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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Feb 08. 2020

침묵을 배우는 시간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졈점 익어가는 것이라면


익어가는 과정에서 침묵을 배우는 것은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말이 많아지는 순간에는 항상

어떤 판단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이 사람들 보다 더 알고 있다거나

상대방이 틀렸다거나


내가 나 자신을 이쯤에서는

증명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침묵과 반대되는 시점에서는 항상

내면의 가치가 표현가치는 바뀌는 과정이다


표현가치라는 것은 표현하면서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다


내가 경험한 가치들이 바깥으로 표현되어서

그것이 인정을 받을 때 표현가치는


권력이 되거나 권위가 되거나

이데올로기가 된다


침묵을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내가 경험한 것들이 현대 자본주의가 말하는대로

그렇게 표현해서 자신을 획득하라는 명령에서 벗어나서


다른 이들을 조금 더 깊이 배려하고

함께하는 이들의 경험을 존중하라는 해석의 무게말이다




가끔 침묵을 배운 이들과

함께 걷게 되는 때가 있다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어떤 말이 필요 없는

그런 낭만가 여유가 있는 시간을 지낼 수가 없다


시간의 가속도가 사라지고

시간의 무게가 도래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발자국만큼이나

기억의 무게가 꾸욱 밟히는 시간에


영혼의 무게도 한 웅쿰씩

깊은 발국을 인생에 남겨 놓는 시간.


다시금 이런 해석이 필요한 것은

침국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너무 큰 소리로 주장하지는 않았나?
너무 내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닌가?


내가 경험한 것에 너무 무게를 두고

다른 이들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그랬다면 나는 늙어가고 있는 것이겠다

늙어가고 있어서 젊음을 질투하고 있는 것이겠다


만약 내가 침묵을 배운다면

점점 더 익어가면서 한 숟가락의 밥알에도


세상의 이치를 담아놓을 수 있을 테고

그럼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해와 깊이가 담긴 언어를 할 테이고

그 만큼의 여유와 공간에서


우리가 함께 거하고 조용히

이 부산한 일상을 지나다닐 수 있을 텐데.




토요일 오후의 단골손님이다

한적하게 아무런 일도 없을 때


과거에 외쳐놓았던

'너는 잘 살고 있니'라는 메아리가


영혼의 동굴을 돌아다니다가

막 나오는 시간들.


나는 과거에 응답하느라

현재를 잠시 멈춰놓고


어떤 연결도 하지 않은 체로

침묵을 세어 본다


늙지 않고 익어가기 위해서

미래의 자아에게 소리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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