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대학원 공공정책_거버넌스와 행정환경 기말보고서
이 보고서는 디자인씽킹 방법론을 사용하여 정리하였다. 디자인씽킹 방법론은 디자인그룹 Ideo에서 개발해서 스탠포드 대학교 디자인스쿨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회혁신을 위한 문제해결방법론이다. 디자인씽킹은 전체적으로 아이디어의 발산과 수렴을 두 축으로 하여서 총 5가지의 단계를 거쳐서 사회혁신을 자연스럽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디자인씽킹의 순서는 먼저 연민이 아닌 공감하기에서 시작해서 문제나 개념을 정의하고, 정해진 정의 내에서 아이디어를 발산하여 시제품인 프로타입을 만들고 테스트를 거치는 것 까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공감에서부터 시작된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의 본질에 파고들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어 실현하는 과정 가운데 생활수준에서부터 사회혁신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보고서는 거버넌스와 행정환경에서 배웠던 거버넌스의 개념과 사회혁신의 내용을 바탕으로 디자인씽킹의 방법론을 사용하여 정리하였다. 공감하기에는 사회혁신과 거버넌스가 등장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맥락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정의하기에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정책실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정책실험이라는 정의 내에서 다양한 실험들 중에서 핀란드에서 사용했던 아이디어 실험인 Experimental Finland를 소개하고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place to experiement를 프로토타입의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정책실험의 개념에 이어 방법론까지 정리해 본다.
비록 핀란드어로 기술되어 있더 자세한 분석이 힘들지라도 테스트 단계에서는 place to experiement 플래폼에 소개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정책실험이 실제로 거버넌스의 사례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정책실험이 거버넌스의 효과성을 내기 위해서 해결해야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설명하고 보고서를 마무리 한다. 정책실험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단계마다 설명을 더할 예정이다.
21세기를 넘어 오면서 기술발전과 함께 삶의 양식도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보다 제곱근으로 늘어나는 복잡성의 시대를 일컫어서 워렌베니스는 VUCA라고 불렀다.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nd Ambiguity의 앞글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시스템과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악한 문제들은 VUCA시대에는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기존의 행정환경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시민사회와 기업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통치가 아닌 '협치'의 방법인 거버넌스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거버넌스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사악한 문제들wicked problem을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해결해 가는것이다. 그러나 거버넌스를 만든다고 해서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문제의 범위와 층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문제의 복잡성에 따라서 대응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Dave Snowden이 개발한 cynefine framework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방법은 우리가 아는대로 과거에도 일어난 문제는 단지 문제를 분류만 해도 'Best Practice'를 찾아낼 수 있다.(Obivous) 그러나 이전에는 있었지만 조금 더 복잡한 변수가 작동했다면 분석을 통해서 'Good Practice'를 찾아내어야 한다 (Complicated)
그러나 복잡성이 더욱 증가하여서 원인과 결과의 연결고리가 이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가설을 세우고 변수를 설정한다음 가설을 세워서 실험을 해 보는 것이다.(Complex) 실험이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다면 복잡성을 낮추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미국과 북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vuca시대에 사악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10년부터 '정책실험'이라는 이름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물론 COVID 19와 같은 혼돈의 문제 앞에서는 실험을 할 시간이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앞으로 복잡성이 증가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 '정책실험'에 대한 정의와 함께 방법론과 사례를 알아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실험'의 장점과 단점, 해결책을 거버넌스적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변화하는 행정환경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보게 될 것이다.
정책실험이란 자연과학에서 실험을 통해서 가설을 이론화하는 것과 같이 현실 생활 속에서 정책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정책은 의제설정과 정책형성 및 관리와 평가의 일련의 주기를 갖게 되는데, 정책실험은 모든 국민들에게 정책을 실현하기 전에 일부 통제된 실험군에서 정책을 실현해보고 장단점을 반영하여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주요한 장점으로 삼는다. 이렇게 되면 어떤 정책이 가지고 있는 대상선정의 오류나, 범위에 따른 오차 가능성, 정책 수혜집단의 효과성의 문제를 실험을 통해서 파악하여 더 완성된 정책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유럽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생활속의 실험실인 리빙랩(living lab)이나 정부정책을 실험해보는 폴리시랩(policy lab)이 도입되어서 100여개 이상의 연구소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리빙랩은 생활속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점을 둔다면, 폴리시랩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정책의 차원에서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을 해보는 것에 중점을 둔다. 특히 거버넌스적 관점에서 보자면 실험 가설을 발견하고 설정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시작되며, 가설을 직접 실험하는 과정을 시민들이 주도하면서 '자기효능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2017년부터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정책실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서울시의 경우는 '서울시 청년수당'을 비롯해 대구 도시공사의 스마티시티 선도 모델 개발을 위한 '시민주도형 폴리시랩'도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는 시민주도형이라기보다는 '정부혁신'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 이 보고서를 정리하면서 최근들어 '정책실험'의 관점에서 가장 많은 활을 하고 있는 Lab2050에서 설명한 '폴리시랩'에 관한 자료를 많이 활용하였다.
그렇다면 정책실험은 어떤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정책실험의 구조와 프로세스는 아래 그림과 같다. 먼저 정책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증명할 정책대상 안에서 표본집단을 선정한다. 표본집단 중에서 무작위로 배정하여 실헙집단과 통제집단을 나누고 실험집단에는 가설을 이용해서 만든 정책프로그램을 실행하고 통제집단에는 정책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고 둘의 결과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정책이 실행된 조직에서 정책이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었는지를 간접측정이 아닌 직접측정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복잡성이 날로 증가하는 시대에서 발생하는 사악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능한한 해결가능한 가설을 통한 정책을 만들고 그 중에서 증명이 된 것들은 실행하기에 훨씬 리스크 부담이 적어지는 것이다.
사회혁신이나 거버넌스를 논의할 때 가장 많이 접근하는 방법론은 '디자인씽킹'이다. 디자인기반의 접근방법은 공감을 바탕으로 설계하고 문제를 정의하여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실행해 보는 것을 뜻한다. 리빙랩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혁신 플래폼에서는 디자인씽킹에 기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다지인기반 접근의 문제는 '모인 사람'들, '주최자들', '참여자'들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의견이 많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만약 주제에 관심이 없거나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들이 모일 경우에는 효과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폴리시랩 혹은 '정책실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가설설정-실험'을 통해서 설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설계에 맞는 실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작업을 통해서 증거기반 접근을 한다. 만약 실험이 성공하여 유의미한 데이터와 결과가 도출되면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해 볼 수 있고, 더 많은 실험을 통해서 가설의 효과성이 입증되면 조건이 비슷한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본 가설이 성공했음으로 크기를 더 크게 해서 정책을 시행해 볼 수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복잡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리스크를 끌어안고 예산을 사용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소의 실험을 통해서 검증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정책실험'는 크게 가설검증과 증거기반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운영된다. 이제 이러한 정책실험을 실제로 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폴리시랩의 사례는 EU, 영국, 미국, 캐나다, 덴마크의 사례들이 많이 있지만, 최근에 '기본소득 실험'으로 많이 알려진 핀란드의 실험이 유난히 돋보인다. 그러나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였을 뿐 앞으로 설명할 핀란드의 구체적인 정책실험들은 더욱 깊은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법과 시민들이 거버넌스에 참여해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를 정책실험의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쿠스 카네바 핀란드 총리실 시니어 스페셜리스트는 2018년 Lab2050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핀란드의 정책실험의 전략에 대해서 소개했다. 2015년부터 시작된 핀란드 총리실 주도로 진행되는 '실험의 문화'(a culture of experimenting'은 기업가 정신을 향상시키고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만들고 실험을 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책을 만들거나 공공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만들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바로 '효과성'이다. 무엇인가를 실행할 때 내 돈이 아니라 모두의 돈이라면 성패에 따라서 자신이 떠 안게 될 리스크를 지고 갈 사람은 별로 없다. 더욱이 시민참여를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이 결정한 것을 정부가 진행할 경우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결과를 측정할 수 없거나 지속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권한이 분산되었다고 해서 책임이 분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버넌스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라는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을 가진 시민들은 시도할 수 있는 장이 없어지고, 정부관계자와 공무원들은 효과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문가를 애타게 찾는 것이다.
실험의 문화라는 것도 총리실에서 창안해서 주도한다고 해도 캠페인정도에 그친다면 책임의 문제를 넘어설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번째 순서는 수준별로 구분하는 것이다. 핀란드 역시 실험의 수준으로 3단계로 나누어서 진행한다. 마치 의제를 결정할 때 의제의 수준을 나누는 것과 같다.
첫번째 실험수준은 미시적 영역에서 Gross-roots level이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개인의 실험에서 부터 어떤 주제라도 실험이 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실험을 통해서 다양한 증거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모아진 결과들이 상위 단계의 레벨로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data를 모으는 수준에서 다양한 정책실험이 총리실 주관으로 제안되고 온라인플래폼을 통해서 모아진다. (https://www.kokeilunpaikka.fi/)
두 번째 실험수준은 중간단계이면서 좀 더 정부에서 테마를 가지고 시민단체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도전하는 단계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마을과 우리 시, 우리 지자체에 필요한 정책들을 입안하기 전에 실험을 통해서 성패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작은 단위에서는 지역사회 안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학습효율과 행복도 증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교시간을 다양하게 바꾸어보는 실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국가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제도를 입안하는 것보다는 실업수당 지원서에 '실업자'라고 쓰는 것보다 '구직자'라고 쓰는 것이 어떤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를 실험하는 것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다양한 영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해결책을 혁신적으로 찾아내는 데 있다.
세번째 단계는 정부를 중심으로 국가사업 전체에 대한 전략적인 정책실험을 하는 단계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기본소득 실험이나 디지털지방정부 실험과 같은 대단위 규모의 실험이 진행된다.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실험이 많으므로 이 단계의 대부분은 총리실에서 주관하고 있다. 규모가 큰 만큼 정책실험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 보통 정책실험은 이 단위에서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작은 단계부터 쌓인 데이터가 많아야만 상위단계의 실험들이 가능하다.
“Kokeileva Suomi”(Finland of Experiments)는 핀란드 2016년부터 총리실 정부정책부서에서 실험의 문화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 만든 플래폼이다. Experimental Finland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이 플래폼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수준의 플래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실험의 문화의 중요성과 실험방법에 대한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실험을 위해서 poilot프로그램을 론칭하기도 하고 실험자금이 필요한 경우 지방정부와 연계해서 예산을 확보한다.
실험문화 확산을 위해서 캠페인을 통한 인지적인 부분의 변화와 함께 정부정책의 지속성을 끊임없이 시민사회와 기업, 지방정부에 전달함으로써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 추진된 정책실험의 일환으로 핀란드 총리실은 시범사업을 위한 온라인플래폼에 200만유로(약 27억원)을 투자하여 디지털자금지원 플래폼을 구현하고 100개의 소규모 파일럿 프로글램을 운영하였다. 초기에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예산을 투입하지만 정책실험이 홍보가 어느정도 지난 시점에는 디지털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다양한 실험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디지털크라우드 펀딩은 소규모 파일럿의 경우 500유로에서 최대 2만유로까지 펀딩을 할 수 있으며, 대규모 파일럿의 경우 주정부별로 최대 10만유로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안을 정비하였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서 Kokeilunpaikka.fi(place to experiement)가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온라인 플래폼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규모의 정책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디지털플래폼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초기의 정부지원을 넘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크라우드펀딩으로 실험을 장려하는 문화가 싹트고 있다.
디지털플래폼인 Kokeilun paikka(place to experiement)은 핀란드 정부 총리실 산하의“Kokeileva Suomi”(Finland of Experiments) 주요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핀란드의 실험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2017 년에 만들어졌다. 현재는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는 솔루션업체 Motiva에서 운영하고 있다. place to experiement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온라인에 게시하고 함께 실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며 그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배운다. 이렇게 쌓인 실험의 결과들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따라서 다른 실험을 할 때 참고하여 더 나은 실험이 될 수 있도록 기본 소스와 가정, data를 제공하게 된다. 실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노하우가 축적되도록 플래폼을 설계한 것이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885개의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1661명이 참가하였다. 그 중에 118개가 펀딩되었으며 유의미한 결과들을 배우고 나누고 정리했다. 실험의 문화가 정착될수록 더 많은 실험들이 진행될 예정이며, 그에 따라서 생활 속에서 빅데이터들이 증거가 되는 소스가 되어서 이후에 이어질 다양한 정책들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쓰고, 가능하면 실험을 위한 가설을 설정한다. 가설이란 '만약 우리시의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에게 동일한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것과 같이 자신이 내 놓은 아이디어에 가장 근접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 가설을 바탕으로 실험 과정을 설계하고 펀딩을 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펀딩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인 펀딩이 이루어진다. 위에서 살펴본 가설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예를 들면 10 사람 중에서 5사람은 동일한 네이게이션을 쓰고 5사람은 서로 다른 네이게이션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한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같은 네이게이션을 쓴 사람들은 비슷한 시간대에 도달했을 것이고, 다른 네이게이션을 쓴 사람은 다른 시간대에 도달했을 것이다. 도달한 사람들의 평균을 냈을 때 같은 네이게이션을 쓴 사람들이 더 빨리 도착했다면 가설은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교통체증을 검증하는 것을 같은 시간내에 같은 장소에 도달하는 시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 때 실험은 무작위실험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실험을 진행했을 때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변수 설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거나 매개변수가 발생했다거나, 실험군과 대조군 설계를 잘못했다거나 하는 실수나 설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정책실험 자체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결과를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같은 실험이나 비슷한 실험을 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고 다른 경로로 실험을 설계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가설이 만약 실패로 끝나서 네이게이션을 동일하게 사용하지 않은 5명의 운전자가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험은 실패한게 되지만 이것으로 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매우 많다. 일단 실험을 하지 않고 이 정책을 실행했다면 동일한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모두 동일한 네비게이션을 정부로부터 지급받게 되었을 것이고, 결과는 실패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정책실패로 인해서 발생하는 손실은 아무도 책임질 수 없고 아까운 시민들의 세금만 낭비한 것이 된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정책실험의 큰 장점이다.
Kokeilun paikka(place to experiement)에서 제공하는 도구는 총 2가지이다. 첫번째는 실험을 진행할 때 멘토링 북이고(A guide for the mentors) , 두번째는 실험프로젝트를 법안에 옮기기 위한 가이드북(Guide for drafters of legislation enabling experimentation projects in society)이다.
보통의 시민들이 실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만든 멘토링 가이드북에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실험을 설계해서 어떻게 진행하고 평가하는지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또한 과학적 탐구의 방법으로 진행할 때 주의할 점과 함께 어떻게 오픈이노베이션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실험프로젝트를 법안에 옮길 때 필요한 가이드북은 성공한 프로젝트 중에서 정부에 제출하여 실제로 변화를 만들기 위한 법적 요건 및 필요한 사항들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안내서들을 통해서 시민들은 즐겁게 참여하고, 참여의 결과를 공유하고, 가능하다면 정부의 정책으로 변환하는 결과를 경험하면서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자기효능감은 또 다른 사회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
2014년에 예산부족 및 프로그램 질 저하로 문을 닫게 된 Eskola 마을 학교는 마음 운영회의에서 부터 새롭게 시작할수 있다는 의지로 '실험'을 실행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학교만 운영이 가능했으며 학교 유지보수비와 교사들의 인건비를 충당하는데 있어서 시골마을의 학교들은 역부족이었다. 2014년 마을회의에서부터 시작된 Eskola마을 학교는 지방자치단체-사회적기업-지원협회조합 등의 거버넌스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필요한 과목을 블로그를 통해서 모집하고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자원봉사자(마을주민)가 섭외된다. 자원봉사자는 오히려 교사보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창의적인 방법과 학습도구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필요한 과목이 있다면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원격학습을 할 수 있다. 핀란드 국내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외국의 자원봉사자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예산의 경우 2017-2018년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하여 년간 4,000유로가 모금되었으며, 2년간의 정책실험이 인정을 받아서 2018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학습장소에 대해서는 Eskola마을의 체육관, 마을 도서관, 주변 자연 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지방의 작은 단위의 학교들이 폐교가 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어울리는 모델을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모델은 전국단위 정책으로 확장되어 핀단드 총리실과 플래폼을 운영하는 Motiva를 통해서 전국적으로 실행될 예정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는 학생들에게 24시간동안 AI기반의 상담봇을 운여한하는 실험을 탐 페레시에서 실험하였다.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Osaamisbotti Oy는 학생들이 새로운 곳으로 전학을 오게 될경우 처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을 만들고 답변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었다. 실험은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었으며 실험예산은 5,000유로였다. 실험결과 Osaamisbotti는 토론 로봇의 기술 구현을 책임지고 있으며 총리실 실험 사이트에서 일련의 인공 지능 실험의 일부로 개발되었다. 상담 로봇은 재무부의 Life Event Pilots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실험하는 동안 100 개 이상의 주제를 다루는 지역 학생 서비스에 대한 자문 은행이 설립되었으며, 실험은 국가 AuroraAI 인공 지능 프로그램의 예비 연구의 일부로 사용되었다. 현재 서비스를 구축하여 제품개발단계에 있다. 실험을 통해서 효과성을 인정받았고 총리실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분분의 학교에 상담봇을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다.
Snafu Oy는 핀란드에서 유기농 채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회사이다. 회사에서 포장을 하고 유통을 할 때 대부분의 포장지가 플라스틱이었으며 이번 실험은 플라스틱 포장지를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 실험이었다 총 5,000유로의 실험비용이 들었으며 회사는 2,000유로를 부담하였다. 처음에는 핀란드 전역에서 버려지는 바이오폐기물을 재활용하여 포장지로 개발하려고 하였지만 실험을 통해서 아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이디어를 수정하여 원래 사용하던 플라스틱 포장지의 재질을 변경하였다. 결론적으로 플라스틱 포장지의 95%를 종이포장지로 교체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 실험이 끝난 후에 벌써 상용화가 되어서 핀란드의 상점들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Snafu Oy는 실험과정에서 새로운 포장지의 개발로 인해서 CO2 배출량은 기존보다 12배 줄일 수 있게 되엇으며 이를 바탕으로 패키징 솔루션의 전문성을 획득하고 여러 다른 회사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2010년 이후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폴리시랩이나 정책실험이 인기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동기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차원에서 초기모델은 여전히 시민들을 비주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설정하고 단순한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리빙랩과 같이 주체적인 참여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케이스마다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정책실험은 가설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해 가는 가운데 주체적으로 문제해결을 설계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함양함으로써 진정한 시민참여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책실험은 '가설-실험-결과'라는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값을 설정했는지를 학습할 수 있다. 만약 가설이 틀렸다면 가설을 수정하거나, 실험방법이 틀렸다면 도구나 방법론을 바꾸면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 진행될 실험에서는 이전의 실패의 요인을 극복하는 성공의 요인들이 찾아지게 된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성공한 경험들과 기술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앞에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에 따른 data들이 수집된다. 기본적인 data수집을 통해서 더 큰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있어서 비교할 수 있는 증거와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복잡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듯한 상황에서 실행했던 data들은 정책의 성공을 위한 조건들을 만든는데 유효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실험을 진행하면 진행할 수록 정책성공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책실험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정책실패'로 부터 오는 리스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책은 작은단위든 큰 단위든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정부에서 리스크를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예산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질 수는 없다. 선거를 통하거나 정부지지도 정도로 책임을 부담하지만 실제적으로 정부가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질수는 없다. 결국 시민들이 그 결과를 고스란히 지게 된다. 그러나 정책실험을 통해서 정책이 실현되었을 때 실패와 성공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될 수 있고, 증거기반 data를 중심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다각도의 접근 방법들이 생겨난다. 실험의 문화를 강조하는 핀란드 총리실은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정책실패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정책성공으로 갈 수 있는 최소한의 투자가 바로 정책실험인 것이다.
시민참여를 위해서 정책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은 매우 신선하다. 하지만 그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 실험의 목적과 방법에 대하여 알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호손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었을 때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없는 위험성이 생길 수 있다.
원래 정책실험은 무작위 실험으로 진행이 된다. 무작위 실험은 대상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더 많은 유효성을 갖는다. 그러나 정책실험의 구조상 많은 대상자를 중심으로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표본집단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도출 될 수 밖에 없다. 일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사람들에게 진행된 것이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그것을 다른 지역이나 공동체에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정책실험의 한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지점이다.
시민들의 참여는 항상 양면성을 지닌다. 시민들이 모두 똑같은 지능과 경험과 디자인감각, 과학적 방법론을 체득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실험이 성공할 수 있는가는 '기업가 정신'을 얼마나 발휘해서 실험적이고 도전적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마주하는가에 있다. 같은 사회적 문제라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이러한 아이디어는 한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변화의 요청과 정보의 제공, 정부의 의지와 개인의 학습능력의 상승이 요청된다. 리빙랩이든 정책실험이든 고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핀란드는 총리실에서 '실험하는 문화'를 계속해서 강조해오고 교육시스템과 방법론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주의에 입각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핀란드는 2015년 유한시필라 내각이 등장하면서 '실험하는 문화'라는 슬로건으로 정책실험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2019년 좌파연합정부가 구성되었지만 실험하는 핀란다는 계손되고 있다. 지난 5년동안 핀란드는 다양한 실험들을 해 오면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총리실 산하에서 진행되었던 실험의 문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인식의 개선과 도구, 플래폼이 구성되었다면 앞으로도 10년은 더 지속되어야 한다. 어떤 정책이 정책주기에 따라서 좋은 정책으로 환류되기 위해서는 정책성공의 사례들이 계속 축적되어야 한다. 핀란드를 포함해서 정책실험을 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직 10년을 넘지 못했다. 핀란드의 실험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속성이 보장받아야 한다.
정책실험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실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참여가 필요하다. 가설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실험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실험을 구현하는데 아이디어차원에서, 실험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핀란드의 경우 다양한 전문가들이 준비되었다기 보다는 총리실 산하에서 제공되는 플래폼과 솔루션, 도구와 멘토링 가이드북이 있었지만 거버넌스차원에서 지역정부별로 전문가들이 구성되고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문제점에서 살펴보았던 호손효과를 극복하고 정교하게 표본집단을 구성하고, 무작위실험의 유효성을 늘리기 위한 전문가적 도움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플래폼에서 실험을 설계할 때 정부단위의 data접근이 필요하다. 이전까지 있었던 정부정책이나 기본 통계 뿐만 아니라 잘 가공된 정보와 지식들도 손쉽게 접근하고 찾아서 쓸 수 있는 플래폼이 필요하다. 자료의 출처와 함께 원본 data를 수집하여 업로드하고 빅데이터로 구성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준도 개선되어야 한다. 만약 정책실험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기존의 data를 자유롭게 접근하여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공유가 일어날 것이고, 실험의 질은 더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씽킹 방식에 의해서 복잡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정책실험의 필요성과 정의, 핀란드에서 실행했던 정책실험의 아이디어와 프로토타입 그리고 사례들을 통해서 정책실험의 장점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두루 살펴보았다. 거버넌스 차원에서 핀란드의 정책실험은 진행되는 자체가 거버넌스의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행정이 지지를 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기업과 학교는 실험에 맞게 각각 도움을 주거나 주체로 참여하는 형식에서 새로운 행정환경에서 각 주체들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2018년부터 진행되는 한국의 정책실험들이 핀란드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에게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안들을 만들어내고 증거를 기반으로 유효한 정보와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