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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Oct 07. 2021

타인보다 취약한 사람

넷플릭스 '아임 필 프리티'와 브레네 브라운의 '마음가면'


누군가 기준을 정하고 대부분은 그 기준에 맞춰서 줄을 선다.


누군가 기준을 정하고 대부분은 그 기준에 맞춰서 줄을 선다.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은 스스로 권력이 생겼따고 좋아하고, 그 권력에 따라서 좋아요를 눌러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위에서 선 하나만 그어도 바로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을 하나의 주체로 존중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하나의 객체로 대하는 것은 쉽다. 예를 들면, 뚱뚱한 사람이나 똑똑한 사람과 같은 유형을 구분해 놓는 것이다. 그렇게 유형을 구분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그 유형의 어디쯤에 항상 속해왔던 사람인 경우가 많다. 세상은 그렇게 늘 계층화되고 그룹지어지고, 어디엔가 속하지 못해서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기 스스로 기준을 정하는 사람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취약함을 인정하지만 그 비교가 별로 의미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마지막에 말하겠지만 누군가보다 비교해서 더 나아지는 감정은 극복한게 아니라 여전히 그 기준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교환할 수 있는 자신, 무엇으로 가치 매겨지는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애처로운 감정을 갖는 것. 이것은 동정이다. 스스로에 대한 동정은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삶을 냉소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기준을 정해보는 태도는 우리에게서 하나의 탈출구를 마련해 준다.




넷플릭스 I'm fee pretty'에는 타인보다 취약했던 주인공이 나온다. 다른 사람보다 뚱뚱하고, 남들보다 말이 많지만, 누구보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 그래서 항상 불행하고, 무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받는 것 같아서 슬퍼한다. 요가를 배우러 갔다가 바지가 찢어지고, 스피닝을 하다가 자전거가 무너지고. 자신의 운명을 탓한다. 예쁜 사람들을 보면서 진짜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하는 주인공은 '정말로 궁금한 것 같은' 표정으로 예쁜 사람들에게 묻는다. '어떤 기분으로 사는지?' 예쁜 사람들, 잘생긴 사람들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는지 그렇게 생겨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동상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소원을 빈다.


내 소원은 예뻐지는 거에요







사람들은 마음에 가면을 쓰고 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면을 썼는지도 모를 만큼, 마음에 커다란 가면을 쓰고 산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을 것을 미리 방지한다. 사람들의 욕구는 단순하다. 잘 보이고 싶은 것이다. 다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사실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씌워진 가면이다. 인정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지만, 스스로 증명할 수 없기에 마음 가면을 쓰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집에 오면 언제나 혼자가 된다.


이런방식으로 자신을 방치하면 자신을 보던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보게 된다. '저 사람은 잘보이려고 저런짓까지 하네? 관종인가?' 라면서 혀를 끌끌차지만, 정작 자신이 그러고 있는줄은 모른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의내리는 것의 마음 한켠에는 두려움이 있다. 그 사람을 정의내려야만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내가 알고 있어야만 상처를 받지 않고 오히려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이래나 저래나 마음 가면을 벗지 못하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정의내리기 시작한다.


항상 똑같은 것을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패턴, 굴레이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습관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 들이고 있고, 결국은 그게 인격이 되고 성품이 된다.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무의식에서 결정되는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생각은 자신이 자연스럽게 되풀이 해온 습관에서 나온다. 취약함이라는 패턴은 계속해서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취약함을 가리기 위해서 마음의 가면을 쓰고, 그 가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또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 만들고 만들고 만들어서 어떤 것이 진짜인지 모를 만큼.


어쩌면 가장 두려운 것은, 그 가면을 벗었을 때, 마음 가면을 벗었을 때 자신이 가진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평범함 일 것이다.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라서 똑같기 때문이다. 독특해지고, 특별해지고, 남들보다 나아지는 명령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평범함', '보통사람'이라는 것은 지극히 참기 힘든 실형에 가깝다. 그러나 마음 가면을 벗고 나면 우리 모두가 취약한 보통 사람이고, 보통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구분이 거의 없어진다. 개성을 찾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으라고 하는 자본주의의 명령 속에서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예뻐지는 것이 특별해지는 것이고, 이쁘지 않은 것이 취약한 것이라는 굴레가 계속해서 나를 조여 온다.






소원은 이루어졌다.


정말로 예뻐진 것이다. 자신의 몸이 예뻐진게 아니라 마음이 예뻐진 것이다. 자신 안에 꿈틀대는 인간이라서 아름다운 면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잘나고 못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똑같아서 예뻐보이는 그런. 그래서 이제 주인공은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이러한 태도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남자친구도 생긴 주인공은 자신이 자신다워졌기에, 다른 사람의 그 사람다움을 인정할 줄 알게 되었다. 소원이 정말 이루어진 것이다. 세상은, 다른 사람은 하나도 안 바뀌었지만 내가 바뀌었기에 세상은 아름다워졌다. '생각이 결과를 낳는다'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면 행동하는 것이 달라지고, 결국 행동이 습관을, 습관이 성격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더 평범해지기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더 평범해지면, 그 만큼 평범하지 않을려고 노력했떤 못난 태도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 평범함 속에서 진정한 자기의 것이 나온다. 누구를 흉내내거나, 누구 때문에 하거나 혹은 하지 않거나 하는 것들에서 자유함을 얻는다. 그래서 자유를 누리는 사람의 태도는 아름답다. 우리의 소원은 바로 이런 아름다움이 아닐까? 마음 가면을 벗고 나의 취약성, 그러니깐 '보통사람'이라는 취약성을 인정하고나면 그 다음부터 내게서 불어나오는 용기와 열정이 사회의 온도를 높이고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힘을 깨우는 것, 그것은 다름아닌 마음 가면을 벗는 일 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면 '비교'라는 저주에서 풀려나와서 마음이 예쁜 백설공주가 된다. 거울아 거울아를 외치지 않아도, 다름 사람들의 인정이 없어도 이제 괜찮은 자유가 삶을 채워가기 때문이다.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깃털처럼 가볍다.


더 예뻐지기 위해서 우리는 더 평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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