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알아

나의 아저씨 #11

by 낭만민네이션


내가 안 미운가?


지안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온 동훈. 멋적은 지안은 이제서야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쏟아낸다. 사실은,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고. 자신이 밉지 않냐고 물어보는 지안의 말 속에서는 '제말 미워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말이 숨어 있었다. 동훈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지안을 처다보지도 않고서 말을 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말할 때는, 사실 자신의 전부를 걸고서 말하는 거다. 아무것도 숨길 수 없을 때, 아니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을 때 하는 말은 곧 자신 그 자체이다. 사람들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고, 사랑받고 싶었던 지안은 드디어 긴 호흡 끝에 자신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말들을 쏟아낸다. 사랑 받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미움 받지 않고 환영받고 이해받고, 세심하게 감정들을 인정받고 싶었다. 지안은 그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쏟아낸다. 동훈은 또 무덤덤하게 받아준다. 오히려 여기서는 무덤덤한이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말들 때문에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이 있으니깐 말이다.


스크린샷 2020-07-25 오후 6.04.34.png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사랑을 남녀간의 에로스적 관계로만 배운 사람들은 항상 그 끝에 자신이 그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그어 놓은 선들을 넘나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 욕망의 끝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 뒤집어 버리는 파국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진실로, 사랑을 우리 스스로 정의하지 않고 열려진 인간을 받아들이는 길로 이해했다면 인류의 삶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졌을까? 다소 까다로운 말이지만 히브리어로 '야다'라는 뜻은 안다는 의미이지만 그 의미 속에는 '내가 너가 경험한 것을 함께 경험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널 안다는 말로 표현하는 동훈의 눈빛에는 '너가 경험한 그 허무와 고통을 나도 경험하고 있어'라는 말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함께 겪은 사람들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깊은 안도의 한숨이 불어왔다. 무슨짓을 해도 상관없다. 원래 내가 그 사람을 공감한다는 것은 원래 그런 의미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해도 상관이 없다. 그 사람이 경험한 그 허무와 절망과 고통 속에서 함께 있는 사람에게는 '판단'의 기능이 마비되어 버린다. 그럼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 이게 동훈이 살아온 삶의 여정이었다. 알아버리는 순간 가족이 되어 버리는 이상한 결과.


스크린샷 2020-07-25 오후 6.05.04.png



다 좋았어요


"생각, 말, 발걸음. 사람이 뭔지 처음 알았어요" 배울 사람이 없다.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과 사는대로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남들의 시선과 자신의 주관이 충돌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삶은 원래 그런것이라고 던져 놓고는 '어쩔수 없었어'라고 변명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환경이 그래서, 구조가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쓴 웃음이 쌓여서 남산보다 더 높은 목멱산을 만들어 버린다. 인간이 무엇인지 의지로 그려낼 수도 없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본은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인간을 부활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안은 도훈에게서 인간을 본다. 인간이라면 응당 이렇게 해야 하는 모습을 본다. 그래서 지안은 동훈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gRKVvInmo_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