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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Nov 28. 2020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우리가 눈발이라면_안도현





우리가 빗물이라며

쏜살같이 몰려내려


반지하 그들 모두

기생충으로 만드는


야박한 폭우가

되지말자


사람들 마음이 메말라

쩍쩍 갈라지고 따가울 때


돌담에 비치는 햇발같이

아스라이 흩날리는 봄비가 되자


우리가 빗물이라면

절망의 한숨이 덕지덕지 붙은 창문가


걱정을 말끔히 씯어내리는

시원한 소나기가 되자


개이고 난 뒤

말끔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세상 불안 모두 끌어안고

지나가는 뭉게 구름이 되자


우리가 빗물이라면_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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