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Oct 28. 2021

가장 함브로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누가복음 14장_메시지 성경

예수께서 자기를 초대한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다음번에 네가 저녁식사를 베풀거든

네 친구와 가족과 잘사는 이웃들


곧 호의를 갚을 사람들만 초대하지 마라

한번도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들


가난한 지역에 사는 소외된 사람들을 

초대하여라


그러면 네 자신이 복되고

또한 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호의를 보답할 수 없겠지만

하나님의 사람들이 부활할 때


그 호의의 보답이 있을 것이다

반드시 있을 것이다!"


누가복음 14장_메시지 성경




가장 함브로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나의 인격이다


이 말을 수 없이 되내이면서도

무엇인가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괜히 우쭐해지고 내가 갑이라도 되는듯이

'내돈인데, 내껀데'라는 생각을 한다


자라면서 소유하는 것이

자존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만드는 문화는


가진 것이 많으면 우쭐대고

없으면 소외되는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한참을 지나서야 이것이 문화적인 폭력이고

그 폭력의 희생자는 나의 내면의 자아라는 것을


깨닫기는 했지만, 

그러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다




점점 나이를 먹어갔다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더 큰물이라고 하는 세상에 스펙좀 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게는 너무 송구스러운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이제는 그들을 아는게


나에게는 자랑이 되었고

나의 자존감은 그 사람들에게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일상 다반사가 되었다


소유와 스펙좋은 사람들이

내 자존감이 되면서 나는 점점 불행해져갔다


그것이 있어야만

그들이 있어야만 나의 소중함이 입증됨으로.




일단 이렇게 생각의 길을 내면

그 다음부터 오는 것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다른 새로운 경험

읽었던 책들, 썼던 글들, 가봤던 곳들까지.


그렇게 23g도 안되는 무게의 것들이

70kg도 넘는 나를 끌고 다닌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함브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사람들

내가 계속 주어야만 하는 사람들


기브앤테이크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조건적인 관계가 아닌 무의미한 것 같은 관계들


머릿속으로 계속 셈을 하는 사이에

내 눈빛은 점점 흐려졌고


시야에 들어오는 함브로할 수 사람들은

어느순간 짐이 되었다


이렇게 시선의 길을 내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수백명이 지나가도 절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본다고 하지만 못보는 장님이 되어 있었다


마치 색맹처럼 그들은 모두 흑백으로 보이고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만 4k컬로로 보였다




예수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내게 원하는 것이 없었지만


언제나 함께 있었고 내가 외로울 때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의지를 깨워서 무엇인가를 도전할 때는

힘내라면서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삶이 무게를 더하고 나를 짓누를 때도

그 무게를 함께 견디면서


한번씩 씨익~ 웃어주셨다

초청받지 못한 자리에 손잡고 참석해서


개걸스럽게 먹고 즐기는데도

전혀 이방인이란 생각이 안들었다


조금씩 이런식으로 삶의 길이 나기 시작하니까

점점 내 조건을 따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조건도 따지지 않게 되었을 즈으음


드디어 보게 되었다

세상이 총 천연색으로 보이고


내가 스스로 흑백으로 처리했던 이들의 얼굴이

8k영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조건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바라지 않고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들이 더욱 많아졌다

변화는 안에서 시작되었고, 점점 퍼져나갔다




생각의 길에서, 시선의 길에서

생명의 길로 옮겨가는 사이에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길을 가는 내내 콧노래를 부르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몸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