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서 기대하는 것들
사람이라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들이 있다
칸트는 이것을 선험적, 혹은 초월적
능력이라고 불렀다
사람과 사물을 볼 때 개체당 팔이 몇개고
다리가 몇개인지를 자연스럽게
파악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12가지
기본능력으로 분화한다
이렇게 선험적인 능력을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오감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순수 이성과
당위와 의지에 의해서 미래를 여는
실천이성이 탄생한다
순수 이성은 fact사실을 만들고
실천이성은 value가치를 만든다
사람은 이렇게
사실과 가치의 길항적 삶에서
판단력을 가지고
인생을 걸어가게 된다는 것이
칸트의 기본 전제이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현상들은
오직 한번 이자리에서만
일어난다는 인식을 받아들이면
드디어 의식과 시선은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하게된다'는
지향성 개념을 만나게 되고
머지않아서 후설과 하이데거
그리고 레비나스와 아렌트를 만나게 된다
오직 이 현상은 지금만
이 자리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진리는 오직 단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현상학은 20세기를 넘어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을 탄생시켰다
오늘 쏟아지는 햇살을 만났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흔들리는 나의 마음에
한줄기 인생의 의미가 맺힌다
사실과 가치의 판단을 넘어서서
현실에서 존재하는 현상 이후에 있는
반짝이는 진리를 찾아
오늘도 하염없이 길을 걷고 있다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면 된다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지 않고
사실만을 말하면서
현상 속에서 존재하는 재미만 추구하면 된다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곧
새로운 기대를 이끌어 낸다
지금의 이 현상을 이어가야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다가온다
인정은 곧 바로
학습된 기대로 이어진다
어느정도 보수주의자들의 말이 맞다
사람은 자신을 이루고 있는 삶의
기본적인 부분은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삶을 사는 것 같으니까
인생이라는 것이 시간을 지나서
효용감으로 다가오니깐 말이다
그러나 한번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인정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인생은 방향성을 잃고 자신의 정체성까지도
탈탈 털려서 자괴감까지 만나게 된다
인정과 기대 가운데 수 많은 함수들이 열거되고
나름의 해답을 가지고 길을 걸어가게 된다
자신의 기대와
스스로의 인정도 때론 약이 된다
많은 이들이 그러한 자기극복
자기초월, 자기최면의 한 방식으로
자신이 처한 국면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한 인정과 기대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의식이 존재하는 동안에만
그 인정과 기대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기록에 의존하고
기억에 기대어 있다
관계적인 인정은 타자가 필요하지만
자아적인 기억이 필요한 것이다
타자의 기대도 아니고 자아의 기억도 아닌
누군가의 인정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자유의 삶
우리는 사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러한 자유의 삶을
사람은 사회적이다, 인간은 관계적이다
라고 묶어 버리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외로운 시간이 많다
누구나가 혼자가 된다
사람들과 헤어지고 어느 순간 혼자가 된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
12가지의 항목들이 줄을 선다는 것과
현상학에서 이야기하는 지향성들이 만들어내는
개념들은 사실 체계적이지 않다
길 자체는 무한대로 확장하고
삶의 질서라는 것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운 사람들, 외로움을 비켜가고 싶은 사람들이
내 놓은 대안은 나름의 방편이 있지만
언제나 보수적이다
기대를 인정에 빗대에서 존재시키는 방식은 그래서
언제나 최후를 맞는다
자유가 부르는 정해지지 않음
그 가운데 기억은 날개를 달고
기대는 신비로 남는다
만약 누군가를 판단하려고 들거든
자신 안에 꿈틀대는 자유의 날개를 펼쳐서
하늘높이 날아가
역사의 시간과 개인의 시간을 살펴보자
하나의 실 같은 인생은 실상은 무지개와 같이
다양한 색깔의 차원을 가지나니
보는 것은 인정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은 기대되지 않는 세상에서
인간이 태어나지 않을까
비로소 최후의 인간 말이다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의 선험성에 갇혀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