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친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ul 08. 2020

쌤! 공부하고 싶어요

친구들에게 들었던 가장 놀라웠던 말

쌤! 공부하고 싶어요


3년을 만난 친구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지역아동센터에 찾아갔다. 아직 인생이 무엇인지, 시간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고 친구들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할 여유도 없는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머 하고 싶어?' 친구들은 이것저것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쌤 저 하버드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옆에 있떤 친구가 "야 웃끼는 소리 하지 말아, 우리가 무슨 하버드야!"라고 말하자 기 죽은 친구의 얼굴을 기억한다. 누군가가 미래를 희망으로 꿈꿀 때 항상 그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어 놓는 언어들이 있다. 아직 우리의 미래를 꽃 피우지도, 아니 봄이 오지도 않았는데 겨울의 온도로만 이야기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울리의 꽃피움을 막아 벌린다. "아니야! 할 수 있찌! 아직 너희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머가 무서워? 한번 해보자!"라고 말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벌써 3년이나 지났다.



함께 차아니타운에서 짜장면을 먹고, 디스코팡팡을 탔던 것이 벌써 3년이나 지났다. 그 후로 영화도 보고, 한강에서 자전거도 타고, 롤러스케이트장도 가고, 볼링도 치고, 미술관도 가고, 순대타운도 다녀왔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쎔! 우리는 아직 그런거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했던 친구들. 그러던 그 친구들이 이제는 내가 구워주던 무한리필 고기집의 집게를 훔치듯이 돌려 받으면서 고기를 구워주고 다 익은 고기를 나의 밥그릇에 얹혀 주고서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고기를 다 먹을 때 쯤에 꺼낸 친구들의 말, "쌤 공부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해요? 도와주실꺼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애써 장난치며 말했다. "응 그럼! 당연하지 그럴려고 내가 여기 있는거잖아. 한번 잘 해보자! 쌤이 안되면 쌤 친구들이라도 불러줄께! 이거 들을려면 쌔면이 3년동안이나 기달렸거든!!"






30대가 시작되던 시기에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했다. 그 당시에 엘리트에 운동권이 였던 같이 일하던 누나가 물어봤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걳 같아?" 그 말에 나는 조금 고민해 보고 "시민들 한사람 한사람, 모든 사람들의 역량이 조금씩이라도 성장할 수록 사회가 바뀌지 않을까요?" 그러자 그 누나는 "에이! 그래서 언제 세상을 바꿔, 어쩔 수 없어! 엘리트들이 필요해. 세상은 불공평하고, 누군가는 치고 나가야지!" 한 시간이 넘게 서로 옥신각신했다. 결국 그 누나는 나를 '이상주의나'로 못 밖았고, 나에게 비웃음을 던지며, '너도 언젠간 알게 될 껄? 이 세상은 그렇게 되지 않아"라는 듯이 등을 돌렸다.


그 후로 나는 청소년들을 멘토링하는 동아리를 함께 만들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많은 청소년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내가 가진 시간과 노력과 관심을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에게 흘려보내는 것! 나는 아직도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믿는다. 누군가 갈 길을 모르고, 혹은 너무 어두워서 두려울 때, 함께 걸을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옆에 있었음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3년을 즐겁게 기다렸고, 드디어 시간이 온 것이다. 세상이 바뀌는 것은 결국 사람이 바뀌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하고 문화가 고퀄이라도 오래 못 간다. 희망을 품고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세상은 변한다. 지금 뿌려논 희망은 적어도 30년 혹은 100년 후에나 피는 꽃이다. 그러나 부지런히 씨앗을 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무가 자라서 무럭무럭 이 메마른 세상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나도 그 그늘 아래서 태양에 타 들어가지 않곡 꿋꿋하겍 견디어 냈음으로. 이제는 내 차례라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아침 8시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일단은 공부하는 방법 '메타인지'부터 시작해서 영어와 국와 그리고 수학과 과학, 사회까지 모든 장르를 아주 깊이 있게 다룰려고 한다. 메가 스터디가 바로 옆에 있는데 노량진에서 아침 8시에 누구보다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 친구들의 커리큘럼을 짜면서, 학교공부와 연계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머리를 써서 커리를 짜는 중이다. 과외가 아니라 멘토링으로, 선한힘이 선한 능력으로 자라나기까지, 아직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다. 아주 아주 멀다. 그러나 함께 손 잡고 걸어 간다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중학수학부터 사서 풀고 있다 고등학교 수학은 어렵지만 그래도 얼른 따라잡아서 도와주어야 한다. 배워서 남주자. 모든 순간에서 배우자. 내가 좀 더 공부하면 더 잘 도울 수 있다. 해보자! 해보자~!! 친구들이 연신 "샘 그 때 몰라서 미안해요. 미안해요"라고 외친다. 돌아오는 길에 계속 울었다. '아니야 이제부터 시작이야, 친구들아 같이 해보자'라고 다짐한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사랑을 구하는 사람. 그래! 나는 사랑을 구하는 사람이다. 받은 사랑이 너무 많아서,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언제나, 어디서나 너희들이 부르면 마음은 힘들지만 달려가고 싶은 사람이야. 내가 살면서 받았던 그 큰 사랑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너희들을 더 사랑하고, 이웃들을 더 사랑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걸 알아. 친구들아 앞으로 잘 해보자. 함께 잘 걸어가자. 이제 한 걸음 내딛는 이 발걸음,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


https://www.youtube.com/watch?v=LeFoUir7HwI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와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