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여러 사상에는 한 가지의 공통된 성립계기가 있었으며, 따라서 그것을 기준으로 추분히 20세기 철학의 변천을 개관할 수 있다. 그 성립계기는 다름 아닌 과학이다. 과학을 직접흡수하지 않은 경우라도 20세기 철학은 과학과의 관련이 없이는 성립할 수가 없다. 20세기 철학은 여러가지 '생각되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을 발견해 냈던 것이다.
과학이 보여준 새로운 정당성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은 외부세계의 여러현상을 간결한 수학적 이론에 근거해서 설명하고 실증한다. 일단 확정된 이론은 몇 번이라도 관측이 가능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근대 과학은 천체운행을 오차 없이 해명하고, 수식에 의거해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는 사실을 도출해 내고, 계산을 통해 달에 인간을 보내고, 원자 분할을 가능케했다. 과학에는 과학의 정당성 유무를 거론할 수 없게끔 하는 힘이 있다.
내부인 관념과 외부인 연장의 일치라는, 철학이 지속시켜온 사고형식의 정당성은 과학이 보여준 위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손을 들었다. 철학은 이런 새로운 '정당성'에 대해 무엇인가 대응을 강요당했다. 그릴고 이런 요구야말로 20세기 철학이 새로운 '생각되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을 발견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렇다면 철학은 어떤 변모를 모색했을까? 크게 나누면 세가지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철학의 과학화다.
두 번째는 과학의 철학화다.
세 번째는 반 과학이다.
1. 철학의 과학화
철학의 과학화는 크게 두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유물론이고, 다른 하나는 논리실증주의이다. 물론은 실제로 측정가능한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태도로 과학적인 방법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질적 실재의 관계로서의 세계라는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유물론을 받아들인다.
다음으로 마하와 프레게로부터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 논리실증주의, 콰인에 이르는 영미계통의 언어론적 전회를 중시하는 흐름이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움직임을 기술하는 명제였다. 우리의 지식은 전부 명제의 형테를 취한다. 따라서 과학, 특히 수학같은 엄밀한 명제에 의거해 우리의 지식을 구성한다면 무의미한 형이상학적 명제와 결별하고 명확하게 논증가능한 명제만을 다룰 수 있다. 외관만 그럴듯한 사상을 버리고 철학의 아웃풋을 철저하게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구조주의 역시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보다 그것에 앞서 존재하는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수학적이며, 따라서 이러한 과학이 수학이라는 모델로 한 세계관에 속하는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다.
2. 과학의 철학화
비유클리드 기하학과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등에 기반해 '과학은 수학'이라는 등식 자체가 증명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되었다. 특히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이론은 과학이 수학이라는 것은 보편적 진리가 아니라 시대적 제약을 받는 하나의 이론에 불과함을 밝혔다. 그 결과 과학은 수학이라는 등식은 모든 앎의 기초가 아니라 우리가 소유한 여러 세계관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무엇을 '참'으로 할 것인가하는 게임의 규칙이 매우 중요해졌으며, 복수의 세계관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규칙이 다르면 비록 과학적인 발견일지라도 '거짓'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참'은 어떻게 설정되는 것일까? 후기 비트겐슈타인이나 오스틴 같은 일상언어학파와 특히 미국의 실용주의자들은 이러한 일상생활에서의 참의 존재방식을 철저하게 추구했다.
3. 반 과학
반 과학의 흐름은 실존주의 철학이 주류를 이루었다. 어떤식으로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죽음을 운명으로 하는 인간의 삶 그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또 타자와의 관계와 그로 인해서 생기는 선악의 판단에 과학은 적절치 않다. 과학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역을로 철학은 낡은 형태의 참과 거짓으로부터 해방되어 삶 그 자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존주의는 현상학적으로부터 발전했지만, 현상학 자체는 현상학 최초의 서적이 '논리학 연구'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사실과 '엄밀학'이라는 용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철학의 과학화 방향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현상학의 시조인 후설이 명제가 아니라 의식 그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했을 때부터 현상학은 반과학의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의식의 기반은 과학이 아니라 생활세계 안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실존주의는 우리 의식 구조를 해명하고 삶의 주체인 인간의 실존 방식을 과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탐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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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철학화 혹은 철학의 과학화는 모두 과학 자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철학자 역시 동시대를 살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양자역학적 존재론'이 개발되었고,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행성적 사고체계'가 발전하고 있다. 이렇듯 과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현대까지 집요하게 인간의 사고와 실제의 삶을 왔다갔다하면서 우리의 의식을 형성하고 또한 실재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다. 자 이제 과학과 기술, 철학과 세계를 넘어서는 이야기로도 나아가보자. 각 나라별로 분화된 철학들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