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보았을 때,언제 산업정책적 요소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을까? 그것은 바로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에 30년전쟁의 결과로 정치적인 국가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며 영토분쟁이후에 국가의 주권이 인정되었다. 관료제에 의한 권력정치를 통해서 상비군창설의 필요성과 군사기구의 유지를 위한 공공재정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기술의 발전은 곧 전쟁에서의 승리를 가져다 주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베스트조약을 묘사한 회화
세력전이이론에 따르면, 떠오르는 도전자와 기존의 패권국가의 쇠락하는 교차점에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때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전쟁을 위한 총력전이 펼쳐진다. 신생독립국으로서의 근대국가들은 다른 나라와 여러차례의 전쟁을 거칠 수 밖에 없었고,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기를 생산해야 했다. 군사적 차원에서 전쟁의 수요가 근대국가의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며 또한 산업정책의 발전이유가 된 것이다.
생산을 위해서는 또한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했으며 새로운 경제제도를 요구했다.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에 영국의 사례만보더라도 장하준 교수가 주장하는대로 보호무역을 추구하고 관세장벽을 높임으로써 자국 산업을 보호하였고 산업정책이 어느정도 성공하나 후에는 자유무역으로 돌아섰다. 정부의 산업전반에 대한 개입과 특정산업을 위한 선별성 그리고 전략과 역동성, 창의력과 실험정신 등의 동태적 비교우위가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이 바로 근대국가의 형성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근대국가와 민족형성과 산업정책의 상관관계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기술민족주의와 자원민족주의 그리고 백신민족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기술민족주의 관점에서 기술개발은 지식의 축적이나 발전이 아닌 철저하게 실용적인 국부의 창출과 국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따라서 새롭게 생성된 기술은 국가와 민족에 귀속되었으며 국가의 힘과 부의 원천으로서 과학기술의 발달은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이렇게 국가의 개입과 지원으로 발전된 기술은 국제적인 역학관계에 영향을 주었다. 물론 근대 국가 시기에는 국가의 부와 진보된 기술력이 곧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승부수가 되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기술에 대한 공유를 국가가 시장실패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했다. 전투기 산업의 경우 성능이나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산업정책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시장에 공유할 수 있는기술이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자원민족주의의 관점에서 근대국가 형성과 산업정책의 연관성을 볼 수 있다. 천연자원의 희소성이 국내외적으로 방치될 경우 외국군대나 자본에 의해서 뺏길 수 있고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의 개입정책으로 국익을 증진시키고 자원을 무기화하게 된다. 예를 들면 외국인 투자의 제한이나 국유화를 통한 산업과 자원보호의 방법이 있다. 석유산업의 경우 1951년 이란의 석유자원 국유화는 OPEC의 자원 무기화로 이어졌고 결국 1970년대 세계적으로 오일쇼크가 경험하면서 자원민족주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서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비OPEC 국가들도 유전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다행이 유가는 안정시켰지만 이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부상으로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가 완화되었고 이에 마침 신흥국가들의 성장에 따른 성유수요 급증으로 다시 자원민족주의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자원 재국유화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와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백신민족주의이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해서 국가차원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먼저 개발해서 보유하려고 하는 부분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며, 산업정책론의 관점에서도 근대국가의 형성과 비슷한 이유를 가지게 된다.
산업정책은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민족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체제의 형성과정에서 민족의 형성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이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한 산업이 필요했고, 전쟁을 통한 경계 확장에서는 관련된 산업이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 국가의 개입은 재정적이고, 조직적이며, 행정적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러한 능력이 드러난 것은 역사적으로 근대국가의 출현이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산업정책은 근대국가형성과 비슷하게 국가적 위기나 내전, 전쟁이나 코로나19같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안보강화, 희소한 자연자원관리, 동태적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요인들(거시경제적 자본비용, 재정적자의 조건 / 국제무역의 구조로써 카르텔과 수출입인센티브 / 품질의 향상 / 혁신과 규모의 경제)은 근대국가나 현대국가나 비슷한 이유에서 산업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