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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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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Sep 17. 2020

나를 걸어가게 만드는게 아닌가

요한복음 5장_메시지 성경

그 남자가 말했다

"선생님 물이 움직일 때


저를 연못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연못에 닿을 즈음이면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네 자리를 들고 걸아가거라"


그러자 그가 곧바로 나았다

그는 자기 자리를 들고 걸어갔다


요한복음 5장_메시지 성경






누구나 심리적 의존감을 가지고 산다

누구 한명쯤은 자신의 마음을 열어 놓고


진솔한 이야기며, 가슴아픈 이야기며

삶의 애잔한 말들을 나누면서 산다


그게 때론 부모님이 되기도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친구가 되기도하고


결혼을 하면 배우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심리적 의존관계가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이 될 때이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말이 있듯이


믿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믿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욕심과 선함이 공존하고


때론 욕심이 구조를 만들기도하고

선함이 아주 가끔씩 좋은 방향을 이끌기도 한다


자기보존의 욕구와

자존감의 욕망은 하나가 되어서


내가 먼저 있어야 다른 사람도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나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어야지!가

맞는 생각일텐데 말이다


오늘 말씀에서 38년된 병자는

심리적 의존관계가 베데스다 연못에 있었다


어느하나 넣어줄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그와 함께 할 친구가 없었음도 의미하게 된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이란 책에서

궁극적으로 전체주의가 태동하는 것은


'외로움'이라고 말했다

외로움이 전체주의를 만든다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시민들은

자신들끼리 똘똘 뭉쳐서 게르만 민족이 된다


심리적 의존관계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찾아온 외로움은 결국 물질로 환원되어 버린다


자신의 애착이 물질에 있게 되면

그것이 곧 신이 되기도 한다


외로움과 자본주의는 그래서

쌍생아처럼 붙어 있다


 예수님이 왜 맘몬을 섬기면

하나님을 섬기지 못한다고 했는지


돌이켜보면 맘몬에 심리적 의존관계가 생기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외로움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연결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은 곧


우리의 의지를 일으키고

우리 스스로 외로움을 뚫고 움직이게 한다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님은

'걸어가라'라고 하시는 자신을 그 사람에게


넣어 줌으로써 그 사람의 의지가 살아나

걷게 만들었다, 걷게 되었다




오늘은 좀 긴 묵상이지만

마지막으로 도예베르트가 고민했던


세계관보다 더 근저에 종교적인 가치,

영적인 존재와의 연결이 먼저인게 아닌가?라는


고민이 생각의 끄트머리에 붙는다

토요일 오후 2시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무한의 공간으로 떨어지는

외로움 속에서


쓰~윽 하고 손을 내미시는

하나님이 아니신가?


우리의 외로움으로 가득찬 인생 속에서

쓰~윽 하고 들어오는 말씀이 아니신가?


'걸어가라'

그 말씀이 나를 걸어가게 만드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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