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생일

가장 기본적인 일에 충실하기

by 낭만민네이션

지난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즈신다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벤트를 하셨다


아버지는 조그만 케익을 사오시고

어머니는 나를 다짜고짜

노래방으로 인도? 하셨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생일선물이라고 10만원씩 챙겨넣어 주신다

돈은 의미가 없으나

부모님의 마음은 의미가 있다


아홉살인생

늦깍이에

이제야 조금은,

삶 자체를 버텨 내는 것도

버겁다는 것을 알아갈 때쯤


부모님의 머리카락은

백발이 되어 있었고,

이맛 주름은 100만년전부터 있었던 듯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언제나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시는 분들 같았다


젊은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로맨스에서부터

이 인간, 이 웬수가 되기까지

지나간 광활한 역사를 듣고나니

광해군과 선조의 이야기보다

재미지고 정겹다


그리고

역경의 세월,

긴 시간

수난사를 접하고 나니

또 가슴 한구석이 찡하다


나는 여느때처럼

다시 시대적 괴리에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맞이해야 했던

독재와 산업화와 외환위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기는 사람들의 종적인 역사가 문을 닫고

소외된 이들의 언저리, 횡적인 역사가 시작되었다


...

아버지는 비록 아들의 생일이라지만

노래방에 들아오자마자

디스코멜로디를 연신 예약하시고

흥에겨워 한시간을 넘게 부르신다

그 사이


아들은 어머니와 되도 안되는

부르스를 춘다며 더듬더듬 거린다


어머니의.행복과

아버지의 안도감이 교차하는

인생의 자리에

나는 서 있었다


세대가 세대에게 말하고

역사의 마디마디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밤


나는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사람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

다시 꿈 꾸고

희망의 그늘에 잠시 쉬는 동안


나는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며

은하수 강을 건너다닌다


그래

자본주의가 먹고 남긴

조그만 낭만에 몸을 맡기기보다는


내 앞으로

열려진 조그만 오솔길 가운데

마음대로 나부끼는

바람을 맞이하러


늦은밤

나는 다시

나무숲속을 달린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던

어느 여배우의 목소리를 기억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