이다. 지혜는 4차원 이상에서 시간과 행함의 교집합일테니까.


1. 해석학이란


해석학이란 해석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학문이다. 해석은 단순히 말의 뜻을 알아내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기 이해와 관련이 있다. 인간의 자기 이해는 텍스트 앞에서 일어난다. 남의 말을 풀면서 자기를 안다. 내가 누군지는 직접 내 의식 속에서 아는 것이 아니다. 남의 말을 돌아 자기 이해에 도달한다. 이것을 데카르트 이후의 주체 철학을 크게 뜯어고치는 선언이다_양명수, 해석의 갈등 13p


해석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나간 것을 돌아보는 것은 해석학의 기본적인 방향성일 것이고, 지나간 것에서 '텍스트'를 붙잡아서 다시 곱씹어 보는 것이 해석학의 주요한 내용일 것이다. 텍스트는 문자언어로 쓰여진 것들이겠지만, 텍스트의 개념을 이미지와 꿈과 영화까지 나아가면 들뢰즈에서 프로이트 그리고 백남준까지 가게 된다. 해석을 한다는 것은 크게는 1) 남이 한 말을 해석하는 것 2) 내가 한 말을 내가 해석하는 것이 될 수 있겠다. 데카르트 이후 주체철학은 의식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나를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해석하고 있는 나'가 아니라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는 나'라는 현현present에 집중했다. 이것을 다분히 현재의 상황 자체에서 존재물음을 하는 현상학의 측명이 강하다. 의식을 잠시 멈춰놓고 집중하고 있는 의식 자체를 의식하는 것이 현상학이었고, 헤겔에서부터 후설까지가 이 작업을 했었다. 그러나 해석학은 지나간 것을, 현상학을 해석하는 것이다. 더욱이, 남의 말을 통해서 알게 나를 알게 된다. 이것은 바깥의 사고 이면서도 리쾨르의 마지막 저서 '타자로서 자기자신'에서는 자기자신을 이야기한 자신의 글을 통해서 보자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을 알게되는 것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자기자신의 이야기는 또한 무의식과 의식으로 나누어진다. 이 부분은 프로이트를 다룰 때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겠다.


https://brunch.co.kr/@artlecture/115


2. 해석적 주체


해석에는 해석의 순환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해석하지만 이미 나는 해석되고 있다. 앎과 믿음의 순환속에서, 나는 나이지만 이미 세상에 속해 있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과정에는 역사와 전통이 들어오고, 진리와 존재의 의미 물음 같은 존재론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주체는 겸손해지고 깊어진다. 그것이 리쾨르가 근대 이후에 찾은 인간해방의 길이다. _양명수, 해석의 갈등 13p


뒤를 돌아보는 순간 역사의 저이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만 향해 있는 의식을 의도적으로 뒤로 돌리면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들이 텍스트로 해석을 요구한다. 내가 그 속에 있고, 그 속에 있는 나를 보는 지금의 나는 해석적 주체이다. 그래서 인간은 세상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어떻게 보면 구조에 갖힌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는 말들은 거짓말이다. 구조 속에서도 역사의 엷은 숨소리는 계속해서 세어나오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 길을 열어갈 수 있는 '주체'로서 인간은 해석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생각하고, 내면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해석하면서 나와 세계와 전통과 사회가 들어오고 그래서 서로를 해석하게 된다. 주체가 되는 길은 결국 해석을 얼마나 하는가에 달려 있겠다. 한 해를 돌아보며, 하루를 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면서 해석하는 사이에 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에 자신감을 가지고 주체적인 걸음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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