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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l 12. 2021

국제개발 ngo에서 일하기

기아대책 간사로 일하기란

https://brunch.co.kr/@minnation/1633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셨고 우리는 세상의 영적, 육적 굶주림이 종식되는 때까지 그 부르심에 응답하였다


어느정도 시간의 무게를 견뎌 가던 30대를 바라보던 나이에, 뒤늦게 기아대책에서 인턴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지역개발과 하나님나라를 동시에 전하는 기대봉사단을 훈련시키고 파송하는 업무는 하나님이 준비하시는 선교사님들의 요람과 같은 시간이었다. 뒤늦게까지 훈련에 참여하며 토요일에도 기아대책에 출근하면서도 이 작은 노력 하나가 선교현장에서 기대봉사단인 선교사님들의 삶을 통해 더욱 짙어진다고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이었다. 그렇게 인턴으로 시작한 사역은 교육훈련팀을 거쳐 국제협력팀으로, 그리고 국제사업본부에서 필리핀담당간사를 하면서 기아대책이 추구하는 '떡과 복음', '변혁적 사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주신 은혜들을 생각하면서 마음 한켠씩 열어서 풍요롭게 나누고 싶다.


1.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셨고


학부시절 철학을 좋아했던 터라 단어하나, 문장하나에도 많은 이들의 고민이 묻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기아대책에서 '하나님께서 부르셨고'라는 부분은 10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마음의 울림을 준다.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이 지금 나의 부족함과 실수, 마음의 어두움도 모두 아시면서도 언젠가 회복될 그날을 보시면서 부르셨지 않았을까? 하나님은 어디서 부르셨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하나님은 이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곳, 벌어진 틈, 무너진 벽, 흘러넘치는 홍수 가운데서 나를 부르셨다. 하나님은 계속 함께 동역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하나님은 기아대책 간사들을, 후원자들을, 현장의 주민들을, 한국교회를 부르고 계셨다.


이런 생각으로 아침마다 출근하는 길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어느날 아침 등촌역을 나와서 기아대책이 보이는 롯데캐슬 사잇길로 걸어가는데 하늘을 보니 그렇게 밝고 화창할 수 없었다.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아래 하나님은 또 오늘 하루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친구들도 부러워하는 '월요일 출근이 즐거운' 사람이 되었다. 그 후로부터는 계속 출근할 때 기아대책이 보이면 하늘을 보면서 하나님과 인사를 한다. 그러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를 '희망'이 가득해서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출근해서 매일 성경을 묵상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함께 대화하면서 오늘 하루의 일정을 기도로 아뢰고 또 마음을 내려 놓는 시간, 깊은 산 속의 약수터처럼 시원한 냉수가 마음 속에서 찰랑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나님께서 또 부르셨구나!!' 그렇게 묵상이 쌓여 갔다.


자격없는 사람들을 부르셔서 존귀하게 하시는 방법은 그 사람을 무조건 쓰다듬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맡기는 것이기에, 나에게도 이런 일들을 맡겨 주신다는 게 참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부르셨다는 말처럼 기분 좋은 말이 있을까? 기아대책에서 10년동안 나를 부르셨던 하나님의 음성에 때론 주저하며, 때론 몸을 사리며, 언제는 못 들은척 반대로 가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항상 요나를 기다리신 것처럼 나를 기다리셨고, 기여코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셨다. '동역자'로 부르신 하나님 앞에서 나는 '예스'라고 하고 출근하고 컴퓨터를 켜고, 전화를 받고, 간사님들과 회의를 했다. 부르셔서 모인 사람들, 그래서 행복한 사람들이 기아대책 간사님들이었고 이 공동체에 초대 받았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기뻤다.


2. 우리는 영적, 육적 가난이 종식되는 때까지


훈련팀에서 5년가까이 사역을 하면서 많은 강의들을 듣게 되었다. 기아대책의 비전과 미션, 역사와 가치 뿐 아니라 공동체를 개발하는 방법과 세계관의 변화를 통한 변혁적 사역까지. 그 동안 기아대책에 대해서 언론이나 광고로만 보아왔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FH의 3대 총재였던 랜디 박사님께서는 공동체의 비전은 하나님나라에 대한 회복이며, 그 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의해주셨다. 처음에는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공동체를 개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한번 두번 계속 듣고, 랜디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기아대책의 핵심인 'Vision Of Community'(이하 VOC)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되었다.


'정말 가능할까? 공동체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생각으로 훈련을 진행하는 내내 고민 보따리를 풀어 놓고 하나하나 뒤집어 보기도 하고 맞추어 보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VOC는 공동체에 이미 하나님이 주신 잠재력이 있다고 믿으며, 그 잠재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역교회와 가정, 현지 리더들의 역량강화와 세계관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자연적이지 않고 '의도적'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창조-타락-구속-회복'이라는 하나님의 거대한 이야기 가운데서, 인간은 타락해서 죄를 지었고 그로 인해서 하나님과의 관계, 피조물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이미 하나님이 보내셔서 그 마을에서 활동하고 계신것과 그것을 촉진하기 위해서 기아대책이 적절한 사람과 자원,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역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변화는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리는 프로그램이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진행하다 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공동체의 실제적인 변화까지 가지고 오게 된다. 공동체는 더 이상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지역교회는 가정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공동체의 리더가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비전을 이루는데 지지한다. 지역리더는 하나님나라의 원리로 문제를 해결하고 섬김의 자세로 가정들을 돌본다. 이러한 겨로가로 가정들은 하나님의 축복을 경험하며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들을 양육한다.


예수님이 없는 영적인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 공동체 개발을 통한 육적인 변화까지 VOC안에는 모두 담겨 있었다. 다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믿음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고민이 많았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랜디 박사님을 통해서 귀다 닳도록 들었던 VOC 강의를 이제는 인재개발실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모든 간사님들께 전하고 있다. 영적, 육적 가난이 종식되는 때까지 나는, 우리는, 기아대책은 계속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있다.


3. 그 부르심에 응답하였다


기아대책은 먼 길을 가고 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오솔길을 찾아가면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쉽게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린자들을 먹일 수 있는데, 굳이 '그들 스스로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발견하고 하나님과 동역할 수 있도록, 그들이 응답하도록 사역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서 일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자기 자신 안에서 솟아나오는 믿음이나 신념, 진정성 어린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은 참 어렵다. 더군다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오래 걸리는 길이다. 그럼에도 기아대책 간사들은, 기대봉사단들은 그 길을 묵묵히 간다. 기아대책에 사역하면서 그리고 국제사업본부에서 기대봉사단과 만나면서 출장을 40여회정도 다녀왔다. 과정 중에 다양한 은혜들이 있었는데 몇가지 나누어 보고 싶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현지스텝교육


2013년 교육훈련팀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훈련을 갔던 때였다. 오랜만에 아프리카 현지 스텝들 15명을 남아공으로 초대하여 역량강화 훈련을 진행했었다. 보츠와나, 말라위, 우간다, 코트디 부아르, 케냐에서 사역하고 있는 현지 스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언어는 조금씩 달랐지만 '아프리카'를 살리고 절망의 땅이 아니라 희망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 현지 스텝들은 열심히 훈련에 참여했다. 총 3주간의 기간 동안에 "하나님이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여러분은 응답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에 스텝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훈련 과정에서 하나님나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고 세계관이 변화되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스텝들은 자신의 방을 청소하며 훈련장소를 깨끗히 청소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부르셔서 이 자리에 다른 스텝들을 '대표'로 해서 왔는데 내가 먼저 변해야 돌아가서도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놀라웠다. 사람의 생각이 믿음으로 바뀌니깐 행동이 바뀌게 된 것이다. 기아대책은 오래전부터 대로우 밀러 목사님의 '생각이 결과를 낳는다'라는 책으로 세계관적 개발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로우 밀러 목사님의 세계관에 대한 접근과 패러다임, 교회의 역할, 하나님나라의 임재에 관한 말씀들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가 어디서부터 시작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스텝들은 이러한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들을 아프리카로 부르신 이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기도하게 되었고, 하나님께 응답하였다.


그러고 나서 8년이 지난 어느날 우간다에서 2013년에 훈련을 했던 스텝을 만났다. 나도 나이를 먹었고, 그 친구도 나이를 먹었지만 우리는 보자 마자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여전히 그 친구는 마음이 뜨거웠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저버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하나님이 부르셔서 이 자리에 모이게 된 사람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여전히 성실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사역에 임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필리핀 수빅에서 만난 직업훈련원 수료생들


국제사업 본부에서 필리핀 사업을 5년정도 담당했는데, 주요한 사업 중에 하나가 몬탈반이라는 지역에서 진행한 직업훈련원 사업이었다. 코이카에서 3년에 걸쳐서 약 5억원의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물론 현지에 계신 기대봉사단이 진행하시고 나는 한국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필리핀 몬탈반이라는 지역은 한국으로 치면 남양주시나 구리정도에 있는 위성도시인데, 약 10만명 정도의 이주민들이 수도인 마닐라에서 쫓겨나서 대규모 거주지역을 형성한 곳이었다. 쓰레기장도 많고 주거가 지나치게 밀집되어 있어서 사는게 참 힘든 동네였다. 그런데 여기에 기아대책에서 먼저는 어린이개발센터를 짓고 동네 아이들을 방과후학교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점점 주민들과 친해진 가운데 코이카 사업으로 3년간 직업훈련원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었다.


사실 삶이라는 게,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할 수 있는게 더 없어지는데, 불가능하던 일이었던 '직업과 소득에 대한 희망'이 사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게 되었다. 몬탈반 직업훈련 사업은 용접, 경비원훈련, 이미용훈련이 1차로 진행되었고 그 와중에 용접훈련을 1기로 마친 청년들이 필리핀 루손섬 중앙에 있는 수빅의 조선소에 취직을 해서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 사업진행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찾아간 수빅에서 희망의 뒷모습을 보았다. 직업훈련원에서 용접 자격증을 따고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게된 몬탈반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불모의 땅에서 희망이 자라나고 청년들은 자신들의 잠재력을 개발해서 삶과 공동체를 위해서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이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깨달았다.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아대책에서 내가 해야하는 일은 이러한 잠재력이 발현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구조와 장애물을 걷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아대책 사역은 어쩌면 이 작은 명제를 현실로 바꾸는 작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네팔긴급구호 상황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배식사역


2015년 네팔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긴급구호담당자로 사역을 하고 있었는데, 지진이 발생한 일요일 오후 회의를 간단하게 하고 다음날 아침 8시 비행기로 네팔로 떠나게 되었다. 진도 7이 넘는 강진이 발생한 후이지만, 24시간 내에 현장으로 출발한다는 기아대책의 긴급구호 정신은 바로 재난의 현장에 간사들을 파견하도록 했다. 국내 긴급구조대와 대한항공을 타고 겨우 네팔에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여진들이 남아 있었고 강도 6정도의 지진들이 건물들을 출렁출렁하게 만들고 있었다. UN에서는 대규모의 난민캠프를 만들어서 많은 이들을 돕고 있었고, CNN에서 파견된 특파원들이 여기저기 피해상황을 보도하기에 바밨다.


그러는 와중에 나의 시야에 들어온 한 관경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현지인들의 자발적 배식사역이었다. 보통 긴급구호 상황에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고 아무도 도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네팔 카트만두 시내를 돌아보면서 리서치 중에 현지에 주민들이 자신들의 돈을 모아서 동네주민들을 위해서 배식사역을 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여진이 남아 있는 위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주민들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곡식과 돈을 가지고 바깥으로 나왔더랬다. 외부에 의존적인 구호와 개발이 왜 문제인지, 아니 왜 현지인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도 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비전을 성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기아대책의 사역은 참으로 신기하다. 일이 안되는 것 같은데도 일이 되어진다. 그것은 하나님이 이미 현장에서 사역하고 계시고,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개발되면서 기아대책이 떠나야 하는 시간들이 온다. 문제는 현장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만 보게 되고 빈곤과 가난의 절망만 보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 어느곳에서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면 희망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기아대책에서 사역하면서 10년간 희망의 뒷모습을 참 많이 본 것 같다. 절망 속에서도, 빈곤 속에서도 한 없이 빛나는 하나님나라의 희망을 보면서 나도 참 많은 변화를 경험한 것 같다. 돌아가신 고 정정섭 회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기아대책 간사들은 사역을 월급으로 받는 거야!



우간다에서 진행되는 협동조합 사업


2019년 12월에는 소문으롼 들었던 우간다지부에 처음으로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우간다 수도인 캄팔라에서 약 80km 진자라는 지역에 기아대책 지부가 있다. 진자 지부에서는 쿠미, 소로티, 은제루, 마유게, 카물리에서 다양한 지역개발 사역하고 있다. 특히 우간다 쿠미의 사역은 기아대책 간사들에게도 오래전부터 회자되며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우간다 쿠미에는 이명현 기대봉사단께서 10년간의 어린이 개발사역을 마치고 지역자립사역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 개발 사역을 통해서 지역 아동들의 점심식사를 스스로 해결하는 급식위원회의 설립은 물론 공립학교의 학업성취도까지 지역주민과 리더들의 관심을 통해서 높여온 이명현 선교사님의 사역에서 큰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기아대책의 본질적인 사역은 '공동체가 가진 비전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린이 개발사역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 국제개발의 기본목표인 빈곤의 극복은 사업지역에서 지역주민들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립사역이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성공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세계관이나 생각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로 '자립'이라는 이름 하에 물질적 지원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맞지만 민주주의의 인간관이 내포하고 있는 참여란 역량이 충분히 개발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현장에서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는 좋은 가치지만 실제로는 의견만 난무하다고 좋은 결과가 안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아대책은 이러한 고민을 통해서 신학적으로는 '변혁적 사역'이라는 의미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민주주의와 개발의 목표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되어서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희망하게 만든다.


소로티에서도 그렇고 쿠미에서도 사람들은 기아대책과 함께 일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생각의 변화에서부터 삶의 변화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쿠미지역의 '아마로 협동조합'은 특히나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다. 2년전에 임팩트투자를 하는 '더 브릿지'라는 단체를 통해서 투자를 받아서 땅콩 껍질을 가공해서 숯을 만드는 협동조합이었어다. 이미 2년의 주기를 마치고 어느정도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지점이 찾아왔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100만실링(약 한화 40만원 정도)을 주면서 한국에 있는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얼마를 갚겠다고 한 것이다. 보통은 수익이 생기면 감추거나 자신들을 위해서 쓰지만 엄연히 투자였던 만큼 '재기부'를 하는 것이었다. 더 많은 수익이 있어서 나누면 좋겠지만 일단은 판로개척이 중요하다면서 아직 전국적으로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서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최초 수익인 100만실링을 나에게 전달해 달라며 건네준 것이다. 인간의 주체성이 회복되면 곧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고, 머지 않아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존엄성이 관계 사이에 바로 서면서 변화가 급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협동조합사업, 저축신용그룹 등 다양한 활동들이 공동체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긴 카사바를 말려서 분말로 가공하여 판매하는 협동조합도 역시 황무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과 같이 생산력 향상과 함께 자존감의 향상을 맛보고 있었다. 기아대책의 사역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의 내면이 회복되면서 외부로 확산되는 사역의 연속이었다.




4. 부르심이 다할 때까지


이외에도 셀 수 없는 사역의 이야기들이 있다. 어쩌면 현장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어려운 길이지만 공동체 스스로가 응답할 수 있다면. 돌아가더라도 가는 게 맞다. 어쩌면 그 응답은 기아대책 간사나 현지 스텝만이 아니라 함께 오랫동안 동역해온 후원자들에게도 주어진 것이다. 하나님은 기아대책만이 아니라 기아대책과 함께하는 후원자들도 부르셨으니까 말이다. 서로 귀머거리가 되지 않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잘 응답하였으면 좋겠다. 그 부르심이 다할 때까지, 기아대책 간사로서 자긍심과 존엄함을 가지고 현지 스텝들을 만나고 후원자들을 만나고 싶다. 매일 아침 떠오른 찬란한 태양과 같이 매일매일 솟아나는 희망의 부르심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기아대책 간사로 불러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하나님은 오늘도 성실하게 일하고 계시고 우리는 그 부르심에 응답해서 하나님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서 사역하고 있다. 비록 좁은 오솔길이라도 하나님과 함께라면 즐거운 발걸음이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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