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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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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Oct 24. 2020

앞뒤를 재지 않는 사랑

요한복음 12장

잘 들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묻혀 완전히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밀알 하나가 땅에 묻혀 죽으면,

싹이 나서 몇 배의 열매를 맺는다


마찬가지로 누구든지 현재의 목숨에

집착하는 사람은 그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앞뒤를 재지 않는 사랑으로

그 목숨을 버리는 사람은


참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를 섬기는 사람은


나를 따라오너라

나를 섬기는 사람은 내가 있는 곳에 있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 12장_메시지 성경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 러시아의 안톤체호프는

'상자속의 사나이'라는 소설에서


몇십년을 상자속에서 살면서

내기에서 이길날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내기 마지막날 결국 그 상자를 떠나서

자유의 몸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상자속에 사나이는 거대한 재물을 거머질 수 있는

미래의 어떤 시점을 희망으로 두고서


몇십년을 자신이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러다가 문득, 슬퍼지는 마지막날 밤이 오자

그는 홀연히 상자를 빠져나가 버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자유'와 '자신감'이 '미래'라는 시간과 만나면


다른 방식으로 인간이 정해진다

미래가 없는 인간이 인간인가?


미래가 정해져 있는 인간은

진정한 인간성을 발휘할 수 있는가?


결국 안톤체호프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자유에 대해서 말한다


이리저리 앞뒤를 재지 않는 것에서

자유는 시작된다





우리시대의 철학자 한병철은

스스로를 채찍질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프로젝트 인간이라고 불렀다

스스로 성과를 내야만 존재로 인정받는.


자유를 잃은 노예는 선택할 수 없다

단순히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에 묶여 있을 뿐.


표면상으로 '주인'이 없어져 버린 세상에서

'프로젝트'를 주인으롤 삼고


스스로 그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서

기꺼이 휴일의 여유도 가져다 바친다


목숨에 집착한다는 것은 거부감이 들지만,

프로젝트를 성공한다는 것은 아주 효능감이 높기에.


그러나 정말로 원하는 것은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삶을 관조하고 수영을 하면서 하늘을 보고

친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결국 앞뒤를 정확히 재서

초단위로 나누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내면에서 끌어오르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짖누르고 절대 깨지지 않는 자아를 만들어 낸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항상

나를 절벽에 세운다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것처럼

뛰어내리라고 하는 무책임한 명령과도 같다


그리고 두려움이 나를 앞도해 버리면

대부분은 뒤걸음치면서 물러나서


다시는 그리스도의 말씀 앞에 갈 수 없도록

스스로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만들어 내 버린다


역사상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낭떨어지 앞에 섰다가 뒤걸음질치면서


역사의 뒤안기로 사라졌는가?

그들은 왕이 초대한 잔치에서 '내 일이 있소'라고 하면서


초대를 거부한 사람들의 과거이다

지금도 내게는 그 갈림길이 뚜렷이 보인다


더 드넓은 초원에서 땅따먹기 같이

내것을 먼저 선포하라고 하는 유혹이 들려온다


지식의 경계, 관계의 확장, 영향력의 네트워킹

좀더 강해진 자아, 내세울 게 있는 인생 같은 것들로.


초원에 나가는 순간 달리기는 시작된다

왜 달리는지 모르지만, 일단 달리기를 해야 한다




한편, 낭떨어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의 본질과 싸워야 한다


자신의 영역을 초과하는 시간 앞에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결국 '자기 안에 그것이 없음'을 인정할 때만

그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 때 들려오는 그리스도의 음성은

'자기를 부인하고 나를 따르라!'


그러니 그 낭떨어지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자기를 부인하고 그리스도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 낭떨어지에는 아프고 연약하고 죽어가는

이웃들이 있고, 선한 사마리아인은 이곳을 지나쳐간 것이었다


두려움이 사라지는 이유는 오히려 두려움에 대한 도전이 아닐라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찰 때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에게, 모두 비워진 자아에

무한히 흘러들어오는 생수의 강물, 그리스도의 사랑.


그 사랑 때문에 결국 두려움이 사라지고

낭떨어지로, 폭풍속으로, 전쟁의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


앞뒤를 재지 않는 사랑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 덕분에


이 시대는 그래도 이정도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리스도가 있는 곳에 부디 내가 있기를.


아직은 갈림길에서 망설이며

머뭇머뭇 거리는 것만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PZQ8R7R663I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싱그러운 식탁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주님의 은혜를 누리고

주님이 베풀어주신 잔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지나가다가 초대를 받은 사람처럼

우리가 이 식탁에 올 수 있는 아무런 자격이 없지만


하나님의 초대로 지금 이렇게

예수님과 함께 앉아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예배에 공감하는 하나님

우리의 어두움과 미련함을 아시는 하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초에 우리에게 주신

선한 마음과 하나님을 닮아가길 원하는 마음을


회복시켜주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찬양합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소외된 자리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길거리 어귀에서


고통과 슬픔 속에서 힘들어하는 우리의 이웃들을

우리가 외면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앞뒤를 재지 않는 사랑으로

예수님과 같이 반응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함께 걷는 이 시간 우리 식구들의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우리 식구들의 마음을 지켜주세요


우리가 먹고 나누는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걷는 우리들 되게 하여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을로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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