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우리가 눈발이라면_안도현
우리가 빗물이라며
쏜살같이 몰려내려
반지하 그들 모두
기생충으로 만드는
야박한 폭우가
되지말자
사람들 마음이 메말라
쩍쩍 갈라지고 따가울 때
돌담에 비치는 햇발같이
아스라이 흩날리는 봄비가 되자
우리가 빗물이라면
절망의 한숨이 덕지덕지 붙은 창문가
걱정을 말끔히 씯어내리는
시원한 소나기가 되자
개이고 난 뒤
말끔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세상 불안 모두 끌어안고
지나가는 뭉게 구름이 되자
우리가 빗물이라면_민네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