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을 향해 갔다
한 곳에 이르러 해가 지자
그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그는 거기에 있는 돌 하나를 가져다가
머리에 베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에 보니,
땅에 계단이 세워져 있고
그 끝이 하늘에 닿아서
하나님의 천사들이 그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 때 하나님이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나님, 네 조상의 하나님이다...
내가 너를 떠나지 않겠다
창세기 28장_메시지 구약(모세오경)
이야기로 사람들의 정체성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진 이야기에 따라서
자신이 가진 자존감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과거에 한일들이
비수같이 꽂이고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잘못들이 실수들이 마음 속에서
파편이 되어서 계속 피를 흘리는데
우연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면
그 상처들이 굳어져서는 다시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과거의 이야기로 현실을 짓기에는
너무 불편한 진실이 많기에
불안함과 우울함으로
돌베게를 베고 몇시간이고 잠을 청하지 못한다
이 반대는 허영이겠지
과거에 자신의 성공경험에 도취되어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것들을 했어
지금도 이런 것들을 할 수 있고
이런 소유물이, 결과가 있어
라는 식의 자랑스러움은 또한
그 자랑에 자신을 묶이게 한다
우리가 했던 일들과 사건들
만났던 사람들과의 대화
풍성한 이야기들은 언어로 치환되지 않고
마음 속에 알알히 박히고선
나름대로의 지형을 형성하고
바람이 서로 통과한다
설움의 계곡이 생기고
자랑의 언덕이 생기는 것이다
야곱은 겁장이에 거짓말쟁이
약삽빠른 기회주의자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할 수 없는
그래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형에게 쫓겨서 겨우 도착한 곳이
벧엘이었다
그는 돌베게를 베고서는 한참을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선 환상을 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사람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경우는 보통
헬레니즘 전통의 지혜, 지식이거나
자연주의 전통의 자연에서의 깨달음이거나
혹은 헤브라이즘과 같은 역사에서다
그런데 오늘 야곱은 그 어떤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계시로 부터 새로운 인생이 된다
하나님이 야곱과 함께 하신다고 한다
에수님이 '임마누엘'이셔서 우리와 함께
영원히 함께 하신다는
약속과같이 하나님은 돌베게를 베고 자는
야곱에게 찾아오시면서
너와 함께 하시겠다고 한다
야곱은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고 결국은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새로운 이름.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없이는 자신을 정의내리지 못한다
예수님을 따르던 무리든
제자든, 친구든 모두다 관계의 언어이다
관계 안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예수님과 친구가 되고
성령님과 동행하는 관계
삼위일체 안에서 연합된 관계
거기에서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서서히 제자의 삶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걸아가는 것이 길이되고
길이 된 수 많은 갈래 속에서 답을 찾는다
내가 만든 이야기들들
내가 행한 일들로 구성된 언어들보다는
함께 만들어갔던 소중한 시간들
공간 안에서 중력을 함께 느끼며
서로에게 주어진 영향력의 선물들
얼굴의 신비에서 보여진 감정과 심리들
우리는 사실 관계 안에서
지금도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부르시고
우리가 응답하고
함께 걷는 영원한 교제 속에서
코이노이아 영원한 사귐이.
여기서부터 우리의 정체성은
시작되고 성숙하고 완성되어 간다
지렁이였던 야곱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이스라엘로.
오늘도 우리의 삶에
새로운 초대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